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원히 기억될, Winnie-the-Pooh "안녕, 푸"

2019.08.22-2020.01.05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글 입력 2019.09.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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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가본 소마미술관



한성백제역이라니.. 집에서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에 지레 겁을 먹고 문화 초대를 포기하려 했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소마미술관, 한성백제역을 언제 가볼까 싶어서 과감하게 신청했다.


1시간 40분쯤 걸려 도착한 소마미술관은 정말 예뻤다. 미술관 자체의 외관도 예뻤지만, 앞에 한적한 공원이 평화로운 view를 더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짧지만) 숲길도 있고, 잔디도 있고, 호수도 있어서, 가족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온 것 같았다. 미술관을 이렇게 꾸며 놓은 건지, 이런 곳에 미술관을 세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소마미술관 일대가 단순히 미술관의 기능만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서울에 이렇게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이 있었다니.. "진짜 좋다. 여기 살고 싶다."를 연신 외치며 미술관 입구로 향했다.




2. 정말 아기자기한 전시



이 전시가 좋았던 첫 번째 이유는 아기자기했기 때문이다. 곰돌이 푸, 이요르, 피글렛의 귀여움을 생각해보면 전시가 아기자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노란색 페인트로 도배된 벽, 중간중간 세워져있는 포토존 등, 생동감 넘치게 꾸며 놓은 전시실은 보는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게 했다.


미술관에 유치원~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는데, 평소 같았으면 '아 오늘 잘못 왔다..'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나도 푸의 귀여움에 동화되었는지, 그림을 보는 아기들이 귀여워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특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푸우 전시회가 어린 친구들에게도 어렵지 않은 전시이면서도, 성인이 보기에도 유치하지 않은 콘텐츠들로 구성되어있어서 정말 좋았다.


전시는 총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있었다. 1전시실에는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 푸의 모습에 대해 소개하면서, 곰돌이 푸가 인형으로 제작된 모습, 각종 관련 장난감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위니 더 푸와 관련된 수많은 굿즈들이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면서, 푸의 위상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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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시실에서는 곰돌이 푸가 탄생되기까지의 과정, 푸의 모티브가 된 곰돌이 인형 등에 대해 소개한다. 곰돌이 푸의 스케치는 물론이고, 모티브가 된 곰돌이 인형에 대한 사진도 아낌없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이 굉장히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하지만, 보면 볼수록 사진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3전시실에는 강가의 다리를 꾸며놓은 포토존이 있는데, 지나치지 말고 꼭 사진을 찍길 바란다. 강가를 표현한 몽환적인 조명이 있어서,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4전시실에는 푸와 친구들의 대화 장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 좋은 날'의 푸의 생각을 풀어놓은 드로잉들이 전시되어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연필의 투박한 감성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쉐퍼드의 푸근한 데생과 함께, 절제된 표현의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5전시실에는 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요즘에야, 스캔이니, 포토샵이니 컴퓨터 기술이 발달해서 스케치에 선을 입히고, 색을 칠하는 것이 쉬운 작업이었지만, 곰돌이 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모든 게 수작업이었다. 스케치 위에 새로운 종이를 덧대어 다시 선을 그리고, 직접 구아슈 등의 물감을 사용해 색을 입힌다. 모든 게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으니, 그림에서 느껴지는 푸근함과, 작가의 애착이 남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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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외의 요소들도 만족스러웠다. 우선 아트샵 상품의 종류가 다양했고, 포토존 쪽에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갈피가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나가는 문 쪽에 푸가 그려진 자그마한 바나나우유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는데 (1인당 1개씩) 맛있고를 떠나 이런 세세한 이벤트들이 좋았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전시인 만큼 성인들이 보기에는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콘텐츠들이었는데, 타협점을 잘 찾아서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3. 푸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으로



전시를 보는 내내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전시실 동선의 일환으로 있었던 미끄럼틀도 "까르륵 아니 이건 아기들만 타는 거 아냐?!"하면서 타고 내려가고, 포토존도 한 개도 빠짐없이 사진을 찍었다. 전시를 보러 온 건지, 사진을 찍으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이 모든 게 '곰돌이 푸'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진지한 교훈이나, 뜬구름 잡는 희망메시지는 필요 없다는 듯이, 사람들에게 그림과 글귀만으로도 여유를 가져다주는 신비한 능력.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봐야 할 푸의 드로잉들은 앞으로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숲에 계속 있다는 그들의 말처럼, 언제고 마음속에서 계속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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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붙잡고(1928)

푸 코너에 있는 집, 제5장, E.H 쉐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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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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