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밥벌이로서 예술의 과거와 현재 - 예술이 밥 먹여 준다면 [도서]

글 입력 2020.09.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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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예술경영과 공연기획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하던 중에 발견한 책으로 꽤 최근에 나온 신작이라 요즘의 상황도 많이 반영할 것이란 기대로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책 제목도 굉장히 놀라운 <예술이 밥 먹여 준다면>이다. 정말 예술이 밥 먹여 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찾으며 책을 읽었다.

 

 


1 악몽 혹은 호접몽


 

- 뮤지컬이 ‘돈’이 되기까지 :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성공하면서부터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거대자본이 대기업으로부터 들어와 공연예술사업이 시작되었다. 2000년 무렵의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140억 원가량에서 매해 20%씩의 급성장을 이루어 2019년 3,500억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은 높은 티켓 가격을 불러오기도 했다. 현재 대극장의 10만 원이 넘는 티켓값은 성장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 예술경영의 시대 : 예술경영인 역할의 중요성을 다룬 챕터로, 작가는 한국의 문화예술산업의 키가 예술경영인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제한적인 관객층을 뛰어 넘어 뮤지컬의 인구가 확대되고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면 한국 예술산업의 미래는 밝다. 그렇기에 이를 가능하게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예술경영인이다.

 

 

과거에는 뛰어난 예술인에 광고와 자본이 한시적으로 붙는 시스텝이었지만,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자본이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이 원하는 예술인을 채용한다. 한국의 5대 아이돌 기획사가 K-POP 시장을 석권하고 해외 진출에 성공했던 것처럼 한국의 공연예술 분야 역시 예술경영인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p.36

 


- 판타지와 막장, 그 사이 : [예술경영인] 예술상품의 공급자이자 생산자가 소비자 사이에서 예술경영을 하는 전문인력

 

1965년 미국에서 국립예술기금을 설립하면서 정부의 지원금과 민간의 기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했어야 했기 때문에 이때 예술경영인이 필요해져 생겨난 개념이다. 행정적 투명성과 공익성을 갖춘 역량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고 이를 통칭하는 예술경영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했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기업경영과 비슷하게 공연예술시장에서의 경영을 뜻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공연예술단체의 비정규직 비율은 65.4%, 4대 보험에 가입된 단원의 비율은 48.8%, 공연단체의 재정자립도는 32.4%로 60%넘게 정부나 지자체의 공공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순수한 공연 수익은 30%인데 전체 재정의 70%를 공연비로 지출하고 나머지 30%를 나누어 사무실 운영과 단원 급여와 같은 경상비용으로 사용한다. 즉 공연을 제작하고 올리는 모든 비용을 공공기관과 기업에 의존하며 티켓값의 순수익만으로 단체를 꾸려간다고 보면 정확하다. p.39

 

 

작가는 경영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공연예술시장에서의 종사자들에게는 이러한 구조가 굉장히 호러와 막장에 가깝다 짚었다. 


- 스타 마케팅과 이 바닥의 구조 :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타 마케팅. 기존 매체에서 유명한 배우나 가수, 아이돌들을 캐스팅해 그들의 팬덤을 이용하는 것이다. 확실한 관객이 되어줄 것이라 보이는 팬덤과 지지층들을 담보로 데려오기 위해 그들을 캐스팅해 열심히 마케팅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들의 실력이나 홍보와 상관없이 문제는 그로 인한 제작비 편성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공연기획은 제작비를 결정하고 그 사이에서 배우의 개런티를 결정해야 하지만, 스타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그 특정 배우의 개런티를 협상하고 난 뒤 남은 비용으로 나머지 제작 업무를 충당해야 한다. 그렇게 앙상블 배우는 회당 몇만 원대의 출연료를 받는 구조가 탄생하게 된다.

 

한편에서는 임금체불로 고소가 진행되는 이러한 일들은 돌려막기 식으로 이 시장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면 채무와 이자가 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올린 작품으로 더 큰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배우와 스탭들에겐 파산 일보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이를 모르고 공연을 올리고 결국 받아야 마땅할 임금을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게 된다.


- 투자사 혹은 대출회사 : 크고 작은 기업들이 투자사로 활동한다. 인터파크, CJ E&M, 이데일리, 하나투어 등 대규모 투자자로 유명하고 요즘에는 문화금융상품으로 소규모 개인이 예술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생겨났다. 투자사를 잡기 위해 투자유치계획서를 작성하며 노력하지만 여기서 대형 전용 극장의 높은 대관료 문제가 작품의 질에 이어진다. 대관료와 설비 렌트 비용이 어마어마하기에 2-3일 만에 리허설을 끝내고 첫 공연의 엉성한 지점은 공연 중반부로 가면서 안정되고 공연하면서 연습을 하는 셈이다. 이런 관행과 악습의 문제는 불확실한 매출과 투자예산의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하루에 수천만 원씩 빠져나가는 비용들을 메꾸기 위해선 일정을 조일 수밖에 없다. 대형 뮤지컬 공연일수록 더욱 위험성이 커진다.

