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년에 대한 아름다운 기록 [영화]

늙음과 우정에 관한 다큐멘터리 <티타임>
글 입력 2020.09.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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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누군가에게는 여유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고독일 수도 있겠다.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노년기를 그려볼 때면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 과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5년에 걸쳐 촬영된 칠레의 다큐멘터리 <티타임>은 노년기를 함께 보내는 다섯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의 ‘늙음’을 아름답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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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인 다섯 여성 알리시아, 테레사, 헤마, 앙헬리카, 히메나는 고등학교에서 함께 점심을 먹던 사이로, 졸업 후 60년이 지난 뒤에도 주기적으로 만나 ‘티타임’을 가진다.

 

보기만 해도 군침 돌게 하는 아름다운 디저트가 가득 차려진 테이블에서는 시끌벅적한 대화와 노래가 오간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들이 경험한 삶은 각기 다르다. 헤마는 한 번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혼자 살아왔으며 앙헬리카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테레사와 히메나는 남편과 사별했다.

 

성격도, 가치관도 전부 다르지만 60년이라는 긴 세월은 이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주었고 서로를 향한 신뢰는 한 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활기찬 대화에서 드러난다.

 

대화의 메인 토픽은 단연 ‘추억’이다. 테레사가 말하듯 “과거가 있어야 미래가 있고”, 과거의 불행과 고통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미 지나온 삶의 한 단계가 된다. 그리고 그 단계를 하나씩 거쳐오는 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준 친구들과 추억을 나누는 것은 단순한 회상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왔다는 것, 또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카메라에는 종종 다섯 친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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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의 대화가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현재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 왜 당연히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는 거라고 배우며 자랐는지, 왜 성생활에 대한 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건지. 여성으로 살아온 삶에 대한 회상은 그들이 몸소 겪고 있는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물론 이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사회가 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고, 그 변화를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다.

 

영화의 말미에서 테레사는 용서를 구할 일이 있다며 병원에서 간호조무사와 정치 이야기로 싸웠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정치 이야기는 피하는 게 좋다는 친구의 말에 테레사는 “왜 피해? 입 다물고 있으면 송장이지”라고 답한다. ‘죽어가고 있지만 쉽게 죽지 못하는 이를 위한 기도’를 낭송하고 “나를 위한 기도는 사절”이라며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에서는 죽음을 대하는 여유로운 자세가 드러난다.

 

티타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정들었던 친구가 죽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겠지만 이들은 초연한 자세를 보인다. 늘 그랬던 것처럼 친구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죽은 친구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테레사가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말하듯, 이들이 아름답게 나눴던 삶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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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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