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불고기맛 디스코 밴드, 'BULGOG!D!SCO' [음반]

과거와 현재를 담은 밴드
글 입력 2020.06.2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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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고기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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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라는 이름이 들어간 음식의 개수를 세어보자. 소불고기, 돼지 불고기, 불고기 전골, 뚝배기 불고기, 불고기 비빔밥, 콩나물 불고기, 오삼불고기 등 한식 불고기 레시피는 셀 수 없이 많다. 고기를 양념해서 볶으면 거의 불고기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심지어 불고기를 이용한 퓨전 요리도 다양하다. 불고기 버거, 불고기 피자, 불고기 만두, 불고기 또띠아, 불고기 퀘사디아, 불고기 파스타까지 있다. 한국인이 먹는 음식이라면 국적 가리지 않고 일단 불고기를 넣어보는 듯하다.


불고기는 적응과 변화의 달인이다. 애초에 '불에 구운 고기'라는 명칭 때문에, 불에 익힌 고기 요리라면 대부분 불고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불고기라는 이름은 포괄할 수 있는 레시피의 범위가 넓다. 또한, 간장 양념에 버무린 고기가 들어간 요리는 대부분 불고기라고 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레시피라도 간장 양념으로 볶은 고기를 넣는다면, 불고기○○○이라는 이름으로 불고기 요리가 될 수 있다.


덕분에 불고기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불고기라는 이름이 사용된 1920년대부터 불고기는 다양한 레시피로 변했다. 너비아니의 사투리였던 불고기는 서울식, 언양식, 광양식 등의 다양한 종류로 변했고, 국내에 들어온 햄버거와 피자의 대표 격인 메뉴도 불고기버거와 불고기피자가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불고기의 레시피는 다양하게 변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불고기라는 이름만은 그대로 남았다.


불고기는 김치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생존의 달인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변한 레시피는 지금까지 불고기가 살아남을 수 있게 했다. 결국 불고기는 오랫동안 다양한 입맛에 적응했고, 외국인도 좋아할 만큼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2. 밴드 음악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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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음악도 불고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게 변했다. 락이 대부분이었던 밴드 음악은 시간이 지나며 다양하게 변했고, 지금은 과거의 락을 연상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장르로 나누어졌다. 다양해진 불고기의 레시피처럼, 밴드 음악은 다양한 장르로 녹아들어갔고, 락의 전성기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약 60~70년 전, 세계 음악은 락(Rock)의 전성기였다. 과거 밴드 음악의 대부분은 락이었고, 밴드를 한다면 락밴드였다. 밴드라는 명칭은 락이라는 장르에 한정되는 모습이었다. 알앤비나 발라드의 세션이 실제 악기를 연주해도, 락이 아니라면 '밴드 음악'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락은 밴드라는 구성과 '밴드 음악'이라는 단어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밴드를 향한 락음악의 애착은 소수정예 구성에 있었다. 락밴드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악기 편성보다 적은 악기 구성으로 사운드를 채우려 했다. 일렉기타, 베이스, 드럼의 3~4인조로 구성된 밴드는 락밴드의 대표적인 형태였다. 이들은 연주와 편곡, 소리의 변형을 통해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려 했고, 그것이 락의 문법이자 특기였다.


락에서 이어진 다양한 음악은 여러 장르로 이어졌다. 블루스에서 시작된 락은 싸이키델릭, 펑크, 브릿팝, 얼터너티브, 메탈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 마치 불고기라는 이름이 포함하는 고기 요리법이 많아지는 것처럼, 락 또는 밴드 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들도 점점 다양해져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전자음악, 춤과 힙합이 세상에 나온 후 락의 입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밴드보다는 솔로 가수, 악기 연주보다는 춤과 노래가 더 큰 인기를 끌었다. 락의 입지가 줄어드는 건 곧 밴드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의미였다. 밴드 음악은 락과 함께 저무는 것 처럼 보였다. 굵직한 국내 락페스티벌들이 중단된 지 몇 년이 흘렀고, 새로운 락스타는 나오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밴드는 여전히 계속됐다. 전자음악, 흑인음악을 흡수하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갔다. 예전과 같은 락은 점점 사라졌지만, 인디팝, 베드룸팝, 시티팝, 인디락과 같은 장르가 새로 등장했다. 새로운 장르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며 전통적인 사운드와 연주를 토대로 음악을 발전시켰다. 컴퓨터 악기를 사용한다거나, 재즈나 흑인음악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

 

불고기가 변화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남았듯, 밴드 음악도 전통으로부터 변화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밴드 음악은 소수 구성원의 연주는 그대로 남기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에 적응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밴드 음악은 셀 수 없이 많은 장르를 흡수했다. 지금 시대 밴드 음악의 스펙트럼은 지금까지 밴드 음악이 겪어온 변화와 적응의 흔적이다.




