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TS의 성공은 K-POP의 성공? [음악]

세계화 된 K-POP과 K-POP의 세계화 사이에서
글 입력 2020.09.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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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 K-POP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일어났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Dynamite’가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며 K-POP의 위상을 드높였다.

 

내 머릿속에 있는 빌보드 차트는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등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가수들만이 오르내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한 자리에 방탄소년단이 정상을 차지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한 일이다.

 

 

BTS 'Dynamite' official MV

 


‘Dynamite’는 밝고 경쾌한 리듬과 세련된 사운드, 희망을 담은 가사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이처럼 많은 대중들의 머릿속에 깊게 간직 될 수 있을 만한 곡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의 음악이 전 세계의 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되기까지는 그들의 끝없는 노력 그리고 도전이 있었다. 그들의 독창적인 음악 스펙트럼과 화려한 퍼포먼스, 적극적인 대중과의 소통 등 다양한 이유로 정상급 아이돌 반열에 올랐고, 세계 속 K-POP의 입지가 상승함에 따라 해외에도 그들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2017년 ‘DNA’를 시작으로 다양한 곡들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올라가게 되었고, 마침내 이번 여름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이번 곡이 이전의 차트 인 곡들과 다른 점은 영어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K-POP의 세계화 속에는 언어의 장벽이라는 큰 난관이 있었다. 특히, 미국의 음원 시장은 비영어권 음악에 굉장히 보수적이다. 하지만 영어 가사로 이루어진 ‘Dynamite’는 이전의 곡들과 달리 미국 TV 프로그램과 라디오 방송 등의 대중 매체에 더 많은 노출이 있었고, 이러한 점이 빌보드 싱글 차트를 포함한 각종 음원 차트에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Dynamite’의 성공을 K-POP의 성공이라 봐도 되는 것일까? 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에 있는 빌보드 차트의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K-POP이 세계 속에서 주류 음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일까?


‘Dynamite’의 제작 과정에는 미국 시장을 노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장르부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디스코 팝을 택했다. 작곡가와 작사가를 포함한 프로듀서진 역시 해외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가사 전체가 영어로 되어 있다. 이러한 점들이 ‘Dynamite’가 K-POP 음악인가에 대한 의문을 만들었고, 일부 평론가와 음악 팬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속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덤)’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응원하는 그룹의 음원 차트 성적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시행한다. 이번 활동 역시 스트리밍 가이드와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곡의 흥행과 성공에 일조했다.

 

이번 곡이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그만큼 전 세계에 아미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관심이 오로지 방탄소년단뿐인지, 전체적인 K-POP 음악인지는 알 수 없으므로, 방탄소년단의 성과임은 분명하지만 K-POP의 성과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빌보드 차트의 성향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말 그대로 ‘좋은 음악’이 오르내리는 하나의 대중음악 차트였다면, 현재는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자리이거나 혹은 그러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겨냥해야 되는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 ‘Dynamite’의 해외시장 겨냥 전략 역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일 것이고,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오르며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 아티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K-POP이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은 되지 못했다.


‘Dynamite’ 이전 한국 아티스트의 빌보드 차트 최고 순위였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경우는 달랐다. 당시 싸이는 거대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가수도 아니었고, 지명인 ‘강남’을 주제로 가사를 풀어나가며 한국의 느낌을 물씬 풍겨주었다. 그런데도 전 세계는 ‘오빤 강남스타일’에 열광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별다른 해외 홍보와 활동 없이 유튜브 등의 대중 매체만으로 이러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회자되는 것은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 K-POP 음악을 알리게 되었고, 이는 나아가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PSY '강남스타일' official MV

 

 

하지만 ‘Dynamite’가 이전의 ‘강남스타일’과는 달리 그때 만큼의 파급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대중이 방탄소년단은 오래전부터 빌보드의 문을 두들겨 왔고, 그들의 팬덤 역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루어 낼 성과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또한, 한국어 가사와 한국의 정서, 문화가 담겨 있는 ‘강남스타일’과는 달리, ‘Dynamite’는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영어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Dynamite’에 한국의 정서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은 다소 흐린 K-POP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BTS의 성공과는 별개로 아쉬운 부분으로 남게 되었다.


비영어권 문화를 담은 음악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음악 중 가장 이상적인 사례는 2017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Despacito’이다. 푸에르토리코의 가수 루이스 폰시의 곡으로, 스페인어로 이루어진 가사와 레게톤 라틴 팝 장르 등 라틴 문화가 담겨져 있는 비영어권 음악임에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후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 등 다양한 라틴 음악이 차례로 성공하며 세계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Luis Fonsi 'Despacito' ft. Daddy Yankee

 

 

방탄소년단이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 정상에 섰다는 것은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일만으로 세계 속 K-POP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 차트 성적을 위해서라면 해외의 문화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직은 K-POP의 현실이자 한계이다. 세계화 된 K-POP과 K-POP의 세계화, 이 둘은 많은 K-POP 아티스트들의 딜레마로 남아있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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