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4인 4색 차이콥스키 [공연예술]

제16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갈라 콘서트
글 입력 2019.10.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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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제16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가 열렸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1958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이번 콩쿠르에서는 새로운 부문(목관, 금관)까지 신설되어 그 규모가 타 콩쿠르의 추종을 불허했다.

 

콩쿠르가 끝나고 어느덧 4개월이 지나 10월이 되었다. 지난 6월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콩쿠르의 열기가 일상의 흐름 속에 식어갈 즈음,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다시 한번 일상의 문을 두드렸다. 바로 콩쿠르 수상자들의 갈라 콘서트가 지난 10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것이다. 총 4명의 수상자들이 선보인 차이콥스키는 연주자의 개성이 물씬 느껴지며 다시 한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열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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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1. 첼로 - 문태국


 

첫 번째 연주자는 첼로 부문 4위를 차지한 한국의 문태국이었다. 그는 차이콥스키의 <페초 카프리치오소>를 연주했다. 본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이 곡은 이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었다. 초반의 서정적인 선율을 거쳐 기교적인 부분을 잠깐 지나 다시 서정성으로 돌아오는 흐름은 7분 남짓의 짧은 연주였지만 첼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감성적이고 풍부한 문태국의 첼로 소리는 항상 인상적이다. 바로 며칠 전 <스타즈 온 스테이지> 공연에서 문태국의 활약이 돋보였던 터라 이번 연주 역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비록 짧은 소품 한 곡이었지만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첼리스트 문태국의 이름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2. 피아노 - 후지타 마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목관, 금관 총 6개 부문이 진행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분야는 바로 피아노일 것이다. 소련 시절 시작된 제1회 대회에서 미국인 반 클라이번의 우승부터 현재까지 모스크바 음악원 대강당에서 열리는 피아노 부문은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인 동시에 전세계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꿈의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피아노 부문 역시 주목할 만한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참가했다. 그중 2위를 차지한 일본의 후지타 마오는 현장의 열기가 인터넷 중계 화면 너머까지 전해질 정도로 뜨거운 환영을 받은 참가자였다. 맑고 아름다운 그의 음색은 콩쿠르라는 경쟁을 잊고 연주를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이번 갈라 콘서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지만 들을 때마다 연주자의 개성과 만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후지타 마오의 연주는 그의 맑은 음색과 강한 타건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듯한 2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은 그의 음색과 잘 어울려 이 세상 음악이 아닌 듯했고, 3악장의 강한 패시지에서는 피아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를 뽑아내려고 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후지타 마오의 앞날이 더욱더 주목되는 연주였다.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결선 영상, 후지타 마오

 

 

 

3. 첼로 - 산티아고 카뇬 발렌시아


 

첼로 부문 2위를 차지한 산티아고 카뇬 발렌시아는 2부의 첫 번째 무대를 만들었다. 그는 콩쿠르 결선 지정곡이기도 했던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다. 세련된 스타일과 연주로 콩쿠르 당시에도 많은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새하얀 정장을 입고 등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차이콥스키가 모차르트에게 경의를 표한 곡으로 '로코코' 역시 모차르트 시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이라고 한다. 경쾌하고 산뜻한 발렌시아의 첼로 소리는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특히 잘 어울렸다. 서정적인 선율부터 장식음이 많은 변주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연주는 모차르트의 명랑함, 차이콥스키의 감상적인 선율, 그리고 젊은 첼리스트의 개성을 한데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앙코르로 연주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선곡 역시 인상적이었다.

 

 

 

4. 바이올린 - 세르게이 도가딘


 

마지막 무대는 바이올린 부문 1위의 세르게이 도가딘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도가딘은 지난 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도 참가하여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8년이 지나 올해 서른 살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된 그는 다시 콩쿠르에 참가하여 1위를 수상하였다. 이러한 이력만 보아도 러시아 음악가에게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 음악가가 차이콥스키의 곡을 연주한다고 하면 기대하게 되는 어떤 것이 있다. 러시아 특유의 서정과 멜랑꼴리, 힘이 그것인데, 도가딘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는 이 기대를 충족해주었다. 다소 넘칠 듯한 감성으로 시작된 연주는 마치 콘서트홀 한가운데에 러시아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지휘자 노리치카 이이모리와 도가딘의 합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협연자와 지휘자가 대화하는 듯 눈을 맞추며 연주하는 모습은 두 사람의 즐거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북에 수록된 프리뷰에서 도가딘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행복한 음악이고, 동시에 무척 러시아스러운 감정인 슬픈 행복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도가딘의 연주에서는 이 행복과 슬픈 행복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보여준 러시아의 감성과 열정에 한국 관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바이올린 결선 영상 - 세르게이 도가딘

 

*

 

이처럼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갈라 콘서트에서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4명의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차이콥스키 연주를 만날 수 있다. 젊은 네 음악가의 차이콥스키는 각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동시에 세대와 국경을 넘어서 차이콥스키라는 공통된 음악적 언어로 소통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무엇보다 콩쿠르라는 경쟁의 장을 벗어나 전세계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연주자의 활기와 즐거움을 엿볼 수 있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전통을 넘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에는 이러한 젊은 연주자들이 가장 큰 몫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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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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