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맛있게 버무린 익숙함과 신선함 -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도서]

글 입력 2020.02.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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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심너울의 단편소설 5개를 모은 책으로, 서울 신촌, 마포구, 관악산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에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신선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이 책의 독자가 등장 배경이 되는 곳에 가면, 문득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곳, 주로 생활을 하는 곳이 책 속 배경으로 등장해서 더 신기하고 내적 친밀감을 느껴 공감하기도 하며 순식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일상의 공간에서 새롭고 신선한 사건을 상상하고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의 재치에 감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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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5개의 단편소설을 모았다. 그중 3번째로 실린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가 전체 책의 제목이 되었다. 나는 무엇보다 1번째 소설과 2번째 소설이 기억에 남아 이에 대해 더 다뤄보려고 한다.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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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째 소설은 심너울 작가가 실제로 작가로서 처음 쓴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만 사람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데, 주인공은 우연히 수화 카페에 가게 되고 여기서 일어나는 또 다른 소통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쓴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고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충분했다.

 

그리고 딱 작가의 특유 분위기나 성향을 느낄 수 있었는데 꼭 내 마음에 들었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이를 정치질에나 이용하고 돈으로밖에 보지 않는 사회 모습과 이런 상황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우연한 기회로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고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결말은 내가 꿈꾸기도 하는 상상이라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소설이 저절로 기대되었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역시나 2번째 소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 모음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재밌게 읽은 단편이 바로 이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다.


경의중앙선을 처음 이용해보는 주인공이 경의중앙선 전철을 기다리다가 결국 역에 속박된 원념들과 어떤 유명 웹툰 작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영혼과 생기, 지성을 잃어버리고 열차가 멈출 때 나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계속되는 연착 문제를 재치 있게 표현한다.

 

 

“왜, 열차가 계속 안 오면 그냥 나가서 택시나 버스 타면 되는 거 아니에요?”


매몰 비용이 문제예요.10분을 기다렸으니 이제 5분이면 열차가 오겠지.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하루를 기다렸으니… 게다가 시간표를 보고 있으면 언젠가 정말 열차가 도착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이곳에 묶이는 거죠.”


- p.50


 
매몰 비용 문제는 내가 항상 겪는 고민이며 결국 빠지게 되는 문제다. 달려가는 열차, 대중교통 앱과 심리 싸움을 벌이며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싸우다가 결국엔 늦게 터덜터덜 집에 들어가는 나를 표현한 문장 같아서 헛웃음이 난다.

경의중앙선은 경기도와 서울을 이어주는 열차로 배차 간격은 10분이 기본이고 춘천 가는 itx 청춘열차와 같은 탑승구를 쓰기 때문에 겹치기라도 한다면 그날은 재수 꽝인 그런 열차다. 나도 매일 매일 등하교 때 이 경의중앙선을 이용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책 속 ‘역에 묶여버린 원념’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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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여기서 출근 시간
얼마 안 걸린다는 말하면 큰일 나요!
다들 그거 때문에 이 꼴이 난 사람들인데!”
 
“통학-통학-출근-출근”
“한양대 왕십리 회기 청량리”

- p.52
 
 
나도 그렇다. 왕복 4시간 통학러다. 36개 정류장을 거쳐서 학교에 도착하고 수업을 반나절 듣고 36개 정류장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 인천 – 서울 통학 생활은 3년째 계속되고 있고, 경의중앙선만큼이나 악명 높은 1호선도 타기 때문에 이 ‘대중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자면 차고 넘친다. 작가가 이렇게 유쾌하게 블랙코미디로 대중교통의 문제를 짚은 것이 속 시원하기도 하고 나도 1호선에 대한 썰을 이렇게 재밌게 풀어볼까 생각도 하게 된다.

앉으면 허리 건강에 직격타인 쿠션 처리도 되지 않은 딱딱한 쇠로 된 좌석,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종교 할머니 할아버지, 잦은 연착과 동인천 급행이었던 열차가 갑자기 구로에서 운행 종료로 불이 꺼지고 내리라는 통보, 임산부석에 버젓히 앉아 유튜브나 보고 있는 남자들, 정말 한탄만 하다가 끝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문제를 대신 꼬집어주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도 해소되었다.

누가 이 마음을 알아줄까 했는데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에서 알아봐 줘 괜히 고마웠다.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용의 존재도 심너울 작가의 이야기에서는 당연한 공간에서 등장한다.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옆에 있는 모습들이 배경으로 묘사되는데 그 당연한 공간에서 낯선, 신선한 존재들이 나타난다. 첫번째 소설부터 마지막 소설까지 너무나 재밌게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읽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익숙함과 신선함을 이렇게 맛있게 버무리다니.

 

서울을 오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이라면, 이 책을 읽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가 무심코 해버리고 끝내는 짧은 생각,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지만 지나가는 부조리한 특성들을 아주 재치 있게 꼬집으며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단편 모음집이다.
 
*

퇴근 후, 하루의 할 일을 마치고
집에서 간단한 요깃거리와 함께
오늘은 TV 대신 이 책을 들어보는 게 어떨까?
 
 

쇼트01_입체.jpg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안전가옥 쇼-트 01 -


지은이 : 심너울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판타지, SF

규격
100X182mm

쪽 수 : 162쪽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정가 : 10,000원

ISBN
979-11-90174-67-1
 

 




심너울
 

서강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안타깝게도, 바란 바와 달리 그 경험은 자아 탐색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회한이 많아 이불을 자주 찼더니 레그 레이즈만 잘하는 기묘하고 빈약한 신체를 갖게 되었다. 별개로, 현실의 경계 끝자락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는 것을 즐긴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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