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가가 아닌 내담자로 - 치유미술관

글 입력 2019.11.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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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에 예술성으로 추앙받던, 대부분의 화가들은 생애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가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인정받지 못하는 삶, 그런 상황에서 정신질환 하나 둘쯤은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이 앓았다. 후대에도 사람들은 예술가의 정신질환이나 고통을 예술성에 딸려오는 프리미엄같이 여겼다. 그림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악세서리같이 말이다.

<치유미술관>은 그들을 예술가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묘사했다. 닥터 소울이 진행하는 상담 앞에 선 사람은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나도, 예술가가 아닌 내담자였다. 불안정한 화가를 달래주고 복잡한 심리를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미술치료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몰랐던 화가의 인생에 좀 더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상담했을 리 없기에 당연히 가상 이야기다. 그러나 필요한 상황만 설정했을 뿐 결정적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답변 내용 중 상당 부분은 화가가 직접 언급한 내용이며 기록으로 남아있는 그들의 말과 표현들을 가상에서 풀어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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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게 무척 신기하다. 작가님이 학창시절 수강했던 [서양미술사]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은 날 모를테지만, 놀랐다. 교수님은 미술사를 당대 역사, 사회와 결부시켜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오리엔테이션부터 강조하셨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교양을 듣는다는 걸 인지하셨다. 단순 지식 주입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미술을 바라봐야 할지 미술이란 어떤 건지, 개념을 잡아주셨다. 작품과 해석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해설보다, 우리 스스로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두셨다.

당연히 <치유미술관>에서는 화가를 강조했다. 화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뮤즈는 누군지, 동시대에 살고 있는 화가들의 영향 관계라던지, 작품보다 화가 자체에 집중했다. 미술이란 개념을 하나의 예술로 여기지 않고 인문학의 총체로 보게끔 하는 시야관으로 이끌었다. 

각 상담이 진행되면서 화가의 고뇌와, 의도, 시대 상황이 어떻게 그림에 흘려들어갔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혹자들은 작품 외 환경을 배제하고 작품 자체로만 감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나로선 작가와 시대 상황을 연결해서 읽는 게 더 풍성하게,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결국 작가의 흔적이고 생각이며 손놀림이다. 그걸 부정하고 배제하는 게 되려 형식적인 감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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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한 챕터당 일대기를 빠르게 훑는다. 굵직굵직한 사건 기준으로 상담이 진행됐으며 화가의 인생과 그림을 죽 읽어나가는 느낌이다. 치유 상담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화가의 사유가 그림 속에서 어떻게 묘사됐고 고뇌가 어떻게 매듭이 지어졌는지 드러난다. 흥미로운 설명이라 무척 재밌게 봤다. 특히 '서양미술사'에서 설명해주셨던 것처럼, 특정 화가가 다른 화가에게 영향을 받았다면 어떻게 자기 걸로 해석해서 적용됐는지를 넘어, 이 사람과 어떻게 엮여졌는지, 사건사고들을 내담자에게 직접 물어봐 대답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무척 재밌었다.

더 주목하고 싶은 건, <치유미술관>은 사건과 그림 중간중간에 상담과 질문이 오가면서 유연하게 연결해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화가의 일생 자체를 조망할 때, 인생 전체를 세세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가끔 화가 인생 전환점의 전후 사정이 궁금할 때가 있다. 게다가 보통, 화가의 심리상태보다는 사건과 그림 위주로 설명해주기에 크게 와닿지 않았다.

<치유미술관>은 상담을 통해서 아픔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가에게 우여곡절들이 닥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릴 때까지 심리 변화를 알 수 있어 설명해줘서 좀 더 명확히 트여지는 기분이었다. 전에는 위대한 화가와 그 사건들로 축약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입체적이고 인간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달까?

저명한 화가들의 아픔을 싣고, 상담해나가는 글을 보면서 진부한 말이지만 나 자신을 치유하는 느낌이다. 위인들을 빗대어서, 모든 인간은 자신의 고뇌와 우울을 지니고 있다고 화가들은 그림으로 풀어냈을 뿐이다.
 
  


 
<차례>
 
 
들어가며
 
01. 뭉크
죽음에 절규하다 태양을 만나다
 
02. 클로델
사랑의 파도를 넘지 못한 사쿤탈라
 
03. 로트렉
캉캉 춤에 장애 설움을 날리다
 
04. 드가
여자 예뻐요… 그런데 싫어요
 
05. 마네
아버지와 '사랑'을 다투다
 
06. 모리조
여자는 왜 그림 그리면 안 되죠?
 
07. 르누아르
행복과 기쁨만 그릴 거야!
 
08. 모네
인상이 없다고 비판받은 인상주의 창시자
 
09. 세잔
아버지의 '무시'를 이겨내다
 
10. 젠틸레스키
카이사르의 용기를 품은 여심
 
11. 고갱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12. 고흐
'별밤'에 편히 쉬기를…
 
13. 칼로
그 가혹한 운명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14. 실레
의심과 불안으로 뒤틀리다
 
15. 고야
난청이 꿈꾸게 한 자유

 




치유미술관
-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


지은이 : 김소울

출판사 : 일리

분야
예술/대중문화
미술이야기

규격
152*210*18㎜(반양장)

쪽 수 : 364쪽

발행일
2019년 10월 02일

정가 : 17,000원

ISBN
978-89-97008-46-9 (03600)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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