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졸업학년 복학 예정인 건축학도가 읽는 디자인 매거진 CA #248 [도서]

디자인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디자인 매거진
글 입력 2020.01.2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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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는 독립출판 브랜드 CA BOOKS에서 발간된 디자인 잡지다. 한 사람의 훌륭한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주장하는 잡지답게, 수많은 패션 디자인 매거진과 달리 광고 코너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외모가 주가 되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챕터가 없다. 핸드폰에 접속해 키워드만 입력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한편으로는 사실 확인이 전혀 되지 않은 정보들과는 달리 에디터들이 직접 발로 뛰어서 얻어낸 정보들로 가득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 또는 디자인에 그저 흥미만 있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잡지다.


디자인 매거진 CA는 2달에 한 번씩 발간되는데, 2020년 1월 디자인 매거진 CA의 주제는 아이디어, 패키지, 잡이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엿보고, 식음료 패키지 디자인 분야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과 디자이너로서의 직업, 삶에 대해서 아주 흥미롭게 읽을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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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Culture 챕터에서는 디자이너스 리퍼블릭의 33.3주년을 기념하는 회고록 출간 소식을 다룬다. 굉장히 애매한 숫자를 기념으로 축하하는 이 회사는 회고록 목차를 연도별로 기념하지 않고, 알파벳 순서로 작업을 정리했다. “저희 작업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합니다. 아이디어가 시간순으로 떠오르는 건 아니니까요.” 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서전을 쓰는 부류 또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PR을 망설이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굉장할 정도로 도취해있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애써 아닌 척을 하는 거라 생각해왔다. 자신에 대한 근간을 찾기 힘드니까 역사에서부터, 과거에서부터 자신을 정의하는 거라고. 그렇기에 알파벳 순서대로 작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한 디자이너스 리퍼블릭의 시도는 아주 논리적이며,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시도로 보인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죠. 그 어떤 아이디어도, 디자인도 섬처럼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고록을 주제가 아닌 알파벳 순서로 정리함으로써, 저희가 맡은 작업과 예전에 했던 작업 사이에 연결 고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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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미티드에디션 서울북페어 홈페이지

 

 

그밖에 Culture 챕터에서는 유행과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 서울의 레트로한 매력을 찾는 “서울 에디션 ;레트로”에 대해 다루는 코너, 2019년 11월 15일부터 3일간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된 “언리미티드 에디션 11 - 2019 서울 아트 북 페어”, 2019년 12월 26일부터 2020년 1월 22일까지 서초구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진행된 참신한 포스터 전 <100 베스테 플라카테>, 창작의 근원을 찾는 과정을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와 아그파 플러그인을 통해 실험해 손과 관련된 4가지 주제를 다룬 <퓨처 디자인 워크숍> (2019.10.25-11.07)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진행된 여러 전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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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두 번째, Showcase 챕터에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스콧 램버트는 딸이 정원에서 긴 야자수 잎사귀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인쇄물 시리즈 ‘리빙 임프레션즈’를 완성했다. 그의 작품은 사실 누구나 마음먹으면 도전해볼 만하다. 길에서 주운 나뭇잎을 보기 좋게 몇 장 그리거나, 사진을 붙인 뒤 여백 부분에 느낌 있게 어울리는 한자를 적으면 된다. 종종 붓으로 선 하나 그어놓은 작품을 본 사람들이, ‘작품에 가치가 없다.’, ‘나도 그렇게 하겠다.’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보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부터 미소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다음으로는 ‘이렇게 간단하게 만든 작품이라니,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줘서 누구나 작품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북돋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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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낙엽

 

 

실제로 그는 예술에 어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무척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담고 있는 ‘리빙 임프레션즈’가 매거진에 올라온 이유는 그 아이디어 자체의 의미보다는, 아티스트의 아이디어가 특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창의력이란 것은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의 나뭇잎들이 누구에게나 소유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저 각자의 새로운 생각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즐기려 하는 약간의 의도만 있으면 됩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이 우리 주변의 세상을 둘러보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화면만 뚫어지게 보는 창작 활동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것을 느낀다. 어떤 작은 글귀에도 배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몫이고, 자신의 선택이며, 그것은 즉 자신의 삶이다. 만약 내가 나뭇잎으로 된 그림집을 낸다면 나는 그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아무것도 없을까 봐,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작가인 나를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것 같아 몹시 부끄러울 것 같다. 그러나 만약 그 그림집을 내는 예술가에게 그 활동을 하는 분명한 목적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영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조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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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보로

