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의 첫 발견, [ASH]

글 입력 2019.11.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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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2>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방영 당시 음원 순위를 집어삼켰을뿐더러 Top 5 중 네 명이 우리가 흔히 알만한 대형 레이블과 계약하는 쾌거를 이루어내기도 했기에 결과적으로도 해피했다. 그중에서도 일리네어 레코즈의 가세를 따라 세 명 체제로 돌아가는 듯싶었던 엠비션 뮤직에 애쉬 아일랜드가 입단했다는 점은 꽤나 의외였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활동명이자 대중들에게 이미 인식될 대로 된 '클라우드'를 버렸다는 점도 가히 파격적으로 비쳤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에 굵직한 활동을 보이지 않던 그가 갑작스러운 엠비션 입단이라니. 엠비션 기존 멤버였던 창모, 해쉬 스완, 김효은의 스타일이 꽤나 강하고 다져놓은 입지가 있었기에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하는 괜한 걱정을 앞서기도 했다. 정말 '괜한' 걱정이 맞다. 힙합계의 대부로 불리는 더콰이엇이 아무런 근거 없이 영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3인 체제를 깨버리는 네 번째 멤버였는데. 랩 하우스를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쓰는 더콰이엇이었기에 보는 눈이 있겠거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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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ISLAND - Paranoid [Official Music Video]

 


애쉬 아일랜드의 첫 데뷔 앨범, [ASH]는 이런 걱정과 기대를 한 몸에 안고 발매되었다. 이 앨범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을 때를 잊지 못한다. 에미넴의 비트에 자신 있게 마이크를 잡아들고 랩을 때려 박았던 윤진영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울프컷을 하고, 넓은 들판에서락 느낌 가득한 파라노이드를 울부짖는 그의 모습은 낯설고도 새로웠다.

 

살짝의 오토튠이 섞인 목소리가 랩이라기보다는 락에 가까운 'Paranoid'와 어우러져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던 애쉬만의 느낌을 창조해냈다. 완성도 높은 비트에 중독성 있는 훅까지 겸비한 이번 타이틀 곡은 대중들로부터 윤진영의 이전 모습을 탈피하고 애쉬 아일랜드로서의 입지를단단히 만들어 주는데 충분했다.

 

 

ash island 앨범 커버[크기변환][포맷변환].jpg


 

발매 이후 칭찬이 가득했던 [ASH]는 프로듀서 TOIL이 전곡 프로듀싱했으며, 전체를 들어보면 애쉬가 이번 앨범으로 어떤 음악 방향성을 추구하고자 했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락 음악의 사운드와 감성을 담은 곡들로 진행이 되는데, 락이라는 장르가 어색한 사람이라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트렌디함까지 담아냈다. 

 

나 또한 락을 즐겨 듣는 사람이 아니지만 이 앨범은 지겹도록 들었는데 질리지도 않는다. 같은 무드, 장르가 앨범을 관통하고 있지만 각 곡마다 분위기는 또 달라서 앨범 전체를 재생해서 듣는 맛도 쏠쏠하다. 앨범의 유기성이 좋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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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ISLAND - Paranoid [Official Music Video]

 

 

별이 보일 때쯤 나는 눈을 감았네

머리까지 이불을 덮어

내가 잘 안 보이게

누군가 내 삶을 뺏아가도 모르기에

거릴 걸을 때는 뒤를 돌아 버릇돼

 


타이틀 곡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평을 늘어놓자면, 가득 찬 사운드 때문인지 'Paranoid'를 들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특히 기타 소리로 잔잔하게 인트로를 진행하다가 훅이 크게 치고 나오는 게 내가 세상을 향해 소리친 것만 같다. 곡의 강약 조절이 확실하면서 애쉬 목소리가 그 차이를 확실하게 살려주다 보니 부담감 없이 속 시원하게 들을 수 있다. 우선 보컬 실력이 굉장히 좋다. 이런 노래 실력 계속 숨기고 있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다. 주접이 시작되는 것 같아 그만 말을 줄이겠다.


'Paranoid'와 관련된 일화도 조금 아는데,  당시 엠비션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애쉬와 크게 친밀하지 않았던 창모는 'Paranoid'를 듣고 노래가 너무 좋아 원곡 프로듀서인 TOIL에게 바로 연락했다고 한다. 당시 라이브 방송으로 이 노래를 그렇게 칭찬하던데. 아무튼 그렇게 토일한테 원곡을 받아서 결국 리믹스 버전을 발매했다는 소식. 아마 그때까지만 해도 애쉬가 창모를 롤모델이라고 칭했던 시절인 걸로 알고 있다.


*


엠비션 입단 이후 첫 앨범이기에 역시나 창모와 해쉬 스완이 피쳐링으로 모습을 비췄다. 그들의 본래 색깔이 강해 잘 어울릴까 걱정되었다고 언급했었지만, 전혀. 오히려 그들의 레전드 벌스가 탄생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니 어느 정도 색깔을 맞추는 데에는 걱정이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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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ISLAND - DEADSTAR (Feat. CHANGMO) [Official Music Video]

 

 

나 칼을 잡아 달이

떠올라질 때까지 싸워

이곳에 혼자 남아

외롭지 아니 할까 떠 있는 달을 봐

오늘도 방은 밝아 나 딱 하나의 바람

  


수록곡들을 놓치고 가기에는 아쉬운 앨범이기에 개인적인 취향의 곡들을 더 살펴보자. 특히 해쉬 스완과 Yami Tommy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2번 트랙 '발할라 (Valhalla)'는 제목부터 비장하다. 어느 신화들에 등장하는 궁전,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향일 '발할라'. 'Where is my fuckin 발할라'를 외치며 자신만의 발할라를 찾으러 가는 중세 시대의 기사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혹은 완전 반대로 지하 동네에서 시가를 뻑뻑 피우며 혼미한 정신세계 속 이상향을 찾아 헤매는 갱단 정도? 전체적으로 단조이면서 몽환적인 멜로디와 비트가 어둠과 신비함을 곡 안에 가두어 그런 느낌을 계속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가사도 꽤나 비장해서(무언가 허세와는 다른 비장함이다) 듣다 보면 괜히 내가 어느 전장에 홀로 남겨져 고독하게 달을 보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만 같다.


