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후예는 누구인가? [도서]

소설가 황순원의 대표작 『카인의 후예』 문학비평
글 입력 2019.09.2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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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는 이념 대립의 격동적 현실을 담아낸 황순원의 대표작이다. 해방 직후 북한에서 일어난 토지개혁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소설은 황순원 가문의 자전적인 요소들이 많이 내포되어 있으며, 그 일가가 월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잘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작품의 무대는 작가의 향리, 즉 평양에서 40리 떨어진 평남 대동군 재경면 빙장리가 된다.

이 작품은 1954년 12월에 간행되었다. 1953년 9월부터 『문예』에 연재하기 시작했지만, 잡지의 폐간으로 중단되었으며 나머지 부분을 따로 써 두었다가 함께 묶어냈다. 1950년대 한국문학의 대표작이 된 『카인의 후예』로 이듬해 ‘아시아 자유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는 황순원의 문학적 궤적에서 볼 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나는 당대 현실의 정치적 이슈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어서, 그의 작품 가운데서는 드물게도 고발 문학적 경향을 띠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단편 작가로서 추구해오던 문학적 과제가 한 정점의 성취를 이룩하면서 장편 작가에로의 지표를 열어주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토지개혁이라는 새로운 질서


앞서 언급했듯이 토지개혁과 지주 계급의 탄압은 소설의 중심축이 된다. 특히 해방기 북한 사회 질서가 무너져가는 가운데 불신과 이념적 폭력 행위가 난무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일제 식민지 체제가 무너지고, 공산정권이 들어와 사회주의 건설의 기초를 다지는 서북지방의 정치적 공백기가 배경이 된다. 자연스럽게 작품의 분위기는 정치적 변화가 만들어내는 비극적 상황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1946년 2월, 해방 이듬해 북학에서 ‘북조선 임시 위원회’가 발족하면서 토지개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64년 3월 5일 자로 ‘북조선 토지개혁에 관한 법령’이 공포되었고, 이를 추진하는 담당 조직으로 빈민과 농업 노동자로 구성된 ‘농촌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실행은 법령이 공포된 지 1년 후인 1947년 3월 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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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는 법령이 공포된 직후, 1946년 3월 비석골 양지터를 배경으로 한다. 변화가 시작된 시대의 현실은 모든 것이 급하고 과격하며 때로는 폭압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토지개혁으로 인해 전통적인 인간관계와 계급적인 무너지면서 마을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가령 작품에서는 토지개혁이 실시되면 농사꾼들에게 땅을 거저 나눠준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며 반신반의하면서도 논밭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말에 가슴 설레한다. 그러다 “자기가 무슨 바라서는 안 될 것이나 바라는 것처럼 죄스러워”(205쪽)한다. 소설 속 ‘남이 아버지’라는 인물은 농민답지 않게 허약한 사람이지만 빈농꾼이라는 이유만으로 인민위원회에 의해 면 농민위원장이 된다. 토지개혁의 실시를 앞두고 민심은 흔들리고, 누군가는 폭력의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토지개혁에 달리 대응하는 인물들


한편, 생존을 위해 토지개혁이라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변화에 대처하는 인물은 토지개혁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엄청난 폭력 앞에서 도덕성을 상실해간다. 특히 ‘도섭 영감’의 행동은 누구보다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이처럼 토지개혁의 영향 아래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물을 분류해볼 수 있다. 거칠게 나누어 기회주의적 인물, 현실 순응적 인물, 저항적 인물을 살펴보았다.

먼저 기회적의적 인물은 ‘도섭 영감’이다. 그는 성실한 마름 출신으로 지주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남다른 인물이었지만, 소작인을 향해서는 비인간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서 오랫동안 마름으로 일했던 집안의 ‘박훈’이라는 인물을 타도하자고 솔선하는 인물로 변모한다.

그는 인민위원장이 되어 지주 숙청 사업을 지휘했다. 그 과정에서 점차 도덕성을 상실해갔으며, 결국 스스로 파멸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남을 배려하기보다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동시에 현실과 타협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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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현실 순응적 인물은 ‘박훈’이다. 그는 시대의 희생자로 나중에는 도섭 영감을 죽이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초반에는 어떤 일에 봉착하면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성격이었으나 부인 ‘오작녀’의 사랑으로 변화한다. 이로 인해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솔선하려는 적극성을 띠게 된다. 이렇듯 그는 나약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저항적 인물은 ‘오작녀’이다. 그녀는 자신의 가치관과 위배되는 현실에 굽히지 않는 저항적 태도를 보인다. 봉건적 윤리관을 무시한 행동, 강인한 자의식과 사랑에의 실천 의지, 박훈의 소유물 몰수에 대한 부정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품 속 오작녀는 어머니의 사랑, 즉 모성애를 상징하기도 한다. 가령 박훈의 생채기를 빨아주는 꿈속에서의 무의식 표출과 인민재판에서 “우리는 부부가 됐어요!”(265쪽)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난다. 또한 소작인이 매를 맞을 때 대신 막아주는 장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약한 이들을 향한 보호 본능을 가진 인물이자, 세상을 개척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후예는 누구인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통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천착하려는 작가의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도섭 영감, 박훈, 오작녀와 그 밖의 모든 인물은 어쩌면 시대가 낳은 희생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토지개혁으로 인해 변모하는 인물 중 과연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작가가 의도한 인류 최초의 살인자인 ‘카인’의 후예는 누구일까?

카인은 성경에 기록된 인류 최초의 살인자인 동시에 곡물 경작자였다. 그러므로 카인의 후예는 곧 범죄자와 농민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게 된다. 작가는 북한 농경 사회에 불어 닥친 인간성 파괴의 현장을 일종의 범죄 행위라는 시각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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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토지개혁으로 인해 지주들과 소작농들의 갈등과 혼란은 극에 달했다. 소작농들은 지주가 없어진다면 더 잘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지주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대로 살았을 뿐이지만, 삶의 방식을 한순간에 부정당하고 만다. 이러한 비극은 개인적 원한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강제적으로 적대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고, 생존에 의한 불안과 공포를 품은 채 서로를 미워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서 특정한 악인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자비한 토지개혁을 강행하도록 만든 이데올로기의 대립 자체가 ‘카인’을 지칭하는 건 아닐까. 물론 이데올로기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었다고 한다면, 개인적 선택을 간과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의 잘못을 이데올로기의 문제라고 떠넘기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한 집단이나 이데올로기로부터 받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그저 언제든, 누구나 카인의 후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황순원, 2006. 『카인의 후예』, 문학과지성사, 554쪽.
박세길,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1』, 돌베개, 1988, 85쪽.
이민주, 「황순원 장편의 설화적 세계 연구 : 『별과 같이 살다』, 『카인의 후예』를 중심으로」,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2008,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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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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