[Opinion] 마법 세계로 가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탑승하시겠습니까? [음악]

신비로운 공간으로 초대하는 아이돌 음악
글 입력 2020.11.22 00: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한때 아이돌 노래를 싫어했던 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유행가'를 만들기 위해 무의미한 가사들만 반복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집중해서 들어보니 가사는 의미 없는 나열이 아니었다. 컨셉과 이야기가 있었다. 그 뒤로 파워풀한 전자음에 묻혀있던 가사를 건져내어 제대로 살폈다.

 

어떤 가사는 나를 신비로운 공간으로 이끌기도 했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 투모로우 바이 투모로우



9와 4분의 3.jpg

 

 

숨겨진 9와 4분의 3엔

함께여야 갈 수 있어

비비디 바비디 열차가 출발하네

 

 

시끄러운 경적을 이끌고 일상으로 가는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온다. 당신은 그 앞에 서 있다. 부산스러운 주변과 달리 당신은 차분해 보인다. 아니, 망설이는 것 같다.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방법은 떠오르질 않는다. 그 순간 당신 옆의 기둥에서는 꿈에서 본 듯한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손짓한다. 어서 들어오라고, 함께 마법 세계로 떠나자고.

 

당신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둘러싸여 머뭇거린다.

 

 

푸른 빛 불꽃이 피어

하늘빛 마법진 교실을 색칠할래

소환의 주문이 너와 날 이어 주게

이 터널을 지나면 눈을 뜨고 나면

꿈속은 현실이 돼

 

 

당신은 결국 '숨겨진 9와 4분의 3'에 들어간다. 들릴 듯 말 듯한 탄성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그곳은 지금까지 살아온 곳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그곳에는 평범한 당신은 없고 특별한 당신만이 남아있었다. 익숙한 얼굴은 당신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하늘 위에선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아주 작게 보였다. 보이지 않던 평범한 당신이 자그맣게 축 처진 어깨로 걸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당신은 익숙한 얼굴을 먼저 보내고 또 다른 당신에게 다가간다. 손을 뻗어 또 다른 손을 잡는다. 그렇게 당신들은 하나가 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비밀정원 - 오마이걸



 

너무 단순해 그 사람들은 말야

눈으로 보는 것만 믿으려 하는 걸

 

 

어느 순간 당신은 혼자가 된다. 당신이 경험한 놀라운 일들을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아무리 설득해보려, 인정받으려 말을 뱉어봐도 가닿지 못하고 공중으로 흩어진다. 하나둘 곁을 떠난다.

 

 

그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혼자 남은 당신은 아름다운 기억을 모아 정원을 만든다.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정성스럽게 가꾼다. 누구든 쉬다 갈 수 있게 벤치도 들여놓는다. 아침 햇살도 잠시 머물렀다 간다. 이렇다 해도 아직은 덜 자란 마음이 가득한 볼품 없는 정원이다. 이곳을 찾는 발길도 없다. 빗방울이 시무룩한 당신을 다독여준다.

 

당신은 외롭지 않다.

 

기억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정원이 희망과 노랫말로 가득 찰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Apple - 여자친구



 

가시덤불 길 위에

짙게 남겨진 발자국은 핏빛

차가운 그 선택은

틀렸던 건지 왜 이렇게 아픈지

 

 

백설 공주, 이제 당신은 백설 공주 이야기로 들어왔다. 기대와는 달리 당신은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다. 비극을 전하는 마녀다. 마침 백설 공주에게 새빨간 사과를 건네고 돌아서는 길이다. 당신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예쁜 사람들을 쓸어버린다고 소문이 났지만, 생각보다 맘이 여리다.

 

그 아인 지금쯤이면 쓰러졌을까, 아니면 벌써 죽어버렸을까, 고통스럽진 않았을까

 

커다랗고 순진무구한 두 눈이 생각난다. 사과를 받으며 싱그럽게 미소짓던 입도 생각난다.

 

 

애플.jpg

 

 

뜨거운 춤을 춘다 내 안에 별이 뜬다

투명한 유리구슬 붉게 빛나

뒤를 돌아보지 마 불안한 생각은 마

달콤한 어둠 아래 마녀들의 밤이 와

 

 

당신 안에 욕망과 후회가 들끓는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후회는 슬며시 페이드 아웃된다. 남은 건 욕망과 자신감이다. 희디흰 공주에게 빼앗겼던 시선도 되찾을 것이다. 달콤하게 즐길 오늘 밤을 상상한다.

 

다른 마녀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걸음을 바삐 옮긴다.

 

 

 

에디터태그.jpg

 

 



[임채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69653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