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해의 결여, 망가져 가는 사회 – 연극 '고기잡이 배' [공연]

글 입력 2020.06.20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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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는 지구의 70%를 차지한다는 넓디넓은 바다에 비해, 어처구니없이 낡고 작은 어선에, 이미 초과 인원을 태우고 불법조업을 일삼는 배 따위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돈'이었다.

 

 

돈, 돈, 돈. 그게 뭐라고. 때로는 가장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돈. 돈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기엔 돈 자체가 목적으로 여겨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곤 한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부의 정도에 따라 얼마나 많은 일상이 바뀌게 되는지를 깨달았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었던 고등학생까지의 학창시절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얼마나 더 돈이 중요시될까. 돈 때문에 배신과 다툼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돈을 벌면 뭐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일상은 각박해질 대로 각박해져 있는데.

 

 

 

인종


 

우리나라 안에서도 인종 차별은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화와 같은 미디어에서 조선족을 좋지 않은 모습으로 그리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보내는 등. '고기잡이 배'는 1996년도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지만, 2020년의 대한민국은 과연 얼마나 바뀌었나?

 

우리는 같은 사람이다. 살아가고 싶은,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다. 모두가 착하지는 않을지언정 착하고 나쁨을 구분하는 기준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선원 중 한 명이, 자신이 그냥 '한국 사람'이었다면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마음이 아팠다. 우린 아직 과거에 머물러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 차별은 돌고 돌아 결국 모두를 병들게 할 것이다.

 

 

 

살아남기


 

[꾸미기][크기변환]2017년 공연 사진2.jpg

 

 

갈등을 겪는 그들은 사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바다 위에서 살아남는 것. 살아남아야만 삶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 그게 원하는 모습이든, 원하는 모습이 아니든.

 

배 위의 사람들을 악한 쪽, 선한 쪽으로 구분할 수 없었다. 좁은 배 안에서 서로를 위협하며 싸우는 그들은 인간성을 잃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무얼 위해서?

 

또한,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위태로운 배처럼 기울어져만 가는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해의 결여.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의 부족. 그것이 이 사건의 시작이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의 원인이다. 나와 같이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존중의 마음을 가지면 이런 사건은 일어날 수가 없다.

 

우리 사회의 어딘가가 망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꾸미기][크기변환]포스터1.jpg

 

 

‘고기잡이 배’는 무대가 넓지는 않지만 21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상당히 스케일이 큰 연극이었다. 좁은 배 속의 작은 사회를 잘 그려낸 것 같다. 배우들이 배 안을 걸어 다니는 부산스러운 소리도 분위기를 한층 사실적으로 형성했다. 거칠고 각박한 그들의 삶이 드러나는 발소리인 것 같았다.

 

극 후반부에는 배우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른다. 두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사람들의 노래. 즉,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래이다. 육지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배 안이지만, 그곳은 오히려 육지에서의 삶의 모습이 더 축약되고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공간이다.

 

또한, 극의 시작과 끝에 21명의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대사를 들을 수 있는 게 정말 좋았다. 잠깐이나마 나도 원양어선의 선원이 되어 그 좁은 방들을, 그리고 갈등을 겪는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본 기분이 든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고기잡이 배는 평화로우면서도 강해 보이나, 그곳엔 차별과 갈등 가득한 사회가 있기도 하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부분의 것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는 것 같다. '고기잡이 배'는 그 그림자의 어두움에 대해서 스스로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해주었던 작품이다.

 

 

*

고기잡이 배
2020 한국문화예술위윈회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품


일자 : 2020.06.05 ~ 2020.06.28

시간
화, 수, 목, 금 오후 8시
토, 일 오후 4시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제작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

LP STORY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8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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