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자주 다닌 편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이사는 곧 전학을 의미했고 모든 친숙한 것과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분명 밝고 시끄러운 난데 소심한 성격 탓에 새로운 환경에서의 첫날은 항상 다른 내가 되어있었다. 낯선 것들을 마주하기 전날이 불안했고 당일의 적막함이 싫었다.

고등학교 3학년도 마찬가지였다.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되는 당연한 시대는 지나갔고 하루하루 불안감으로 쌓여갔다. 스물의 내가 어떤 환경에 처하게 될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면이 불안으로 가득한 사람임을 자각하고 있다. 변화하는 것에 쉽게 두려움을 느끼는 성격 탓인 것 같은데, 이유야 어찌 됐든 불안함은 내 안에서 빠른 속도로 가지 치듯 영향력을 미쳤다.

기대하던 약속이 취소되는 게 싫었고, 입장을 번복하는 사람이 싫었다. 그래서 항상 어떤 상태에 대한 안정에 집착했고, 좋아하거나 닮고 싶었던 사람도 대체로 우직한 사람이었다.

인생을 버틴다는 것

어떻게 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별 힘이 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태생이 그런 성격이거나 특별한 기술이 있다고 추측했지만, 답은 간단했다. 하나둘 조금씩이라도 삶을 버티며 보내는 것.

‘견디다’라는 단어는 이유 모를 어감의 느낌 때문인지 몰라도 내겐 수동적으로 인지됐다.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쉬운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버티는 데도 정말 많은 힘을 있어야했다. 단순히 참는 행위는 절대 아니었다. 버티면서 자신만의 층을 쌓아가는 것이었다.

맞다. 운동을 하더라도 ‘1개만 더 해보자’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공부를 하더라도 ‘1문제만 더 풀어보자’라는 말로 수십 장을 넘겨 나갈 수 있다. ‘버팀의 임계점’이 있다고 한다. 버티다 보면 무언가를 이루어지는 시점. 사소해 보이지만 버티는 과정엔 반드시 무언가 쌓이게 되어있고 항상 꼬리를 따라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종식한다.

기록의 힘

그래서 기록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매번 새로운 종류로 나를 찾아와 한 번도 익숙함을 느끼지 못했던 불안함을 진정은 시킬 수 있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날 것의 기록을 시작했던 순간이다.

정제되지 않은 문장들과 숨기지 않는 감정들을 마구 적고 났더니 한 건 해낸 듯한 성취감과 후련함이 들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다양한 감정들이 얽혀있어 풀 수 없었을 것 같던 감정도 결국엔 같은 본질에서 파생된 것들이었다. 실제 저자 또한 기록이 주는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 삶의 방향을 알려준다.

(2) 내 마음의 상태를 마주하고 객관화할 수 있다.

(3) 다짐을 하고 실천을 하게 한다.

(182-185p)

이 효과를 진정으로 느끼기 위해선 ‘나’를 포커스로 한 ‘솔직한’ 기록은 필수적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볼 것도 아니다. 오직 나만 효과를 느낄 수 있고, 나를 위해 존재할 전유물이다.

사람들은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매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씨로 채운면들보다 공백이 더 많을 것을 예상하더라도 같은 행동을 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좀 더 자란 당신이 해결해준다”는 문장을 봤다. 기록은 시간이 흐르기 전 미성숙했던 나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글을 가만히 읽기만 하더라도 나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또 한 번 나에게 속아주며 기록할 만한 수단을 마련하는 것 아닐까.

취업 준비의 초입과 겹쳐진 ‘코로나 19’는 강제적으로 변화 중 변화 속으로 나를 들이밀었고, 나는 그렇게 오늘도 불안해한다. 나를 옥좨는 불안감은 주로 1.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2. 남들과 비교할 때 발생한다. 당분간은 욕심 좀 버리고 버티면서 살아 봐야겠다. 앞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나는 무언의 힘을 쓰며 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견디는 힘

- 불확실한 오늘을 잘 버티는 5가지 기술 -

지은이

스테르담

출판사: 빌리버튼

분야

자기계발

규격

128 x 188

쪽수: 288쪽

발행일

2020년 4월 1일

정가

14,500원

ISBN

979-11-88545-81-0 (03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