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대에게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글 입력 2020.09.3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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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고다르 박찬욱 쿠스타리차

짐자무쉬 다케시 도리스도리 이창동

팀버튼 이스트우드 김지운 홍상수

아키라 알모도바르 브레송 다케시


졸업하면 나는 뭐하지

영상원 졸업하면 이제 나는 뭐하지


아이고 모르겠다 영화나 한편 때리고 

학교가서 사물함 정리나 해야겠다


- 이랑, 졸업영화제

 

 

위의 노래에는 가수이자 감독인 아티스트 이랑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영화연출 전공) 출신인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지금이야 영화를 제작하고, 음반을 내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당연히 졸업을 앞둔 그는 주변에서 이런 대화를 심심치 않게 하거나 들었을 것이다. 왕가위, 이창동, 고다르의 영화를 함께 보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던 시간은 가고,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요즘 나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의 최대 관심사는 ‘졸업하면 나는 뭐하지’ 다. ‘졸업하면 나는 뭐하지’ 는 누구나 한 번쯤 던지는 질문이지만, 특히 2020년을 살아가는 청년에게는 더욱 어려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 기회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쫓기듯 살아왔던 일상이 그리워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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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재된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주인공 찬란은 이름과는 거리가 먼 대학생활을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학대를 받은 후,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하지도 않는다’는 신조를 지니게 되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친한 친구 하나 없이 남들과 거리를 두며, 수업 중 냉랭한 토론으로 ‘엘사’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고, 등록금과 고시원 월세를 벌기 위해 쉼 없이 일하는 그의 삶은 대학생 독자들에게 크게 낯설지 않다.

 

그런 찬란은 어느 날 교내 연극동아리가 마지막으로 올리는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처음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며 딱 잘라 거절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다가오는 부원들에게 결국 마음을 열게 된다. 그렇게 매사에 거침없고 솔직한 도래, 동아리의 귀여운 막내 유, 화려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진, 책임감 강한 리더 시온은 함께 연극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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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과 달리 여유롭게 동아리 활동을 즐기는 것 같았던 연극부원들마저도 하나둘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는다. 누군가는 평생을 부모의 기대에 맞춰 쫓기듯 살아왔음을, 누군가는 대학에서 수많은 사람과 만났지만 진정한 친구는 없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자신의 고민은 숨기고 겉으로 밝은 척 행동했다는 것을 털어놓는다.

 

이렇게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상처에 관해 물을 수 있는 연극부원들이 부러웠다. 성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대학교에서는 이제껏 고민한 적 없었던 것을 고민하게 된다. 바로 인간관계다. 좋으나 싫으나 한 반에 섞여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친구를 만들었던 초, 중, 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교에서는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려면 따로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한다. 친구가 많든 적든, 이 인간관계의 황금률을 깨달은 사람들은 대체로 대학생활을 만족스럽게 꾸려나가고 있는 것 같다.

 

부원들의 깊은 사정을 들은 찬란은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주인공을 맡은 유와 찬란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기로 한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단행본 1권은 이렇게 연극부원들이 연극을 구상하고, 연기 연습을 시작하는 내용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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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원하는 업무 직렬을 고르고, 가고 싶은 기업을 고르고, 스펙을 쌓고, 그것이 아니면 로스쿨 준비를 할 것인지 행정고시를 칠지 결정하는 것. 철학을 전공하는 찬란과 같은 흔한 인문학 전공 대학생의 미래다. ‘취미 및 특기’는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 잡고, 모든 활동은 취업이든 고시 합격이든 하나의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의 공백은 ‘그동안 일 안하고 뭐했어요?’ 하는 질문으로 돌아오기에, 졸업을 미루는 일은 다반사다.

 

연극부 가입을 단칼에 거절하는 찬란의 모습을 보고 10대의 내가 떠올랐다. 수험생 시절 늘 쫓기듯 공부하고, 먹고, 잠을 잤던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된 지금, 10대의 나나 찬란이 보면 시간 낭비라고 할만한 것들만 하고 있다. 시간뿐만 아니라 돈까지 들여가며 영화를 보고, 월정액으로 VOD 서비스를 이용하며, 수업을 듣는 내내 집중하지 못하는 때도 잦다(사이버 강의를 듣는 지금은 더하다). 4학년이 되도록 아직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회나 스터디 모임 하나 들어간 적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결정적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예술 감상 동아리에 들어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았고, 문화산업과 관련된 전공을 택해 즐겁게 수업을 듣고 있으며,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다 먹고 살자고, 그것도 ‘행복하게’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다 포기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나의 선택은 그 순간 나의 행복을 위해 했던 최선의 것이라 믿고, 앞으로도 내가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찾아보려 한다.

찬란이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연극에 참여하게 되는 것처럼, 나 역시도 나의 이야기로 글을 쓰고 있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떤 일로 먹고살게 될지는 몰라도, 무슨 일을 하든 행복을 찾을 수 있으려면 지금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통해 나의 또래가 그런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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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웹툰과 연극의 감동을 고스란히 책에 담다 -


지은이 : 까마중

출판사 : 넥서스

분야
웹툰/카툰에세이

규격
153*215

쪽 수
1권 192쪽
2권 260쪽
3권 248쪽

발행일
2020년 08월 10일

정가
1권 12,000원
2권 14,000원
3권 14,000원

ISBN
979-11-9092-717-8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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