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의 근손실을 막기 위하여 - 감정도 설계가 된다 [도서]

글 입력 2020.07.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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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손실은 마음에도 해당이 된다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을 위해 근육 운동하는 여성이 늘어' 라는 기사를 읽었다. 과거 여성들이 헬스장을 찾는 이유가 대부분 체중관리였다면, 요즘은 점점 체력 및 근육 증진과 같은 항목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요즘 홈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만들고 있기에, 동료를 만난 듯 반가운 기사였다.

 

매일 요가 매트 위에 서서 양쪽 손에 덤벨 하나씩 쥔다. 이두에 자극을 주는게 즐거운 일이 되었다. 내가 이런 말은 하는게 조금 낯설지만, 정말이다. 문제는 운동 다음 날이다. 안쓰던 근육을 잔뜩 쓰고 나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게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힘든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오늘은 운동 절대 안해!라는 말은 천 번쯤 하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지만, 막상 거울 앞에 서보면, 어제보다 더 단단해진 듯한 허벅지가 눈에 띈다. 그러면 또 마음이 녹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운동을 하려고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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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약한 마음을 다루는 일은 참 어렵다. 왜 그런지 고민해봤는데, 마음은 운동과 달리 변화를 줘야하는 지점을 찾아내는게 모호해서 어려운 것 같다. 몸은 거울을 통해서 현재 근육이 부족한 부분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반면에, 마음은 어떤 부분의 근육이 부족해서 힘든건지 정의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다.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명사들은 참 많이 있는데. 화, 억울함, 우울함, 슬픔, 속상함, 절망스러움 같은. 팔과 허벅지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방법이 있다면, 화나거나 슬플 때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외면의 근육만큼이나 중요한게 내면의 근육이니 말이다.

 

여기, 우리의 마음이 고통스러운 원인 리스트를 만들었을 때 늘 상위권에 랭크되는 '화'를 다룬 책이 있다. 이 책을 다 읽을 때 쯤이면 '화'는 곧 '마음의 근육이 약해지고 약해진 상태'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이 책은 마음의 근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운동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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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막 시작한 사람이 단숨에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책 한 권으로 여러 감정을 통제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서 화라는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효과있는 운동 아닐까.


 

 

1. 화가 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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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테스트나 타로가 재밌는 이유는 적중률에 있다. 나를 알고 있는듯한 정확한 분석은 듣는 사람의 흥미와 공감을 자아낸다. 작가는 심리학자답게 이 현상에 대해 잘 아는구나 싶었다.

 

책의 도입부에 화의 24가지 형태를 제시하는데, 평소 내가 알고 있던 '화'라는 감정과 동떨어진 듯한 형태들도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 중 당신이 겪었을만한 것 하나는 있을거에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24가지나 있다니.

 

잔뜩 붉어진 얼굴로, 상대를 향해 큰소리를 치는 게 화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나는 조금 놀랐다. 방금 내가 말한 화는 '직접적인 화'의 형태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책을 읽어보니 이것 외에도 거짓말, 우울증, 고립, 절망, 자살, 번아웃, 중독, 마조히즘, 사디즘과 같은 행동들이 전부 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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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가지나 되는 화의 얼굴을 알고 나면 두번째 챕터에서는 이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튀어나오는지 알려준다. 책에서는 12가지 행동들이 나오는데, 그 중 본인에게 해당되는 것만 읽어도 충분하다. 심리테스트 결과지를 읽을 때처럼, 나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만 읽어도 된다는 뜻이다. 나는 우울감을 적은 내용에 공감이 갔다.

 

 

"삶 속에서 적절히 표현되거나 처리되지 못한 슬픔은 방향을 바꾸어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 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우울함을 느끼지 못한다. 큰 목표에 집중된 생각과 행동은 활기와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한 그것은 편안한 기분도 만들어낸다 "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말도, 이 기분과 상황을 직접 겪어본 사람에게는 남다르게 와닿기 마련이다. 나도 모르게 위 문장들을 여러번 훑었다.

 


 

3. 해결책


 

화를 표출하면 속이 시원하고 내 마음을 제대로 보호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순간에 불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외로움이나 새로운 형태의 화가 밀려오곤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감정이라는 것, 악순환을 반복시킨다는 점에서, 화는 굉장히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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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떡해야 하는가.

 

11개의 해결책 중 마지막의 방법으로 등장하는 '사랑'에 대해 주목해보자. 해결책으로 사랑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가 책을 덮음과 동시에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닐 것이다. 친구와 말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야 사랑해" 라고 말하는 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니까.

 

당장 사랑을 노래하는 건 어려워도,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고 믿는건 한층 쉽다.

 

위의 문장은 이소라의 7집 앨범 중, 'track 3'에 나오는 가사이기도 하다. 포근한 분위기 속에서, 이소라는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하는 곳' 이라 노래한다.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고 믿으면, 감정의 골이 생길 때 상대가 마냥 밉지는 않겠다. 상대는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홧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화내는 건 내 건강에도 그리 좋지 않겠지.' 이런 마음들이 들자, 은근슬쩍 사랑에 대해 믿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분식집 떡볶이 맛에 잔뜩 길들여져있다가, 아보카도 샐러드를 시도할 때의 기분이나 헬스장에 등록한 뒤 처음 운동하러 가는 사람의 마음과 비슷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에, 온기 가득한 사랑이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아무쪼록 우리가 가야할 곳은 사랑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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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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