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시간의 흘러감을 따라서

요즘 나의 생각들
글 입력 2020.04.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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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핸드폰 화면 속에 계속 울려대는 ‘거리 두기’라는 글자들. 이 작은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사람들은 거리를 두고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놀란 마음은 이렇게나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이슈가 될지 몰랐던 채 벌어진 일들에 다시금 놀라버렸다. 꽃은 피는데 마음에 봄은 오지 못하고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던 날들이 이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떠나 보내야만 사랑인줄 알 듯이 잃고 나서야 자유였음을 새로이 깨닫는 날들이다.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일상은 미묘하면서도 대단히 바뀌게 되었다. 개강은 했지만 학교에는 나가지 않는다. 난생처음으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평소라면 글을 써도 카페에서 썼다면 지금은 거의 집이다. 답답할 때는 잠시 집 앞의 산책과 차 안에서의 드라이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피하게 되고 나가더라고 실외에서 잠깐. 혹시 내가 걸릴까 하는 두려움 반 걸려서 남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하는 두려움 반이 뒤섞여 낯선 일상 속의 불안함만 커져가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영 찝찝하다. 찝찝하면서 지루하다. 변화 없는 일상에 하루하루는 언제 지났는지 구별 없이 지나가고 그 속 시간의 단위들은 주욱 늘어나는 치즈처럼 팽팽함 없이 아래로 아래로 쳐져만 간다. 아ㅡ지루하다 지루해. 내뱉기도 전에 지친다.

 

누군가 자꾸 시계바늘을 뒤로 돌리는 것 같다. 세상의 시간은 흐르고 나의 시간도 흐르고 달력 속 숫자도 바뀌어가는데 자꾸 제자리에 숨게 된다. 나만 홀로 그 자리에 그대로, 시간이 멈춘듯한 기분을 방패막으로 삼게 된다. 모두 앞으로 나갈 때 가만히 있는다는 건 뒤로 간다는 것을 말하는지도 모르고 계속 그렇게, 뒤로 뒤로…….

 

이렇게 쓰고 나니 정말 두려워졌다. 나는 물의 흐름에 맞추어 함께 흘러가는 꽃잎이 되고 싶었다. 웅덩이에 떨어져 고여서 썩어가는 잎을 원하지 않는다. 맑은 샘물을 따라 졸졸 흘러가다 강을 만나 둥둥 떠가다 마침내 바다를 만나고 싶다. 나는 지금 흐름을 느끼지 못해 두려운 것일까 흐름을 직면해버려 두려운 것일까?

 

이런 적막한 기분이 들 때면 나는 또 매번 고민해도 늘 비슷하니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도 있나보다ㅡ하고 떠올린다. 어떤 것들은 이미 내 손을 떠나있다. 나는 늘 그것들의 뒷꽁지를 쫓는다. 저 멀리 있으면 절박하고 손에 쥐면 거추장스러운 것이 꼭 어린시절의 사랑 같다.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하기를 멈추고 싶다. 비이성적일 것을 알기에, 꼭 그럴 것 이기에.

 

잡생각은 털어내고 시간은 안전하게 흐르는 그런 일을 원했다. 그래서 몇 가지의 소소한 일상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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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꽃을 사기 시작했다. 꽃은 축하하기 위한 것으로만 생각해왔다. 누군가에게 받거나 누군가에게 건네거나. 꽃은 먹을 수도 쓸 수도 없으며 평생 지속되지도 않고 며칠이면 시들어버린다. 참으로 부질없다. 그렇기에 더욱 꽃은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런 꽃을 내 손으로 사보았다. 노란색 프리지아. 몇 송이 만으로도 방 안에 가득 찬 향기는 꽃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해주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화병에 깨끗한 물을 새로 담고 꽃의 줄기를 다듬는다. 물을 잘 흡수하도록 사선으로 하나하나 자른다. 다시 화병에 꽂아 모양을 잡아줄 때면 꽃들의 시간이 느껴진다. 떨어진 잎사귀와 새로 핀 봉오리, 힘을 잃어가는 과거의 영광과 새로운 아름다움은 함께 흘러간다. 매일 그 시간을 지켜볼 때면 나는 비워지고 나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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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지켜보니 더 긴 시간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레몬나무를 반려식물로 들였다. 아직은 작은 키의 어쩐지 연약해 보이는 나무지만 언젠가는 레몬이라는 시간을 나에게 주길 기대한다. 지금은 작은 하얀 꽃이 피어있다. 딱 한 송이지만 거실 전체에 부드러운 크림 향이 포근히 감싼다. 꽃보다는 느리고 둔하지만 나의 레몬나무도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조금은 더 묵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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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떨이개를 샀다. 방안에는 늘 조용히 눈이 나린다. 아주 미세하고 부드러운 솜털 같지만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은 더 쌓여가고 아주 귀찮아진다. 그러기 전에 창문을 열고 먼지떨이개를 집어든다.


탁자와 화장대, 피아노와 오디오의 위 표면을 부드럽게 털어줄 때면 시간이 날아간다. 창문 밖으로 그것들을 털어낼 때면 시간이 이리도 가벼웠나 싶다. 뒤에 대고 나는 말한다ㅡ훨훨 날아가라 아주 멀리 저 이국 땅 어딘가로, 나 대신 날아가주라.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는 밤을 지새울 이야기를 전해주라. 나도 무언가가 되어있을 테니.

 

이 일상들은 나의 어떤 것도 바꾸지 못했다. 그저 잠시의 시간을 흐르게 만들고 나의 마음을 멈추게 해주었을 뿐이다. 때론 그런 작은 것이 모든 걸 바꾸기도 한다지만, 그런 거창한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흘러가주었으면 한다. 영원히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하게 그렇게.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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