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철학 속의 거짓, 거짓 속의 철학 - 철학자의 거짓말 [도서]

<철학자의 거짓말> 리뷰
글 입력 2020.10.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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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수 프랑수아 누델만의 독특한 관점

거짓말은 어떻게 ‘사상’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가

 

누델만은 철학자와 그의 사상의 일치는 허구라는 점을 간파하고, ‘거짓의 형태로 표현된 진실’에 주목한다. 이른바 “진실한 거짓(mentir-vrai)”이다. 거짓말을 ‘도덕적 측면’이 아닌 “일관되고 강력한 세계를 구축하는 주체의 창의적인 논리”로서 들여다봄으로써, 거짓말하는 사람의 ‘무수한 허구들’이 어떻게 ‘사상’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살펴본다.

 

 

철학자의 거짓말_입체띠지.jpg

 

 

 

진실 혹은 거짓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흔히 ‘진실’이라는 단어를 함께 떠올리기 마련이다. 진실은 늘 거짓과 붙어 다니며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반대말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 두 상반되는 단어 중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은 단연 진실이다. 그렇다면 진실의 반대인 거짓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이 된다. 하지만 “진실-긍정”, “거짓-부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순간, 진실과 거짓의 아이러니가 시작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거짓말’을 해왔기에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 의도는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벌을 받는 게 두려워서일 수도 있다. 때로는 타인을 배려한 ‘선한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매개로 “선한-부정”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짝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처럼 ‘거짓말’을 완벽하게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우리는 여전히 “거짓말은 나쁘다”를 ‘인지’하면서도 ‘실천’은 반대로 한다. 타인을 위한 ‘선한 거짓말’도, 그렇지 못한 ‘악한 거짓말’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결국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도 거짓말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거짓말 ‘덕분에’


 

거짓말의 늪에 빠지는 사람은 비단 일반인뿐만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소위 추앙받는 ‘위대한’ 철학자들도 거짓말의 모순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저자는 결코 그들을 “비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의 거짓말을 탐구하되, 그들의 거짓말로 그들의 사상(思想)마저 ‘진실되지 못하다’는 이분법이 아닌, 그러한 거짓말 ‘덕분에’ 그들의 사상이 탄생했다는 관점을 취한다. 진실과 거짓의 흑백논리를 뒤엎고 사유를 확장시키는 거짓말의 ‘행위’를 파고들어 그들의 사상을 보다 깊고 다양하게 이해하고 있다.

 


진실의 후원을 받는 거짓말이 가장 강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거짓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실의 이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살펴보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 <진실의 파토스> 中

 

 

진실과 거짓은 양립적인 존재가 아닌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보좌하는 관계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말처럼 강력하게 진실을 촉구하는 행위는 거짓을 감추기 위한 몸부림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스스로도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듯, 이러한 혼란 속 명백한 길을 추구하는 사상이 탄생하게 된다.

 

 

 

거짓말과 ‘다중 인격’


 

대개 우리는 철학자와 거짓말을 양립할 수 없는 짝으로 간주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을 ‘위대한 철학자’라는 하나의 페르소나로만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을 접하는 경로는 그들의 사상뿐이니,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그들에게는 ‘철학자’뿐만 아닌, 다양한 관계 속에서 형성하는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었다. 우리가 가정과 사회에서 기대되는 역할과 취하는 행동이 같지 않듯이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거짓말은 나쁘다”를 ‘인지’하면서도 ‘실천’은 반대로 하는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그들과 삶 속에서 “사유하는” 그들은 다른 사람일 수 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기점으로 트렌드가 된 ‘부캐 현상’과 유사하게, 모든 인간은 관계와 상황에 맞게 변용할 수 있는 ‘멀티 페르소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것, 살면서 겪게 되는 위기 때마다 그에 맞는 곡조들을 부르며 사는 것, 이것이 곧 여러 개의 악보를 통과해야만 하는 진실의 길이다.

 

- <다중 인격> 中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경험의 다면화는 사유의 다양성을 이끌고, 이는 자신만의 ‘고유사상’을 탄생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거짓말 ‘덕분에’라는 역설적인 문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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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푸코, 들뢰즈, 보부아르......모두 잘은 몰라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위대한’ 철학자들이다. 그들의 삶과 사상 사이 약간의 괴리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그들의 삶 혹은 사상을 ‘거짓되었다’고 속단할 방증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거짓말’을 하였기에 열정적으로 진실을 원하며 추구했고, 저술로써 그것을 ‘실천’했다.

 

이처럼 거짓말의 한복판 속에 던져지고서야 추구하고자 하는 ‘진실’이 보인다. 그 진실이 거짓과 반대이든 그렇지 않든, 설령 나의 치부를 가리고자 하는 수단일 뿐이라도 그 또한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문학”이 될 것이다.

 

 


 


철학자의 거짓말

삶의 진실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지은이 : 프랑수아 누델만

 

옮긴이 : 문경자

 

판형 : 132 x 204mm

 

쪽수 : 344

 

값 : 19,000원

 

출간일 : 2020년 10월 12일

 

ISBN 979-11-5525-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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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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