놀라운 건 해쉬 음색이 이 멜로디랑 너무 잘 어울린다. 사실 해쉬 음색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발할라' 내에서도 불호가 생길까! 전체적으로 고독하고, 어둡고, 신비한 분위기에 나른한 해쉬 스완 목소리가 치고 나오니까 "뭐지? 왜 이렇게 좋지?" 하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얇은 톤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해쉬는 이상하게 매번 내 취향을 저격한다. 이상하다,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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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ISLAND - DEADSTAR (Feat. CHANGMO) [Official Music Video]

 

 

난 아름답지 않아 매일 마다

빨간 피가 묻어 손바닥엔

깨져버린 유리 조각과

내 꿈들이 밟혀있어 I'm the star

달빛을 받아 방금 비워낸 잔에

마시려 하나 입은 허무를 담네

 

 

이번에는 창모다. 3번 트랙 'Deadstar'는 정말 90년대 락 느낌이 물씬 난다. 왜, 서부의 카우보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있잖나. 총소리로 빵빵한, 비장하고도 멋진 곡들이 카우보이의 낮을 책임진다면, 'Deadstar'는 서늘해진 밤을 책임질 것만 같다. 그렇다고 90년대 락 느낌, 카우보이의 밤 이런 느낌이 올드하다는 뜻은 아니다. 고의적으로 멜로디 라인을 그런 느낌으로 짠 것이 아닐까 예상한다. 멜로디만 들으면 약간 싸이월드 bgm으로 썼던 노래가 떠오르기는 한다.


애쉬는 이 앨범이 발매된 이후로 훅 장인으로 급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본래 훅 장인이었던, 아니 창모 장인이었던(딩고 엠비션 편들 참고) 창모랑 합을 맞추니 곡의 완성도가 장난 아니다. 'Deadstar'는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에 싱글로 먼저 발표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요즘 트랩 비트, 싱잉 랩이 힙합씬에서 너무 유행이라 쏟아져 나오는 노래들에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런 곡이라면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자꾸 갱, 카우보이 이런 후기를 쓰는지 모르겠다. 이 친구들이 갱 갱 거려서 그런가. 괜히 머쓱하다.


*


앨범의 모든 트랙이 좋아서 고르는 것도 힘들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작게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며 점차 심해로 가라앉는 멜로디의 '잠수함', 더블 타이틀 곡이자 기타 선율이 쓸쓸하게 느껴지고 울다 지친 상태에서 울부짖는 듯한 'Forgot U', 혼란스러운 매일을 살아가며 계속 인생에서 물음표를 띄운다는 'Q Mark'까지 빼놓을 만한 곡이 없다.

 

혹시 EK를 좋아하거나 그의 매력을 아직까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Q Mark'는 꼭 들어보도록 하자. 무미건조한 것 같지만 특이한 음색과 악센트와 박자 타는 게 너무 매력적이면서도 의외로 차분함에 놀라워 잠시 그의 현란한 춤사위가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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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ISLAND - Fall [Official Music Video]

 

 

너무 아름다웠던 기억만 남은 자리에

나만 홀로 싸워 떠난 너와

이젠 더는 못 본다는

사실 하나와 아픔만이

겁을 줘 밤마다 떠올라

 

 

마지막 트랙인 'Fall'은 그래도 개별적으로 쓰고 싶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고요하고 차분한 곡이며 전 여자 친구와 만날 때 만든 곡으로 알고 있다. 웅장한 비트나 멜로디가 깔린 것이 아니라 정말 헤어진 사람의 감정을 고백하는, 독백의 노래이다. 후회감과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 저 아래까지 치닫는 느낌을 날 것 그대로 담았다.

 

마지막에 Fall을 외치는 벌스는 정말 말 그대로 끝없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하다. 이후 앨범 [More ASH]에서 '악몽'이라는 곡도 매일 들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애쉬는 이런 감성의 곡을 참 잘 쓰나 보다. 그런데 두 노래 모두 2분 언저리에 머물러 불만이다. 정말 개인적이고 무시하기 좋은 부탁이지만 다음부터는 3-4분 꽉꽉 채워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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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ISLAND 인스타그램 @ash.island

 

 

모든 트랙에 대해 코멘트를 남기다 보니, 어두운 느낌이 전반적인 앨범이다. 그나마 'Paranoid'가 가장 밝은 노래로 느껴질 정도랄까. 앨범 커버의 색깔이 노래를 집어삼켰다고 해도 무방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흑화'했다고 볼 수 있는 애쉬 아일랜드는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감정까지 이끌어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변화와 앨범에 담은 감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애쉬 이후 여러 아티스트들이 영입 소식을 알리며 공포의 외인구단(?)의 형태를 띠게 된 엠비션 뮤직. 고등래퍼 딱지를 완전히 떼내고 애쉬 아일랜드로서 높이 비상한 그가 엠비션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떤 곡들로 우리에게 찾아올지 더욱 기대된다.

 

 

사진 출처 : AmbitionMusik 1llionaire

ASH ISLAND Instagram @ash.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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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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