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 인간의 잔인함 - 마테오 팔코네 [도서]

글 입력 2020.06.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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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어 도서관이 연다는 소식을 듣고 고등학생 때 자주 갔던 도서관에 오랜만에 들려 프랑스 문학 코너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읽게 된 <마테오 팔코네>

 

프랑스어를 배웠던지라 프랑스 문학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어 책을 찾아보다가 그림체도 마냥 예쁘지 않은, 무언가 숨겨져 있는 그림이 있는 이 책에 눈길이 갔다.

 

괴팍한 얼굴의 인물이 표지에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역시나 어두웠다. 이 책은 단편 3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단편 모두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지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제일 필두에 있는 <마테오 팔코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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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나오는 '마테오 팔코네' 는 사나이끼리의 의리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10살짜리 자기 아들을 무참히 죽이는 내용이다. 가문의 명예를 퇴색시킨 어린 아들을 총살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무리 사나이끼리의 의리를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된다는 코르시카섬의 오랜 전통이 중요하다고 해도, 자신의 대를 이어갈 하나뿐인 아들을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이놈은 우리 가문에서

처음으로 배신이라는

죄악을 저지른 놈이야.

 

팔코네의 부인인 주제파,

 

아니, 당신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어요?

 

그러자 팔코네,

 

심판을 했을 뿐이오.

곧 땅에 묻을 것이오.


아이는 기독교인으로

기도를 하고 숨을 거두었소….


이렇게 씁쓸하게 소설이 끝이 난다. 팔코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여러 사건이 있다. 요즘 특히나 많이 발생하는 친자식을 향한 아동 폭행 및 살인 사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른이라는 존재가 어린이에게 가할 수 있는 정신적 폭력에 더불어 신체적인 강압, 폭력, 협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너무나 기분이 안 좋아진 이유가 여기서 시작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10살밖에 안 된 외아들의 어른들 협박에 의해 두려움에 떨고 순수한 마음에 사실을 고백한 것뿐인데 이런 이유만으로 친부모가 친자식을 처참히 살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그런 이유가 없어도 폭력과 괴롭힘당하고 죽어 나가고 있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그냥 어린아이로 자신의 소유라는 명분으로 소유물 취급하며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붓고 가방 안에 가두고 폭행하고 인간이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잔인하게 지속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무서웠고 결코 이 소설이 진부한 옛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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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는 아들 포르투나토는 고작 10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반성하고 행동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푸르투나토가 반성해야 할 것도 솔직히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꼬임에 의해, 반강제 협박에 의해 그저 이야기한 것이다. 어린아이가 그런 '의리', '약속'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어떻게 마음속 깊이 새기고 이를 끝까지 지키겠는가?

 

마테오 팔코네가 그 아들을 죽인 이유 중 하나는 남들의 시선이다. 팔코네 집안에 하나뿐인 아들이 그 전통을 어긴 이라고 알려지면 팔코네 집안의 권위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테오 팔코네는 이미 코르시카섬에서 제일이라고 할만한 권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그는 사격실력이 매우 출중해 누군가를 죽이고자 하면, 어디에서나 죽일 수 있었다. 그에 따라 그의 집안은 그 마을에서 최고의 권위와 명예를 누렸을 것이다.

 

이런 권위와 명예가 있는데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 그의 아들이 오랜 중요한 전통을 어겼다는 것을 사람들이 안다면, 그 명예는 당연히 추락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막고 더 강력한 대응을 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죽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마테오 팔코네가 자기 아들을 직접 죽였다는 것을 알면 함부로 그를 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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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는 자기 아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만족을 위해,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일 수도 있는 그런 가치가 없는 소유물로 말이다.

 

이 이야기는 1829년에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발표한 것이다. <마테오 팔코네> 말고도 단편집에 수록된 <타망고>, <일르의 비너스>에서도 흑인 노예와 백인, 하위층과 상위층을 다루면서 인간의 본질과 이기성, 잔인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변화되지 않은 2020년의 모습에 절망을 많이 느꼈다. 사회적 불평등과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행하는 사람들, 이를 외면하는 사람들 그 모두가 이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게끔 만드는 것 아닐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편리해진다고 하더라도, 이런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개념들을 외면한다면 오히려 야만적인 사회로 모두가 척박해지는 힘든 사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1800년대에 만들어진 진부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너무나 닮아있는 이야기에 계속해서 놀랐고 그럴수록 더 착잡해지고 성인으로서 나도 반성하게 되었다. 인륜에 반하는 행위를 다루는 기사들이 하루하루 나오고 있는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에 대하여 더 곱씹어보게 된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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