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퀴어 느와르 무비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영화]

영화의 신선함을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감정선
글 입력 2020.01.04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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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뒤늦게 감상했다.


본 영화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같은 해에 칸 영화제의 비경쟁 부문 중에 하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아 7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설경구는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후로, 내내 외면을 받아 최종적으로 100만 명이 되지 않는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불한당원’이라 불리는 단단한 팬덤을 가질 정도로, 컬트적인 인기를 보유한 영화이다.

 

이에 따라, 본 영화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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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범죄조직에 소탕하기 위해 신참 경찰 ‘현수’가 조직의 중간보스 ‘재호’가 있는 교도소에 비밀리에 잠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영화의 내용은 경찰의 비밀잠입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개봉했던 영화 <무간도>, 이와 비슷한 전개를 보인 국내 영화 <신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 내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먼저 개봉한 영화인 <프리즌>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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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식상함을 유발할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데, 의외로 영화는 끝끝내까지 신선함을 잃지 않는다. 이는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플롯, 혹은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 내의 스토리와 연관된 감각적인 조명으로 인해서일지도 모른다.

 

물론 위의 두 요소들도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신선함을 느끼게 한 것들이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영화가 가장 신선하게 느끼게 한 점은 바로 ‘감정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의 장르는 단순한 느와르 영화가 아니라 ‘퀴어 느와르’이다.


영화에는 어딘가 모르게 미묘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이를테면 현수가 재호의 넥타이를 세심하게 정리해주는 장면이나, 재호가 현수를 의심하여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몸을 수색하는 장면 말이다. 이처럼, 영화는 직접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드러내지는 않지만, 여러 요소들을 통해 이 영화가 동성애에 관한 영화라는 것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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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재호는 말한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으라고. 그러나 우리는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위에 말한 점으로 인해 상황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인물들의 감정선에 주목하여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진부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들과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전개들에 힘을 불어 넣는다.

 

끝까지 감상하고 나니, 이 영화가 어떤 이유로 소수에게 무척이나 사랑받는 영화인지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은연중에 드러나는 영화의 요소를 눈치채지 못한 채, 식상한 범죄 영화로 느꼈을 수도 있다. 또다른 누군가는 이 영화의 주제 자체가 스스로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거북한 영화였을 수도 있다. 애초에 ‘동성애’ 자체가 모두에게 환대받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동성애적 코드를 묘사하지는 않았다는 점과 퀴어적인 요소 를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브로맨스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브로맨스는 남성 간의 진한 우정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엄연히 남성 간의 로맨스 영화다. 시간이 날 때, 조금은 특별한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한줄평 : 영화의 신선함을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감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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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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