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싸강이 이렇게 해롭습니다. [사람]

2020 봄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글 입력 2020.06.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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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부터 싸이버 강의가 시작되어 쉬지 않고 달려온 나는, 6월 18일 빠른 종강을 마쳤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 학기가 지나갔다. 나의 학교는 중간, 기말고사, 조별과제 발표를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내가 수강한 과목 중에는 과제로 대체된 과목도 없었다. 한 학기 동안 학교에 갈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상상도 못 했다. 내가 이번 학기에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줄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만큼, 시간 관리도 자유롭고, 장소제약도 없고, 무엇이든 여유롭게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강의 알림, 당장 마감 시간인데 먹통 된 컴퓨터, 분명 보냈는데 사라진 메일까지. 고문이 따로 없었다.
 
그나마도 나는 종강이 이른 편이라 지금 이렇게 지난 학기를 돌아보며 싸이버 강의의 "후기"를 떠들어 댈 수 있지, 대부분의 대학생은 인제야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중간고사를 과제로 대체하거나 보지 않은 학생들은 기말고사 시험 범위가 전범위라고 들었다. 다들 안녕하신지 묻고 싶다.


 
절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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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지는 공간적 제약이 없다. 대면 수업이 불가능하니, 모든 공지사항은 학교 사이트나 메일을 통해 전달된다. 당연히 자료도 일정 소식도 전부 연락으로 통보된다. 하지만, 온라인 공지는 공간적 제약만 없는 것이 아니다. 쉴 새 없이 오는 알림, 지워도 지워도 끝이 없는 휴대폰 알림창. 온라인 공지엔, 시간적 제약이 없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알림을 꺼 놓아라,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속 편한 삶을 살 수는 없었다. 단 한 개의 공지를 놓치는 것만으로 너무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싸이버 강의의 현실이다. 과제를 놓쳐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늘 알림을 켜고 공지가 없나 확인해야 하며, 수시로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업데이트된 사항을 찾아야 했다.
 
심지어 어떤 교수님들은 새벽 2~3시경 자료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잊어버리기 전에 자료를 다운로드해 놓은 후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지 않고 놓치기라도 하면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업 화상 채팅 링크 확인 법 공지를 한 번 놓쳤던 나는, 수업에 15분이나 지각하는 일이 있었고, 그 후로 더욱 긴장하게 되었다.
 
알림이 울리는 건, 괜찮다. 하지만, 매 순간 긴장하고 있는 일은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든다. 혹시나 알림이 뜨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생활을 했다. 이메일은 동기화가 늦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시로 새로고침을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됐다. 이 생활을 3개월 넘게 하고 나니, 이젠 여유 있게 쉬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시험을 뭐 어떻게 보라고요...?

 
나는 봄학기에 총 7과목을 수강했고, 전부 시간에 맞춰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형식이었다. 문제는, 7과목이 전부 다른 제출 방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과목별로 숙지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차질 없이 시험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험 방법을 익혀 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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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로 파일을 받아서 푼 후 제출하는 건 매우 양호한 방식이었다. 학교 사이트 내의 퀴즈 프로그램으로 푸는 것도 괜찮았다. 문제는, 시험 감독이 불가능 하는 점을 문제 삼아, 새로운 방식으로 도안해낸 교수님들이 계셨다.
 
시간제한이 걸리는 시험 프로그램 툴을 이용해 시험을 친 과목도 있었고, 타자가 느린 학생들은 서술형 답을 다 적지 못한 채 시험을 끝내야 했다. 또한, 직접 화상채팅 화면에 시험 문제를 띄어 주고, 본인이 시간에 맞춰 넘기는 과목도 있었다. 교수님 컴퓨터에 알림창이 뜨는 순간 화면이 가려지는 대참사가 일어났었다.
 
이런 방식들로도 부족하다고 느낀 교수님들은 직접 감독을 하기 위해 시험 시간 내내 카메라를 켜 놓은 채 진행하게 했다. 심한 경우, 삼각대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고정한 후, 컴퓨터와 책상이 전부 보이도록 각도를 맞춰 시험을 치르게 했다. 카메라 각도를 맞추기 위해 시험 30분 전부터 삼각대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카메라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대면 수업 진행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방법들이지만, 7과목의 시험 방식이 전부 다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확실한 대처가 없던 것은 몹시 아쉬웠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조율을 해주긴 했으나, 아무래도 한계가 극명히 보였고, 학습량 외적인 부분에서 감점의 요소가 있었다는 게 꽤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눈과 목을 포기하고 쟁취한 종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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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를 노트북만 바라보고 모든 일정을 진행하고 나니,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했다. 눈의 피로도가 많이 쌓여서 두통이 오거나, 안구건조증이 생기는 건 학기 초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책상 한구석에 인공눈물을 두고, 수시로 눈물을 흘리며 수업을 들었다. 실제로 울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기말고사 기간 중, 목이 고장 나버렸다. 종일 노트북을 보고, 밤을 새워가며 타자를 두들긴 결과, 목 근육이 뭉쳐 심한 통증을 야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험 기간에 쌓인 스트레스는 뒷목 근육을 긴장 시켜 더욱 압박했다.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노트북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나는, 기말고사 시작과 동시에 신경외과를 찾아야 했다.
 
싸이버 강의로 인해 눈이 아프다는 대학생들은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당연히 평소에도 노트북과 휴대폰을 과다 사용할 경우 안구 피로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 없이 계속해 스크린을 봐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직장을 다니는 어른들이 왜, 거북목, 터널증후군, 목 디스크로 인해 고통받는지 한 학기 내내 체험해볼 수 있었다.
 
모든 자택 근무나 온라인 활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갑작스럽고, 조금 더 긴장되는 상황이라서, 신체 구석구석이 놀라버린 것 같다. 이제 종강했으니까 나아지겠지만, 과제 하다 물리치료라니, 조금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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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교는 과목별로 'P/NC(성적 반영이 되지 않고, 패스/논패스로 기록되는 제도)' 또는 성적 반영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남은 일은 성적을 확인하고 적절하게 P/NC를 거는 일이다. 학교 측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융통성을 발휘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고 있다.
 
생각해 보니, 이번 학기 종강 축하는 조금 더 극적이어도 될 것 같다. 어쨌든 한 학기가 지났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학점을 따냈다. 수업도 과제도 시험도 마친 것이다. 온라인이니까 쉬웠을 거다? 물론 잘 맞는 사람들은 괜찮았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 방식으로 인해 모두 각자만의 스트레스를 안고 있고, 그만큼 종강이 간절한 한 학기였다.

 

종강한 지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더는 시간 맞춰 화상통화를 켜지 않아도 되고, 알림을 확인하거나, 메일을 새로고침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엄청 편안해졌다. 두통도 사라지고, 잠도 잘 잔다. 어찌나 평화로운지, 학교 다닐 때보다 종강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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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 나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이번 학기는 학점을 올릴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보며, 이번 학기는 어쩔 수 없이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만이 정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이 상황에 한 학기 수강하고 참여한 것도 대단한 거지. 모두 같은 마음으로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길 바란다. 그저 한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일이다.
 
사실 다음 학기도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한 학기 싸이버 강의를 해낸 대학생들이 최고다.
 
아직 시험 보고 있는 모두를 포함한 전국 대학생 여러분, 몸과 마음에 해로운 싸이버 강의 마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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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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