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스 문화의 진수, 그리스 보물전 [전시]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글 입력 2019.07.3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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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그리스라는 나라는 어릴 적 신화에 대해 다룬 학습만화를 통해 처음 만났다. 필자의 나이 또래 사람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아서 웬만한 올림포스 신들의 이름은 모두 외웠고, 영웅담도 꿰고 있을 정도로 여러 번 읽었던 그 만화책 덕분에 그리스 신화에서는 왠지 유년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의 고대사까지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기억 덕분에(?) 그리스의 역사가 비교적 친근하고 재밌다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이번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 소개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B.C 5000 ~ 3000년 경 고대 유물부터 그리스를 대표하는 각종 유물까지 한자리에 신들의 나라 그리스의 국보급 유물 한국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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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000년경의 신석기 시대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인 기원전 323년까지의 광대한 역사, 아름답고 화려한 그리스의 문화와 예술, 영광스러운 그리스인들의 업적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리스 보물전 –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는 그간 그리스를 주제로 했던 다른 전시와는 달리 그리스 본국의 유물이 그리스 정부의 승인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는 최초의 전시라는데 큰 의미를 둔다.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서사시인 호메로스, 트로이 전쟁, 그리스 신화, 올림픽, 민주주의, 그리고 세상의 끝을 보고 싶어 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 등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처럼, 서양 문명의 기틀을 다져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전역의 문화에 큰 영향을 준 그리스 문화의 진수를 만나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대리석 조각, 아름다운 도자기, 정교한 청동 조각, 은제 장신구와 황금 보물들 등 흥미로운 볼거리도 풍성하다. 역사적, 인문학적, 예술적으로 최고의 가치를 뽐내는 그리스의 보물들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관람객들에게 인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감동을 선사한다.

 

 

 

신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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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클레피오스와 가족을 묘사한 봉헌용 부조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필자가 어릴 때 즐겁게 읽었던 신화는 하인리히 슐리만이 그 유적을 발굴하기 전까지 말 그대로 ‘신화’인 채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는 서양 문화에 성경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미쳤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신들의 야망이나 복잡한 애정사 때문의 고대 그리스의 지식인들은 신들의 비윤리성을 근거로 신화를 비판했다. 플라톤은 신화를 불합리하고 어리석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며, 그의 학파와 기독교 세력의 영향으로 중세 시대에는 그리스 신화가 금기시될 정도였다고 하니, 이를 사료나 역사적 사실의 근거로 여긴 이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르네상스가 도래하며 그리스 신화는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하인리히 슐리만의 발굴 이후, 19세기에 이르러서는 토머스 불핀치에 의해 그리스·로마 신화로 집대성되어 이 이야기들은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문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방랑시인 호메로스 덕분에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이에 관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고 고대의 그리스에 대해 사람들은 무겁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호메로스와 헤로도토스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 신화는 슐리만의 발굴과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집으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서양 문명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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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귀걸이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가리켜 서양 문명의 뿌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명의 시작과 발전이 다른 문화권에 비해 매우 빨랐으며, 독특한 지리적 환경에서 비롯된 폴리스에서 이뤄진 정치 형태는 현대까지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수사라는 생각도 든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활 수준과 예술의 완성도 또한 높은 편이었다. 에게 해에서 시작된 청동기 문화부터 미노스 시대, 아케익 시대 등을 거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이르기까지-꾸준히 정교하고 수준 높은 예술과 정치, 과학으로써 삶을 영위해온 그리스인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삶이 아주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작은 술잔과 물병들, 사후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무덤의 부장품들, 미적 기준과 예술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수많은 조각상과 장신구들 - 그 하나하나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쓰였는지를 상상해보는 동안 어릴 때 읽었던 신화는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필름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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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오랜만이라 반가웠고, 친근해서 더 감상이 즐거웠던 그리스 보물전은 다루고 있는 시간적 범위가 넓은 편이기 때문에 고대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더 초점이 맞춰진 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감상의 목적이 학습이라면, 예술, 정치, 사회, 스포츠 등 전시의 소주제도 여러 가지이므로 한 시대를 집중적으로 비추기보다 전반적으로 그리스의 고대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전시를 보는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모든 파트의 유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보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주제 몇 가지를 미리 정해 더 오래 감상하고 싶은 유물 앞에서는 시간을 더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를 중심으로 전시장을 둘러본 후 유독 아름답고 관심이 가는 유물을 더 오래 감상하면 이번 전시가 보다 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모두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들이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때로 더 유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족을 붙여보며, 이상으로 글을 마친다.

   





그리스 보물전
- THE GREEKS -


일자 : 2019.06.05 ~ 2019.09.15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7시)

*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06/24, 07/29, 08/26)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티켓가격
성인(만19세이상) 15,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1,000원
유아 9,000원(만48개월이상)

주최
KBS한국방송, 그리스문화부

주관
KBS미디어, 동아일보사
이엔에이파트너스

후원
그리스대사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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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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