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집을 나와 사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독립, 또 그동안은 쭉 내 앞에 펼쳐져 왔지만 이제부터는 사라질 학교 시스템이나 커리큘럼으로부터의 독립 등…. 독립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곧 내 앞에 펼쳐질 허허벌판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올해로 16회를 맞는 세계 유일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 축제 <인디애니페스트>가 오는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극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영화제는 ‘새벽비행’, ‘독립보행’, ‘아시아로’, 그리고 신설된 ‘랜선비행’ 4개의 경쟁부문과 파노라마, 해외(스위스 특별전과 애니메이션 감독 마이클 프레이 특별전), 릴레이작가 초정전 3개의 초청부문, 이렇게 총 7개의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평소 실사 영화보다 표현에 제약이 덜하다는 이유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이번 축제에도 흥미를 가지고 프로그램 편성을 살펴보던 중,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문은 바로 ‘독립보행’ 부문이었다. 독립보행 부문은 학생 애니메이터들이 경쟁을 펼치는 ‘새벽비행’ 부문과는 달리 기성 애니메이터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둔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홈페이지의 자세한 설명에는 ‘교육과정 내에서 제작하지 않은 일반 부문’을 대상으로 한다고 더욱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다.

 

모든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독립’을 앞둔 상황의 나여서인지 과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어떤 독특함과 개성을 가지고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허허벌판에 내던져진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나와 같은 상태에서 시작한 채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니, 그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떤 영상을 만들었을까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영화제의 개막식이 있고 다음 날인 9월 18일 오후 1시, 독립보행 부문의 영상들을 감상하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간에 독립보행 부문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4번째 파트에 속한 작품들만 볼 수 있는데 홈페이지에 소개된 여러 작품 중에도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집나방’과 ‘물건들’ 그리고 ‘수라’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다.

 

어느 날 집에 와보니 가사로 치이던 엄마가 집나방으로 변해버렸다는 줄거리의 ‘집나방’은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고달픈 삶을 마치 카프카의 변신처럼 다뤘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고, 또 각자의 사연을 가진 물건들의 이야기를 다룬 ‘물건들’은 물건 사 모으기에 환장하는 자칭 ‘맥시멀리스트’로서 두근대는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또 원치 않는 임신을 해버린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수라’는, 백석 시인의 시 <수라>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국어과를 나온 나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독립보행' 부문 중 작품 '수라'의 스틸컷

 

 

그렇게 9월 18일, 언젠가는 함께 동화책을 만들자 다짐한 오랜 친구와 함께 기성 애니메이터들의 ‘독립보행’을 관람하러 간다. 독립적인 걸음의 완성작을 감상하며 독립을 앞두고 잔뜩 겁먹어 쪼그라든 나의 심장도, 한껏 펴지길 기대해보면서!

 

*각 부문은 ‘랜선비행’ 부문을 빼고는 모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유일하게 ‘랜선비행’ 부문은 온/오프라인 모두 진행되는데 온라인 관람은 8월 24일(월)부터 9월 23일(수)까지 네이버 그라폴리오 – 인디애니페스트2020 피드를 통해 무료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