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떠돔 3부작

글 입력 2023.12.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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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떠돌다가

한순간 마주하게 된다


1인 가구 시대의 가족을 말하는 3개의 작품

'떠돔'과 '마주함'에 대한 이야기

 

 

연극 [새들의 무덤], [육쌍둥이] 등을 선보여 온 극단 즉각반응이 오는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떠돔 3부작]을 공연한다. 본 공연은 각기 다른 시기에 올려졌던 세 가지 작품 속에서 '떠돎', '마주함', '가족', '2인극'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기에 10주년을 맞아 각 작품마다 완결이 있는 작품이면서도 하나의 완결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회차에 따라 각기 다른 공연이 펼쳐진다.

 

[떠돔 3부작]은 즉각반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말'과 '설치'를 콜라보레이션하는 연극 [Good day today]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을 담은 [무라], 독일로 입양되었다가 35년 만에 재회한 모녀의 이야기인 [찰칵] 등 그동안 즉각반응이 선보여 온 '떠돔 시리즈'를 엮어 올리는 공연이다.

 

'떠돔'과 '마주함'을 주제로 동시대의 개인과 가족, 사회, 세계를 살펴보는 [떠돔 3부작]은 '가족', '2인극'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 공통점은 결국 마주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1인 가족 시대에 '가족'이란 어떤 의미이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의 '마주함'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제시하고자 한다.

 

[떠돔 3부작] 속의 인물들은 어딘가를 떠돌거나 떠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안주할 장소를 찾는다는 것이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허나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자본주의화 속에서 거주할 장소의 상실을 겪으며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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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돔 시리즈의 출발이었던 연극 [Good day Today] 속의 여인은 서울에서 정착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지만 끝내 정착하지 못한 채 서울의 곳곳을, 또 다양한 일자리를 떠돌며 살고 있다. 목수였던 사내는 돈을 벌기 위해 그저 묵묵히, 열심히, 성실히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았지만 죽는 순간까지 돈은 벌지 못한채 생을 마감했고, 끝내 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이 작품은 관객을 개기월식 관람 이벤트에 참가한 손님으로 여기며 시작한다. 이벤트 홀에서 와인을 서빙하던 여인은 사람들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1초 만에 사람이 죽는 새빨간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 속에서 여인이 내뱉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같기도하고, 새빨간 진실 같기도 하다. 여인이 말하는 동안 사내는 나무를 설치해나간다. 이 작품 안에서 누군가의 삶을 목격하고, 또한 떠도는 사물, 떠도는 우리의 시간과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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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작가이기도 한 하수민 연출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연극 [무라]는 아들 수동이 평생 밖으로만 떠돌던 아버지 동수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수동은 평생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살아오며 절대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느 순간 아버지의 삶을 답습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어쩌면 속 이야기를 하고 평생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해보고자 했지만 아버지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無)라”고 말한다. 어려서는 첩의 자식이라 괄시받으며 고향집을 떠났고, 나라를 떠나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떠돌며 일하고, 아무데서나 잠을 자며 또 그것이 매우 편한 사람인 아버지. 수동은 여행 속에서 아버지의 삶의 자취를 마주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수동은 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무라." "먹어라"라는 뜻과 無라는 중의적인 뜻을 지닌 이 말은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며, 평생 단 둘이 여행을 떠나본 적 없는 아버지와 아들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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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의 봉구는 35년 전 독일로 입양된 후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온 이유를 관광이라고 여기기 위해 일회용 카메라를 하나를 들고, 자신을 떠나보낸 곳으로 다시 떠나왔다. 하지만 이 극적인 만남 속에서도 엄마인 말심과 봉구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지 않는다. 세월의 간극만큼이나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이 짧은 만남을 끝으로 다시 서로를 떠나게 된다. 일회용 카메라의 눈부신 후레쉬 빛처럼 인생의 단 한 번, 짧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을 남겨둔채 말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떠돌다 지쳐 우리가 미쳐 잊고 있던 가장 소중한 감각인 '마주함'. [떠돔 3부작]은 동시대를 읽어내는 많은 키워드 중 '떠돎'이 여전히 유효하기에 '무엇이 우리를 떠돌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더 세밀히 살펴보고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오늘 날을 일컬어 '각자 존재하고 홀로 소멸하는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라고 비유했다. 또한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체 현대'와 '액체 현대'로 구분하였는데, 전자가 계획적이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말한다면 후자는 우연적이고 불확실하며 지속해서 변화하는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를 말한다.

 

더 이상 사람들은 한 가지 장소,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다. 혹은 어딘가에 정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거나, 사랑도 인간관계도 너무 견고한 관계보다 흐르는 것을 선호한다. 10년 내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와 파트 타임 일자리로 대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듯 오늘날 일자리와 살 곳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떠돔 시리즈' 속의 '떠돔'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상태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도시에서, 세계에서, 어딘 가에서 어딘가로, 살기 위해 움직이는 인간들의 상태이다. 그 상태에 주목하고 그것을 온전히 무대에서 드러내고자 한다.

 

10년에 걸쳐 각기 공연 되어왔던 [떠돔 3부작]에는 연기력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극단 목화 출신으로 드라마 '법쩐', 영화 '내부자들', '암살'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사랑받았던 배우 김홍파를 비롯 손성호, 김시영, 서동갑, 조은아, 이진경 등이 밀도 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할 예정이다.

 

한편, 즉각반응의 대표이자 연출인 하수민은 독창적 소재와 심도 있는 작품 해석으로 평단의 관심을 받고, 치열한 예술 활동의 업적을 인정받아 2023년 제25회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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