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모의 여기자’가 아닌 ‘종군기자’ 히긴스의 삶을 들여다보며 - 전쟁의 목격자 [도서]

<전쟁의 목격자> 리뷰
글 입력 2019.10.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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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을 함께했던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기습적으로 남한을 침략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미군의 한국전쟁 참전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을 때 마거리트 히긴스는 전쟁 지역 중심부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콩고내전, 베트남전쟁을 몸으로 뛰면서 긴박한 현장을 직접 취재했고, 수많은 특종과 현장감 넘치는 기사를 통해 전쟁의 고통과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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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히긴스의 부모가 공습 대피소에서 만난 것이 어떤 전조가 아니었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 p.17

 

 

책의 첫 문장은 마치 답을 정해놓고 던지는 질문 같아 보인다. 한 인물의 전기를 다루었지만 그의 탄생이 아닌 부모의 첫 만남 이야기부터 풀어나가는 서술은 마치 고전소설에서 영웅의 일대기를 다루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확실히, 마거리트의 일생은 가히 평범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영웅으로 칭송받을만한 용감무쌍한 업적을 많이 세웠고,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로 퓰리처상뿐만 아닌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상을 받아 기자로서, 그리고 당시 흔하지 않았던 ‘여기자’로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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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인공이 그렇듯이 마거리트의 삶은 언제나 파란만장함을 넘어 위태로웠다. 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수많은 전쟁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살아남았으니, 그녀 스스로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늘 ‘전쟁’이었다. 남들은 전쟁 속에서 ‘종군기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 그녀는 남기자들의 위세와 텃세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같은 기자들은 물론 스스로와도 맞서 싸워야만 했다.

 

단연코, 마거리트 본인이 여성이라는 자신의 성별을 미워했던 것은 아니다. 400페이지 가량의 지면 속에 서술된 이야기만으로 그녀의 모든 생각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녀는 생물학적 성별과는 관계없이 자신만의 신념과 커리어를 충실히 이끌어 나간다(단 한 번, 한국전쟁 취재 중 급작스레 시작된 월경으로 투덜거리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오히려 그녀는 때때로 ‘여성’이라는 성별을 자신의 일에 이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당시 특종이나 독점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고위직은 모두 남성이 장악하고 있었고, 마거리트는 누가 봐도 ‘빼어난 미모를 지닌 여성’이었으니 불가능할 것도 아니었다.

 

다만 모순적인 사실은 고위직 인사뿐만 아닌 동료 기자들에게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녀의 학창시절 친구들에게조차 마거리트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료, 동기이기에 앞서 ‘젊고 예쁜 여성’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거리트는 어딜 가나 시선집중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러한 수식어에 ‘고집 있는’, ‘끈질긴’, 혹은 ‘재능 있는’이라는 말만 첨가되어도 그 시선은 동경에서 시기와 질투로 바뀌어버린다.

 

 

그녀의 빼어난 외모는 때로 골칫거리가 되기도 했다. 여러 파티에서 모욕적인 희롱을 당한 그녀는 자신이 다른 남성 기자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동지애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놀랐다. 재능과 용기를 갖춘 여성은 남성 기자들이 보기에 기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남성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 p.130

 

 

보도는 남성들만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해외 특파원으로 온갖 나라를 누비고 다니는 것을 넘어 종군기자로서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마거리트, 애석하게도 그녀를 곱게 보는 눈길은 많지 않았다. 물론 때로는 그녀의 성별이 아닌 진가를 알아보는 동료가 있었고, 마거리트는 그들과 오랜 우정을 이어갔지만 풍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만약 그녀의 외모가 예쁘지 않았다면 그녀는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기자로서의 능력을 조금 더 일찍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어디서나 ‘미모의’ 여기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그녀의 기사가 아닌 사진을 먼저 보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사실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는 누구나 똑같으리라 여긴다. 빼어난 외모로 인해 희롱을 당했다면, 못생긴 외모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마거리트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았음직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때때로 ‘성적 어필’이라는 자신의 무기를 이용함에 있어 거리낌이 없었다. 이미 출발선이 다른 당대 사회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무작정 그녀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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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매기 히긴스를 연기한 메간 폭스

 

 

다행히 마거리트는 살아생전 능력을 인정받고, 퓰리처상까지 수상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좋은 사람들과 남편, 자식들의 배웅 하에 먼 길을 떠났으니 나름의 해피엔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도 그녀를 논할 때 ‘미모의’ ‘여’기자라고 부른다. 그녀의 외모가 명성과 평판에는 한 몫을 담당했을지라도, 기자로서의 업적과 사명감은 분명 성별과 외모와는 무관했다.

 

마거리트가 사망한 지 50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그녀를 바라보고 칭하는 시선과 말은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들이 많다. 뜨거운 변화에 발맞추어 다시 재조명되어야 할 인물이요, 사안임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우리의 역사와도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에 말이다.

 

 

“한국은 여자들이 갈 곳이 아닙니다.” 그가 경고했다. 이때쯤 마거리트를 잘 알게 되었던 키스 비치는 기브니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그녀라면 괜찮아.”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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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목격자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 손희경 옮김

145*225mm / 436쪽

2019년 9월 25일 발행

16,000원 / 역사

ISBN 979-11-85585-75-8 (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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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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