 

 

초연 후 며칠이 지나면 작품의 운명이 결정된다. 최근에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결정이 나는 경우도 많다. 흥행에 실패해도 대관료와 위약금이 해결할 만한 자본력은 주로 대형 기획사만이 가지고 있다. 투자사가 단기이익만을 보고 투자계약을 했다면 공연기획사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전망을 보고 점차 관객을 늘려가는 장기 흥행에 도전하겠다는 아목을 가진 투자사를 만단다면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p.55

 

 

요즘 코로나 - 19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서, 갑작스럽게 공연이 중단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럴수록 프로듀서 입장에서 이러한 공연을 올리기 위한 부대 시설 렌트 비용, 대관료의 부담은 커져만 간다. 대극장 뮤지컬은 하루에도 수천만 원씩 비용이 청부되는 입장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등 대규모 인원 집합 시설에 대한 권고와 여러 조치로 2주간 공연 중단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공연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결국엔 더 공연을 이어나가봤자 손해만 보는 일들이 많아져 대극장뿐만 아니라 대학로 중소극장 공연 또한 정해진 기간을 맞추지 않고 조기 폐막하는 일이 많아졌다. 영웅본색, 더모먼트 등등 지금 생각나는 공연만 해도 여럿 있다. 이렇게 더욱더 예술공연은 악몽에 가까운 수익구조와 비용이 드는 산업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 라이선스도 아니면 창작 뮤지컬?

 

 

작품성을 능가하는 마케팅과 예술경영은 나올 수 없다. 공연기획자가 예술경영인의 첫 번째 자질은 작품을 보는 눈을 가졌냐는 것이고, 두 번재는 좋은 창작인을 제대로 변별할 수 있냐는 것이다. p.65

 

 

기존의 마케팅 방식과 외국의 뮤지컬 시장 언어를 그대로 따라 배우는 예술경영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업에서는 한국 공연예술시장에서의 명쾌한 답과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 제품의 본질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마케팅의 본질을 잊지 말자

 

- 글로벌 시장과 뮤지컬 : 한국 배경과 한국 소재의 문화 콘텐츠는 잘만 다룬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효한 이야기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무궁무진한 작품이다.

 

 

 

2 기획자의 수첩


 

- 발품을 판다는 것 : 한국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뮤지컬 제작사인 EMK의 엄홍현 대표는 우연히 유럽 뮤지컬을 보고 이에 반해 발품을 팔아 한국에 들여온 특이한 케이스다. 투자로 번 돈을 모두 부어 한국의 원작자로 나섰고 처음 시작한 <드라큘라>는 참패를 했지만 그 이후 <햄릿>,<삼총사>,<잭더리퍼>를 공동 제작하면서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실제로 판권을 따오겠다는 목표 하나로 유럽 체코로 떠나 원작자를 만나 협의했다.

 

참 멋있는 직업이라는 표면 뒤에는 이러한 발품팔이식으로 원작을 따오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어떤 방식으로 외국 작품을 한국에 들여오는지 몰랐는데 대부분 이렇게 컨택을 직접 해가면서 설득을 해 한국에 공연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라이센스 뮤지컬의 성사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그들의 흥행이 중요해지고 스타 마케팅이라는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 공연기획자의 인사이트

 

 

프로듀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좋은 작품을 보는 눈, 관객의 정서와 경향성의 변화를 읽고 실력 있는 크리에이터를 분별하는 결정력이다.  p.93

 

 

- 현장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

 

 

학부 시절에서부터 채워야 하는 실력은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다. 국내와 해외의 소설과 희곡을 구해 읽고, 좋은 뮤지컬을 보기 위해 공연장의 하우스 매니저의 보조 알바를 신청하고, 창작 모임에서 작품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듣고, 꾸준히 기록해 자신만의 노트를 가져가는 것. 그렇게 자신의 역량을 검증하고 한 단계씩 도전하는 것. 이것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프로듀셔 지망생이 가져야 할 습관이 아닐까. p.107

 

 

다소 꼰대 같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직업인이 되기 전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일상이 쌓여 곧 내 실력이 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뒷받침되어 좋은 프로듀서가 되어간다.


- 무대를 꽃피우는 관찰과 사유, 창작노트 :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미술, 역사, 철학 등 모든 부류에서의 공부는 이후 프로듀서의 작품 진행에 있어서 넓은 선택지를 만들어준다.


- 이야기를 위한 생각의 축적

 

 

나는 매일을 관찰하되 당신이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심취한 그 무엇이 이싸면 이를 매일의 창작노트에 기록하라고 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그 노트에 당신만이 발견한 어떤 관찰 기록이나, 당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이 들어 있는지 점검하라고 덧붙인다. p.116

 

 

어떤 작품의 평가와 무대 분석과 리뷰가 다른 이와 비슷하다면 그건 이미 경쟁력을 잃은 것이라고 하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른 것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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