 

 

Showcase의 다른 코너도 마찬가지로 색다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알무데나 라보다와 3D 디자이너 알바로 나바로가 협업한 프로젝트 “오커 프로젝트”에서는 4가지 색깔만 사용한다는 제한성을 갖고 여러 작품을 만들어, 미니멀리즘과 인상주의를 보여주었다. “트리보로”는 뉴욕현대미술관 건축물의 파사드가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을 하나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웹사이트, 인쇄 판촉물, 선물, 광고, 벽화 등에 응용한 사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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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 번째 챕터인 Special Reports에서는 아이디어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내 지난 4년간의 대학 생활은 건축 설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고, 구체화하기 위한 여정이었으므로 굉장히 공감하면서 봤다. 로지 아놀드는 “아이디어를 찾겠다고 인터넷을 뒤지면 절대로 안 됩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면 검색어와 관련된 정보만 접하게 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거든요.”라며, 주로 사무실 밖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일상의 실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권준호 씨의 말도 생각해볼 만하다. “때로는 작업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배경지식 없이 주어진 텍스트나 단어나 느낌만으로 작업에 접근할 때도 있습니다. 공통점이라면 최종 결과물의 느낌을 형용사적 – 예를 들면 따뜻한, 차가운, 섬세한, 전통적인 등의 단어로 떠올리며 작업의 실마리를 찾아간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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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설계 스튜디오 교수님마다 설계하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권준호 씨의 말처럼, 주제 자체에 대한 구체적으로 디자인을 발전해나가도록 조언하는 방식도 있었고, 처음부터 하고 싶은 콘셉트를 정해서 콘셉트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있었다.


전자에 대한 예로는 복합공간을 만든다면, 그 공간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있는 카페에 술집을 결합하는 정도의 복합공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건축물을 만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사회적인 맥락을 고려해서 살 곳이 부족한 청년을 위한 복합공간에 초점을 맞춘다면, 청년에게 필요한 복합공간은 어때야 할 것인가. 주거 기능과 여러 커뮤니티 기능은 결합할 것인지 분리할 것인지, 어떤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소통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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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에 대한 예로는, 건축 콘셉트를 grid(직교)라고 정했다면 건물의 형태를 비롯한 건물 내부의 체계도 정형화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을 들 수 있다. 매우 경직되고 형식적인 건물의 형태가 떠오를 것이다. 두 가지 예시 말고도 건축설계를 하는 접근 방식은 수없이 많다.

 

나는 그런 생활에 지쳤다. 학기마다 새로운 건물을 적어도 하나, 많으면 세 개 정도는 만들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냥 '끌리는 대로, 하고 싶어서 했다'는 말은 전혀 논리성이 없다.사회의 어떠한 필요로 그 건물이 만들어졌는지, 건물이 위치한 주변 환경에서 어떤 필요의 흐름을 읽어냈는지를 주장해야 한다.

 

20대 – 30대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복합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내 마음에 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게 정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늘 교수님이 지시하는 대로의 경직된 설계를 하며 시간을 버티다가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생활을 4년이나 반복을 하고 휴학을 했다. 그래서 설계는 내 전공이지만, 가능하면 인생에서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영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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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해봤고, 좋아하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봤고, 건축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처음으로 헬스장을 등록해 근력 운동도 해봤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점도 해결했다.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말은, 더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 문제를 나와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말이다.