3. 불고기 디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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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밴드 음악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혁오'와 같은 락밴드는 물론이고, '브로콜리너마저'와 같은 편안한 음악,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RnB 등등 여러 밴드들이 등장해 새로운 음악을 내놓았다. 그들이 만든 음악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시도였고, 실제로 성공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서 새로운 락밴드가 등장했다. '불고기디스코'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들은 인디락 씬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9년 9월 첫 싱글 '가을이 왔어'로 데뷔한 불고기디스코는 꾸준한 공연과 음원 발매를 통해 인기를 쌓았고, 2020년 현재에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로 취소되었지만, 2020년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컨퍼런스(SXSW)'에 초청되기도 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불고기디스코는 엔지니어를 포함한 기타, 보컬, 베이스, 드럼의 5인 밴드다. 밴드의 핵심인 소수정예 구성답게, 이들은 적은 수의 악기를 조화롭게 섞어 다양한 장르를 표현해낸다. 심지어 메트로놈을 사용하지 않고 서로 간의 호흡에 의지해 소리를 유기적으로 배치한다. 이들은 락, 사이키델릭, 디스코, 펑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불고기디스코의 다채로움은 현시대 밴드 음악의 생존방법이다. 불고기디스코가 다루는 디스코, 펑크, 사이키델릭 등의 장르는 락의 전성기 이후 밴드 음악이 보여준 대안이다. 밴드의 연주와 호흡이라는 장점을 살리며,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들이 들어 있는 음악들이었다. 불고기디스코는 현시대의 밴드로서 이전의 밴드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 넓은 스펙트럼으로 흡수한다.

 

  


 

 

불고기디스코는 'BULGOG!D!SCO'에서 락의 전통을 보여준다. 카운트를 외치며 시작하는 'Sunday Roast'는 밴드의 호흡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메트로놈 없이도 자연스럽게 박자를 맞추며 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밴드의 자존심이 담긴 곡이다. 전통적인 락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곡은 밴드의 근본이 락에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밴드가 보여주는 락의 면모는 락발라드 넘버 '장마'에서도 드러난다. 기타 리프로 느긋하고 감성적으로 이끌어가는 곡은 락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칠고 섬세한 감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F5'는 짧은 곡이지만 빠르고 강렬한 하드락 사운드를 통해 불고기디스코의 연주실력을 보여준다.

 

 


 

 

불고기디스코가 담은 밴드 음악의 다른 모습은 '가을이 왔어'와 '춤추자'에서 드러난다. 2015년 전후로 큰 인기를 얻은 락밴드 칵스(KOXX)의 스타일이 연상되는 곡들이다. 불고기디스코는 그루브하고 리드미컬한 락이 등장했던 때의 음악을 그들만의 색깔로 녹여냈다. 퍼커션과 브라스를 넣어 라틴음악의 리듬을 가져왔고, 불고기디스코의 호흡으로 뜨거움을 담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몇 년 전부터 밴드 음악은 인디팝, 시티팝, 베드룸팝 등의 느긋한 그루브가 유행이었다. Mac Demarco, Men I Trust, Boy Pablo 등의 해외 밴드들이 큰 인기를 얻었고, 국내 인디씬도 이들의 영향을 받아 밴드 음악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불고기디스코는 '잊은줄알았는데', '해가져가네'에서 미니멀하고 느긋한 그루브를 녹여냈다. 게다가 '해가져가네' 후반부의 싸이키델릭한 솔로는 불고기디스코가 가진 넓은 스펙트럼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다.


불고기디스코의 첫 EP앨범 'BULGOG!D!SCO'는 밴드 음악의 현주소다. 앨범은 지금까지 변화된 밴드 음악의 모습을 스펙트럼 안에 담았고, 불고기디스코만의 그루브와 음색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펼쳐나간다. 밴드 음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리고 밴드의 호흡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자.


 

한국을 대표하는 맛있는 음식 ‘불고기’와 남녀노소 흥이 나는 ‘디스코’를 결합시킨 BULGOGIDISCO.

 

불고기(bulgogi)를 영어로 표기할 때 한국 정서를 아는 외국인들에게 거리낌이 없기도 바란다.

 

그들의 장르를 그저 디스코라 정의 할 수는 없으나, 그들의 관계 속 분위기와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 디스코만큼 어울리는 수식어가 없다.


마치 디스코음악에 춤을 추듯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고 싶은 5인조 락밴드 BULGOGID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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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명: 불고기디스코

 

앨범명: BULGOG!D!SCO

 

타이틀 곡: 잊은줄알았는데

 

발매사: 사운드퍼블리카

 

기획사: 불판기획

 

발매일: 2019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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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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