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이차를 알게 된 건 작년 여름에 나간 다과 프로그램 취재에서다.
비오는 날, 한옥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선생님께 구전동화를 듣듯 보이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여름임에도 무섭게 쏟아지던 비에 쌀쌀하던 날씨와 달리 선생님께서 쉼없이 채워주던 보이차가 수강생들의 몸과 마음을 따스히 채워주었다. 평소 접할 수 없던 오랜 기간 말린 보이차를 다양히 즐기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프로그램이 끝나 있었다.
이 취재를 시작으로 보이차가 조금은 눈에 익은 존재가 되었다. 그저 차종류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보이차가 가지는 의미, 경제적 가치, 역사 등 여러 방면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도서도 함께하게 되었다. 작년에 들었던 보이차의 이야기들이 다시금 떠오르며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자에 관한 생각이었다. 중문학을 전공하고 보이차의 매력에 빠져 운남농업대학교 다학과까지 진학했다는 저사의 이야기를 보고 차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크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먼저 들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인생을 살며 본인이 하고싶은 것을 찾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를 찾고 행하였으니 말이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참으로 편안한 역사서 같다는 것이었다. 차나무의 원산지인 운남에서 시작된 보이차가 몸값이 비싸지고 인기가 있어지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보이차 애호가 뿐만이 아니라 가볍게 역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을 책이다. 운남 사람들의 전설에서부터 시작한 보이차는 마시는 골동품이라는 별명까지 얻게된다.
또한 보이차의 역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tip이 함께 소개된 점이 소소한 재미를 더하였다. 평소 차에 대해 궁금했던, 또는 궁금하지 않았지만 보는 순간 궁금해지는 내용들로 꾸며진 tip들은 숙차의 핵심 기술이라던가, 햇빛에 말린 모차와 기계로 말린 모차의 차이는 무엇인지, 차를 왜 덩어리로 만들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함께한다.
이 외에도 일상의 차, 돈이 되는 차와 같은 다양한 별명과 모습을 책은 친절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러면서도 재미를 담아 편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상의 차였던 보이차를 통하여 과거의 식생활을 알고, 차문화를 알고, 역사적인 고증이 이뤄지고, 나아가 부와 관련한 경제사를 알게 되었다. 항상 우리의 삶을 함께하던 사물, 음식 등이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롭게 깨달은 것이다.
나와 함께하고 있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중 미래에 가치가 달라지고 역사를 고증하는 대명사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차를 통해 과거를 봄과 동시에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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