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티 코스터가 선사하는: 매일, 당신의 분위기

for you, each day, each mood
글 입력 2020.06.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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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일에는 차(茶)나 과실청같은 선물을 많이 받았다.

 

현대사회에서 카페인을 섭취하지 못한다는 건, 특이한 점이라서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카페인 중독자 같은 나의 외형 때문에 3년째 잊어버리는 친구도 있는 반면에).

 

다양한 커피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얼결에 음료 애호가가 되어버린 것 같은 나와 커피사냥꾼들이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티 코스터(Tea Coaster).

 
그대로 한글로 옮기면 컵받침이나, 차의 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티 코스터란 자고로, 테이블 위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컵이 미끄러지지 않아야 하며, 컵에서 나오는 물방울들이 테이블에 내려앉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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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noon_macrame

 

 
티 코스터는 단조로운 테이블 위의 포인트가 된다.
 
네 잔의 컵 밑에 똑같은 모양의 코스터를 놓아본다. 내일은 제각각 다른 스타일로 바꿔본다. 손바닥보다 작은 코스터 위의 차와 커피와 음료와 맥주의 맛은 이상하게도 더 좋은 풍미를 가져다준다. 선물 받은 차를 어느 비율로, 몇 분을 우려 내는 지의 전음(前飮) 단계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음료를 즐기는 장면이다. 
 
펍에서, 카페에서 괜히 형형색색의 컵받침을 같이 주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셰프들이 플레이팅에 신경을 쓰듯 음료도 천원 대의 티 코스터의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
 
길다란 유리잔의 오미자 에이드가 라탄 재질의 코스터 위에서 토독 토독 기포가 터지며 얼음과, 과실 조각들과 부딪히고 있는 모습은 ‘나를 위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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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achicagostore.org

 

 
혼자 집에 있는 주말에 빨리 마셔서 헤치워버려야 할 일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과 나의 공간 속에 오미자 에이드가 잠시 나를 달래 주려 방문한 것이다. 목넘김 한 번에 끝내버리기보다는, 컵을 적어도 두세번은 원위치 시키면서 내가 준비한 컵의 자리와 컵의 바닥모서리가 닿아 물기가 스며드는 그 감각을 즐기는 주말을 보내본다.
 
음료잔을 그의 자리에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물건을 보는 기분은 생각보다 그렇다. 그래서 다 마신 뒤에도 빈 잔을 한참동안 그 자리에 두기도 한다. 대강 두 번 정도 접은 손수건 위라도 좋다. 그 자리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잘 코팅된 깔끔한 종이, 무언가 울퉁불퉁하게 각인되어 있는 고무, 화려하거나 단조로운 자투리 천, 어딘가 여름 휴가의 느낌을 주는 라탄 등 티 코스터 하나만으로도 내고 싶은 분위기를 전환해본다. ‘주말’,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6월 넷째 주 토요일, 7월 둘째 주 일요일처럼 각기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게 된다. 특별해질 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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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sy.com

 

 
이 특별한 10분은 선물하기도 좋다. 그동안 알고 있던 컵받침처럼 깨질 일도 없으니 이렇게 안성맞춤일 수가 없다.
 
언젠가부터 전시회를 둘러보고 굿즈샵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리면 티 코스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그넷 수집가를 벗어나게 해 줄 새로운 기념품이다. 이젠 어디선가 티 코스터를 발견하고, 이것과 어울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가 카페인을 마시지 못하던, 탄산음료를 싫어하던, 제약사항이 줄어든다. 마음 편하게 사람들에게 분위기를 선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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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lewis.com

 

 
컵받침은 영국에서 홍차를 비롯한 차 문화가 융성할 때, 차를 식혀 먹기 위한 밑접시의 역할이었다. 컵에 입을 대는 것이 아니라 접시를 가져다 대고 호로록 마시는 용도였다. 액체가 들어있는 찻잔은 무겁고 뜨거웠기 때문이다. 무게와 열전도율을 해결한 현대의 컵받침은 이렇게 변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 당신을 존중하기 위해서.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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