 

어쨌든 1년간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다시 돌아가는 학교지만, 마음 같아서는 나에게 일말의 책임감과 부모님에 대한 양심도 없다면 지금이라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 휴학을 무한정으로 할 수 있다면, 평생을 휴학을 해버리고 싶다. 불안한 게 아니라, 학교로 돌아가서 벌어질 일을 이미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없는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고, 그나마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고가도 초기 단계에서 멈춰버린다. 아이디어의 부족, 노력의 부족, 결국은 건축이 뭔지를 4년이나 배워도 모르겠다는 자격지심 따위가 교수님과 설계반 사람들 앞에서 나를 자꾸만 도망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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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다 했지만, 막상 설계 성적도 받아보면 제일 못 나왔을 때가 B+이며 A+, A도 가끔 있었지만 나는 내 설계에 확신이 없었고, 정직하지 못했다. 다시 3일에 한 번씩 내 기존 아이디어를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3일동안 애써 만든 모형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교수님의 발에 짓밟히는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자신이 없어진다. 어떻게 보면 이 경계심은 상처받기 싫어 나도 모르게 생긴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어디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가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생각은 흥미로운 이야기다. 같은 경험이 있는 디자인과 학생들, 비슷한 전공을 하는 대학생들, 또는 디자인을 현업으로 하고 있는 직장인, 프리랜서들에게 분명히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나는 아이디어의 이후를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결과가 되는가? 그리고 나는 왜 결과도 없는 것을 모두에게 설명해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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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챕터인 In Conversation은 디자이너와의 Q&A가 준비되어 있다. 2011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공동 설립자이자, 도시 데이터 시각화 디자이너 소원영 씨와의 대담이 소개된다. 그는 구글뷰, 로드뷰가 없던 시대에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건물의 생김새를 직접 그렸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실제 현실의 도시공간과 만나게 되는 지점에서 의미를 찾았고, 그는 이후 MIT 센서블 시티 랩 연구원으로 도시 데이터 시각화를 연구했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보다는 잡지나 서적을 접해서 어떤 정보를 얻었으면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전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의 전공으로는 제대로 된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대학교를 자기 수준보다 너무 낮게 갔다며 편입을 준비하고 전과를 준비하며 젊은 나이를 수능 공부, 입시 공부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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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블 시티 랩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무슨 전공을 하든 간에 관심이 있다면 그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인턴을 하면서 전국 대학교의 건축학과 사람들이 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걸 보며, 심지어 대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도 사회에는 꽤 많은 것을 보면서 대학교가 중요한 게 절대 아니란 것도 알 수 있었다. 무슨 대학교, 무슨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 건데, 왜 자꾸만 과거로 회귀하려고 하는 건가.


특히 편입과 재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뜯어서라도 말리고 싶다. 지금 하는 것에 자신이 없으니 과거에 잘했던 것으로 돌아가서 그나마 아는 것들로 경쟁하고 싶은 나약한 심리다. 초등학교 가기 싫어서 엄마 품에서 떼쓰는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나이는 어른이 되었는데, 이미 지나온 과업인 수능 공부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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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rza Twins와 작품 Bottle Package Design

 

 

두 번째 Q&A 대상은 일란성 쌍둥이 디자이너 에바 야르자와 말타 야르자다. 야르자 트윈스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활동하는 그들은 스미노프 패키지 디자인으로 2018 D & AD 우드 펜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들은 “디자인이란 변화를 몰고 올 기회”라고 말한다. 18살 때 고급 아파트 단지가 될 뻔했던 오래된 빵 공장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주도했다. 결국 빵 공장을 허물지 않아도 되는 허가가 내려졌다. 그러나 10년 뒤에도 빵 공장이 방치되어있자, 쌍둥이는 그곳을 젊음과 예술의 중심지로 바꾸려고 디자인했고, 지역 신문에 실리면서 건축가를 모집하는 공모전이 주최되었다. 그들은 그 계기로, 내가 누구든 간에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기로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레스토랑 리브랜딩에 대한 브리프를 받으면, 비닐과 재활용을 할 수 없는 재료를 제외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야르자 트윈스. 디자인이란 생각보다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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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챕터에서는 Industry issue,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가 되기로 한 이들에게 던지는 현실적인 팁이 나온다. 인턴십 준비와 포트폴리오 준비, 학교에 다니는 동안 부족했던 프로그램 툴 연습 등이다.


