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신의 아픔이 있기에 남의 아픔도 볼 줄 알았던 화가, 툴루즈 로트렉 [전시]

글 입력 2020.01.2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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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lin Rouge, La Goulue.jpg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름, 물랑루즈. 그러나 당시 프랑스에서 물랑루즈는 환락의 공간이자 귀족적이지 못 한 공간으로 평가받았다.


그런 물랑루즈에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리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일한 화가 툴르즈 로트렉의 전시를 지난 2월 17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보았다. 전시장은 평일 한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Cavalier.jpg

 

 

툴루즈 로트렉은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의 화가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사고로 성장이 멈춘 비운의 화가였다. 그는 움직이는 사물의 특징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등 미술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으나 워난 몸이 약했던 것에 더해 어렸을 때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며 다리의 성장이 멈췄다.


그의 삶을 보며 교통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림을 그렸던 화가, 프리다 칼로가 잠시 떠올랐다. 힘든 시련을 겪어야만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일까, 예술가에게 힘든 시련이 따르는 것일까. 로트렉 또한 힘겨운 삶다 세상을 떠났을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안고 전시장에 발을 들였다.

 

 

Elles.jpg


 

전시 설명에 의하면 로트렉은 자신의 장애로 인해 다른 귀족들과도 자연스레 친해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에두아르 뷔아르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외모로 인해 귀족들과 단절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받아들였으며 자신의 몸 상태와 직업여성들의 도덕적 결핍 사이에서 동질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때문일까. 그는 계급이 존재하던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미천하다는 이유로 그리기 꺼려 했던 매춘부들을 모델로 그림 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매춘굴에 들어가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그린 판화집을 내기도 했으며, 환락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물랑루즈에 머물며 그들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그림 속 여성들은 물을 기르는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거나 편히 휴식을 취하는 모습, 혹은 카바레에서 역동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

 

그가 이렇게 기존의 화가들과 다른 시선과 관점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추함'을 바라보는 것의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지닌 장애로 인해 귀족 스포츠 중 하나인 승마를 즐길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아버지가 자신을 외면한다고 생각했다.


에두아르 뷔아르의 말대로 그가 귀족들과 단절되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여겼을 수도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분명 그가 받아야 할 멸시와 모욕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선망하는 귀족들이 가진 추함을 목격해 아름다움에 대한 지배적인 기준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들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추함'에 해당했을 자신의 장애와 카바레의 여성들 사이에 동질감을 느끼며 그 '추함'으로 평가될 것들이 사실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는 것에 주목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Le Jockey.jpg

 

 

그 또한 프리다 칼로처럼 힘겨운 삶을 살다가지 않았을까, 우울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짐작하고 무거웠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로트렉은 자신의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다른 화가들이나 사람들과의 교류에 있어 자신의 장애 때문에 벽을 세우거나 자격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우연히 듣게 된 도슨트님의 설명에 의하면 로트렉은 오히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은 이미 바닥에 붙어 있어서 술에 취해 넘어져도 괜찮다고 먼저 자신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해 사람들을 웃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호탕한 성격 덕에 그는 동시대를 살았던 피카소, 반 고흐 등의 대단한 예술가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다.

 

자신의 아픔 때문에 뾰족한 마음을 지니지도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의 아픔까지 알아볼 수 있었던 로트렉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작품들을 보다 보니 전시를 보기 전 그에 대해 가졌던 내 생각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애정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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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총 7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초반의 세션들에서는 툴루즈 로트렉의 드로잉과 판화 작품들을 볼 수 있었으며 마지막 섹션인 일곱 번째 섹션은 한국 전시에서만 유일하게 선보이는 것으로 툴루즈 로트렉이 작업한 포스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아둔 곳이었다. 비록, 가품이긴 했지만 그가 작업한 포스터 전체를 볼 수 있고, 포토존을 제외하곤 사진 촬영이 유일하게 허용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섹션이라고 생각했다.

 


Marcelle Lender Dancing The Bolero in Chilperic.jpg

 

 

대부분 로트렉의 드로잉과 판화 작품으로 이번 전시는 이루어져 있었다. 이것들도 훌륭하고 로트렉을 알아보기에 충분했지만 전시장을 나올 때 그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해서인지 그의 유화 작품들을 볼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역동적인 댄서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여러 유화 작품들도 어서 빨리 한국에서의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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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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