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트루먼 쇼',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영화]

글 입력 2020.04.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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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로라 리니)은 부부싸움 도중에 갑자기 남편 트루먼(짐 캐리)에게 코코아 통을 들며 건강에 좋다며 강력하게 권한다. 이 통을 드는 그녀의 손동작과 표정이 CF가 연상되는 포즈다. 또, 트루먼이 이 마을을 떠나 피지로 향하려고 하자 갑자기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그것도 트루먼이 있는 그 도로에만 말이다.


어느 날에는 트루먼이 라디오에서 자신의 동선과 행동이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소리를 듣게 된다(‘트루먼 쇼’ 진행의 실수로).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을 향하여 모든 말과 행동에 따라 반응하고 움직이는 것 같은 기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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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여 년 전에 개봉한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는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Truman Burbank)의 삶을 24시간 라이브로 방송된다는 영화다. 트루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연기를 하는 배우다.


아내 역을 맡은 메릴은 간호사 연기를 하면서 TV시청자에게 협찬 받은 제품을 광고하기도 한다. 가장 친한 친구 역을 연기하는 말론(노아 에머리히)은 짜인 대사대로 트루먼과 대화한다. 주변이 마치 자신을 지켜보는 듯 한 수상함을 감지하기 시작하여 진실을 알려고 하는 트루먼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설정이 특이하고 흥미로웠다. 이 영화가 워낙 유명하고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제야 봤다. 짐 캐리가 출연한 거라 <마스크(The Mask, 1994)> 시리즈처럼 코믹한 슬랩스틱 영화이고 마음을 울릴 만한 메시지가 과연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끝에 나는 눈물을 쏟아내며 마지막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명작은 명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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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욕망과 진짜 나의 욕망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과연 오로지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영화에 따르면 우리의 삶은 전부 가정, 학교, 지인 등으로부터 무의식적으로 세뇌된 결과다. 물론 대부분 우리는 결국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살게 되는 것이 이치지만, 누구나 마음 한편에는 진실 된 욕망을 잊지 않고 있다.


트루먼은 대학 시절, 로렌(로렌은 배역의 이름이고, 실제 그녀는 ‘실비아’라고 한다)이라는 여자와 눈이 맞는다. 그러나 트루먼 쇼의 시나리오는 둘이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 로렌은 잠시 ‘일탈’하여 트루먼과 해변에 가서 입맞춤을 하면서 모든 것이 거짓이고 짜인 각본임을 폭로한다. 그녀는 피지로 간다는 말을 남긴 채 트루먼을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된다. 그리고 쇼의 설정에 따라 트루먼은 다른 여자 메릴과 결혼한다.


그러나 트루먼은 로렌을 잊지 못하여 잡지에서 그녀의 눈, 코, 입과 닮은 사진을 조각조각 잘라내 붙여 그녀의 얼굴을 만들어 간직하고 틈틈이 꺼내본다. 트루먼은 로렌의 얼굴이 온전하고 아름답게 나온 사진을 갖고 있지 않으며 그는 단번에 자신의 사랑을 찾아 가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 각자의 욕망은 정제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으며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마음속에 품기만 한다.

 

 

 

‘미지의 세계로’, ‘내가 얼마나 멀리 갈지’


 

세상은 내게 이렇게 불완전한 형태로 정답이 아닌 힌트만을 준다. 꿈이 무엇인지 ‘떠먹여’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알아차린 후, 나는 선택해야한다: 그것을 향해 뛰어 들어갈 것이냐, 아니면 ‘감시망’ 혹은 ‘보호막’ 안에 안락하게 할 것인가 말이다.


미국은 이런 주제의 영화, 즉 꿈을 향해 용기를 내는 ‘자기계발’ 성격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겨울왕국2(Frozen2, 2019)>의 OST “Into the Unknown미지의 세계로”에 가사를 보면 “I'm afraid of what I'm risking if I follow you너를 따라 미지의 세계로 갔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이 두려워”라고 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떠나려는 주인공 엘사의 다짐을 볼 수 있다.


또, <모아나(Moana, 2016)> OST “How far I’ll Go내가 얼마나 멀리 갈지”에서는 모아나가 현재의 삶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만족스럽게 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자꾸 어디 모르는 세계가 자신을 부르는 것과 같은 혼란을 겪는다.

 

See the line where the sky meets the sea?

It calls me

And no one knows how far it goes

If the wind in my sail on the sea stays behind me

One day I'll know If I go, there's just no telling how far I'll go

 

수평선을 봐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저 수평선이 나를 불러

아무도 몰라 얼마나 멀리 있는 지

바다 위 돛의 바람이 내 뒤에 머문다면,

언젠가 알수 있겠지 내가 얼마나 멀리 갈지

 

I know everybody on this island seems so happy on this island

Everything is by design

I know everybody on this island has a role on this island

So maybe I can roll with mine


나는 알아 이 섬에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는 것

여기 모든 것은 정해져 있어

나는 알아 이 섬에서 모두 각자 역할을 가지고 있지.

아마 나도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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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나의 삶을 개척해나가기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빅브라더와 같은 ‘감시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감시 받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타인을 의식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트루먼이 진정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피지로 떠나는 결말은 결국 우리는 각자 오래 품고 있던 사랑하는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닐까?


트루먼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배를 타고 피지로 떠난다. 트루먼 쇼를 제작한 총 책임자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풍랑과 폭우를 일으켜 트루먼을 무너뜨리게 만든다. 그러나 트루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항해한다. 그러다 그 트루먼 쇼의 끝, 경계를 만난다.


크리스토프는 끝까지 경고와 회유로 이곳에 있으라고 설득한다. 그럼에도 트루먼은 의연하게 웃으면서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요(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라는 평소에 하는 인사를 건네며 당차게 나선다. 경계에 있는 문을 열고 코앞에 캄캄한 곳을 향한다.


트루먼, 그 인물의 삶의 끝은 TV 프로듀서도, TV시청자도, 트루먼 자신도, 이 영화를 보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 경계의 문을 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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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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