네일 길크리스트는 “포트폴리오는 그 자체로 디자이너의 인격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디자이너에게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라도, 자기가 앞으로 즐길 자신이 없는 분야의 작업물이라면 과감히 빼야 하며,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 작품 속 아이디어,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등의 이야기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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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대에 브랜드 경험 디자인 전문 회사 플러스엑스 변사범 대표의 말도 인상 깊게 볼 수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력 차이는 개개인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구분될 것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지만, 인생 전체의 워라밸은 각자가 찾아야 할 몫입니다.” 인생 전체의 워라밸이란 말이 새삼 충격적이다. 지속해서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당장은 부러울 것 없는 삶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보이지 않는 속도로 서서히 정체될 것이다.


로봇푸드 전략 디자인 디렉터인 벤 브리어스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예비 디자이너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빠르고 능숙한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천천히 가는 걸 잘 못 하더라고요. 잠시 멈춰서 되돌아보고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다시 한 번 검토하는 과정을 못 견뎌요. 잠깐 펜을 꺼내서 종이 위에 스케치를 해보거나, 자료집 뒤적이거나, 화면을 넘기면서 끊임없이 ‘왜’와 ‘무엇’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약점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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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20대 중반 주변 친구들이 많이 직장을 다니고 있고, 곧 졸업을 앞둔 이에게 공감 가는 조언이 많았다. 졸업 후 초조한 마음에 빨리 취업하려고 하느라 조급해지는 것에 권수진 디자이너는 “지나고 보면 남은 기간 평생 일하면서 보내게 될 텐데 그 기간을 하나도 조급해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티에리 나하요는 “원하는 곳에 문을 두드리면서 동시에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실제 작업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됩니다.”라며 무슨 일이든 경험을 쌓아볼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발품을 팔아서 디자인계에 인맥을 넓히는 것,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도 아낌없이 들어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직접 디자인 매거진 CA를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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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챕터인 Project에는 26개 국적을 가진 50명의 디자이너가 모인, 타입페이스 디자인 스튜디오 달톤 머그, 디자이너 신동혁 씨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자인 이야기를 담은 CACON90가 소개된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타포게타와 함께 손으로 만든 세트장과 인형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스토리북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는 페이지도 마련되어 있으니 애니메이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의 작업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흥미로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것은 앤드류 겔러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생각이다. 콘텐츠를 담는 포맷이 다양해졌음에도 왜 우리는 아직 예전과 크게 다른 것 없는 형태로 콘텐츠를 즐기는가. 왜 이야기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개념화되고, 제작되고, 배포되는 것인가. 기존의 모델을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지적하며, 안전함에서 벗어나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을 거라고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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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발은 못 담궈봤고, 발가락 정도 슬쩍 담근 지 4년쯤 되고 나니, 재능과 운에 의해 많은 것들이 결정되는 것이 보인다.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 분야지만, 막상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도 클라이언트에 의해 좌절되는 게 많다. 누군가 시키는 것만 기계적으로 하게 된다. 타성에 빠지게 되고, 점점 노력하지 않게 된다. 책 속의 사람들, 인터넷 속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해내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찰 무렵 원래 속해있던 영역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사라진 존재가 되어버리고 싶어진다.


분명 디자인에 대해 읽는 것, 보는 것은 재밌는 일이지만, 지금 막 드는 생각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이겨낼 정도로 디자인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슬프거나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지는 않다. 원래 꿈이 아니었던 것을 잃을 수도 없을 뿐더러, 나에겐 정말로 많은 길이 열려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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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디자인 매거진 CA #249 (2020년 3월 – 4월) 호의 주제는 새로운 이슈, 달라진 느낌 (new issue, new look)이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가 CA #249안에, 디자인에서의 미학, 강연과 연설의 기회, 모노 타입의 창작 공장 방문기, 대중시위와 컬러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디자인이 직업이거나, 아니면 디자인을 별로 하고 싶진 않지만 흥미 있는 사람들에게도 디자인 매거진 CA를 추천한다. 꼭 자신의 꿈과 관련 있는 분야의 정보만을 접해야만 뭔가를 배우고 성장한다는 법칙은 없으니. 휴대폰을 들여다 볼 여가 시간에 독특하고 간결한 아이디어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뜻밖에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개인적인 성장이나 직업적인 성과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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