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위로가 필요한 순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세 얼간이' [영화]

글 입력 2020.11.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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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삶이 버거운 순간이 있다. 지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때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혹은 정확히 그 이유 때문에, 누구나 힘든 날을 겪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르게 대처한다. 잠을 자기도 하고 맛있는 걸 먹기도 한다. 곱씹어 생각해보기도 하고 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바로 그 순간에, 당신에게 위로가 되어줄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제목은 ‘세 얼간이’로 2009년에 개봉한 인도 영화다. 어렸을 때 엄마가 보여준 뒤로 누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묻는다면 언제나 자신 있게 ‘세 얼간이’를 외쳤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세 얼간이’는 언제나 내 편에 서서 나를 위로해준다.


좋은 영화니까 일단 보자고 하는 건 설득력이 없을 테니, 내가 감동받고 생각해 볼 만하다고 여겼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만약 이 글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거나 흥미가 생겼다면 같이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세 얼간이는 파르한과 라주가 대학생이던 과거를 회상하며 사라진 친구 란초를 찾는 내용이다. 파르한과 라주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 공대 ICE에 들어왔지만 거기서도 끝없는 경쟁은 일어나고 견디기가 힘들다. 하지만 란초는 다르다. 란초는 자신만의 삶을 살며 친구들을 도와준다.

 



세상이 요구하는 당연한 상식에 반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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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신입생들은 한 가지 관문을 거친다. 바로 선배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입은 엉덩이를 드러낸 채 우스꽝스럽게 재롱을 피우는 것이다. 물론 악습이고 불합리한 일이다. 하지만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일을 할 때, 혼자서만 아니라고 당당하게 외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생이라면 그에 맞서기란 더욱 힘들다.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을 때, 란초는 이를 거절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간다. 당장 나오지 않겠다면 방문 앞에 오줌을 싸겠다는 선배에게 전등의 전선과 나무막대, 숟가락을 이용해 전기를 통하게 해 통쾌하게 복수한다. 이 장면은 란초의 첫 등장이자 그를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체념하고 수긍하는 것에 익숙하다. 누구나 말을 잘 듣는 것에 정의요, 옳은 일이라 배우며 살아왔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됐다. (부모님의 안 돼!를 무시한 채 젓가락을 콘센트에 쑤셔 넣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내게 하는 모든 오만한 명령을 들을 필요가 없다.


세상의 관습과 악습에 전부 반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잠시 멈춰서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내가 왜 당신의 말을 들어야 하지?’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언제나 반대만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필요 없고 불쾌한데도 억지로 요구받아서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안 해도 된다는 선택지를 아예 지워버린 채 무의식적으로 복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는 두 가지, 두려움과 주위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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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라주는 걱정이 많아 언제나 신에게 기도하고 손가락보다 많은 반지를 끼고 있다. 라주에게는 가난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라주는 왜 자신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지 고민하는데 란초는 단번에 두려움 때문이라고 답한다. 두려움이 너무 많아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거다. “이런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떻게 오늘을 살래?”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두려움은 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두려움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두려움에 잠식당하는 순간 제대로 일상생활을 살아가기는 힘들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미리 겁을 먹기보다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든다.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해도,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리는 것만으로 지친다.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사는 것은 무거운 짐을 들고 걷는 것과 똑같다. 일부러 힘들 필요는 없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똑바로 바라보고,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파라한은 사진작가가 되고 싶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명문대에 입학해 공학을 배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님께 쓴 편지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니지만 보내지는 못한다. 집에서 에어컨을 한대 설치할 수 있는데 공부를 위해 자신의 방에 설치해준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란초는 자신이 1등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공학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네가 사랑하는 것은 사진이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말한다. “공돌이짓 때려치고 사진이랑 결혼해. 네 재능을 따라가란 말야.” 란초의 말은 파라한에게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전부 위로가 된다.


한국 사회는 정해진 나이에 정해진 길을 강요받는다. 그 길을 걷고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은 모든 순간 자신이 선택한 방향에 대해 해명을 하고 다녀야 할 정도다. 대학의 전공을 자신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 성적에 맞추는 일이 흔하게 일어날 지경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시도조차 못 해보는 사람도 많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마저 많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는 말은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렇게 했다가 잘못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고, 안정적인 길이 더 낫다고 생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깨지더라도 최소한 부딪쳐는 봐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는 있다.

 



다 잘 될 거야,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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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좌절한다.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일어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효력이 있는 마법의 주문이 하나 있다. 바로, 알 이즈 웰(All is well)이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기 때문에 속여줄 필요가 있어. 큰 문제에 부딪히면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 하는 거야.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 줬어?”


“아니,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었지.”


영화에서 나오는 짧은 대화다. 알 이즈 웰,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저 말을 한다고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용기를 준다. 뻔한 위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세 얼간이를 통해 알았다. 내가 나를 믿어주며 진정을 시킨다면, 결국엔 다 잘 될 거니 괜찮다고 위로해준다면, 최소한 내게는 나를 몰아세우며 윽박지르고 구박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가 좋았다.

 


흔한 자기계발서류가 말하는 뻔하고 지겨운 소리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 생각보다 더 많은 웃음과 감동이 담겨있다. 물론 인도 영화이니만큼, 갑자기 노래가 나오고 춤이 나오는 것은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에 아미르 칸, 마드하반, 셔먼 조쉬가 주연으로 출연한 ‘세 얼간이’는 2020년 11월 현재 웨이브, 왓챠, 무비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웨이브에서 대여하거나 네이버에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을 장담한다.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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