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번째 소설은 심너울 작가가 실제로 작가로서 처음 쓴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만 사람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데, 주인공은 우연히 수화 카페에 가게 되고 여기서 일어나는 또 다른 소통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쓴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고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충분했다.
그리고 딱 작가의 특유 분위기나 성향을 느낄 수 있었는데 꼭 내 마음에 들었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이를 정치질에나 이용하고 돈으로밖에 보지 않는 사회 모습과 이런 상황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우연한 기회로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고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결말은 내가 꿈꾸기도 하는 상상이라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소설이 저절로 기대되었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역시나 2번째 소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 모음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재밌게 읽은 단편이 바로 이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다.
경의중앙선을 처음 이용해보는 주인공이 경의중앙선 전철을 기다리다가 결국 역에 속박된 원념들과 어떤 유명 웹툰 작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영혼과 생기, 지성을 잃어버리고 열차가 멈출 때 나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계속되는 연착 문제를 재치 있게 표현한다.
“왜, 열차가 계속 안 오면 그냥 나가서 택시나 버스 타면 되는 거 아니에요?”
“매몰 비용이 문제예요.10분을 기다렸으니 이제 5분이면 열차가 오겠지.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하루를 기다렸으니… 게다가 시간표를 보고 있으면 언젠가 정말 열차가 도착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이곳에 묶이는 거죠.”
- p.50

“미쳤어?여기서 출근 시간얼마 안 걸린다는 말하면 큰일 나요!다들 그거 때문에 이 꼴이 난 사람들인데!”“통학-통학-출근-출근”
“한양대 왕십리 회기 청량리”- p.52
앉으면 허리 건강에 직격타인 쿠션 처리도 되지 않은 딱딱한 쇠로 된 좌석,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종교 할머니 할아버지, 잦은 연착과 동인천 급행이었던 열차가 갑자기 구로에서 운행 종료로 불이 꺼지고 내리라는 통보, 임산부석에 버젓히 앉아 유튜브나 보고 있는 남자들, 정말 한탄만 하다가 끝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문제를 대신 꼬집어주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도 해소되었다.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용의 존재도 심너울 작가의 이야기에서는 당연한 공간에서 등장한다.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옆에 있는 모습들이 배경으로 묘사되는데 그 당연한 공간에서 낯선, 신선한 존재들이 나타난다. 첫번째 소설부터 마지막 소설까지 너무나 재밌게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읽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익숙함과 신선함을 이렇게 맛있게 버무리다니.
퇴근 후, 하루의 할 일을 마치고

- 안전가옥 쇼-트 01 -
장르소설
판타지, SF
100X182mm
2020년 01월 20일
979-11-90174-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