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 밤, 꿈꾸세요 -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 展

앤서니 브라운의 꿈 선물
글 입력 2019.07.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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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한 가지씩 늘어날 때마다 나이를 먹는다는 우리 엄마의 현재 꿈 나이는 만 오천칠백팔십삼 세이다. 이렇게 엉뚱 발랄하고 늘 상상력이 풍부한 엄마답게 책 한 권조차 평범하게 읽어주시는 법이 없었다.

오늘은 어떤 목소리로 읽어줄까?라며 나보다 더 신난 얼굴을 하시고는 한 페이지마다 바뀌는 나의 주문에 맞춰 새침데기 공주였다가 금세 무서운 마녀였다가 어느새 팔도 사투리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엄마와의 그 시간이 무척 행복하고 즐거워서 한 권이 두 권, 세 권으로 나중에는 책으로 탑을 쌓기도 했다.

나와 같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은 생소하더라도 고릴라가 나오는 동화책은 기억할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그의 작품 이야기가 담긴 전시회라니 나는 잔뜩 기대한 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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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한껏 울상을 하고 있었지만, 전시회장 앞은 앤서니 브라운의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알록달록한 일러스트들과 구경 온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무지개 넘어 보물단지를 찾은 기분이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앤서니 브라운의 인터뷰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평소에 나도 궁금했던 질문 중 하나였던 ‘당신의 책에는 왜 고릴라가 많이 등장하나요?’에 대한 답변을 집중하여 들어봤다. 그는 일단 고릴라를 아주 사랑하고 그들의 듬직한 모습이 아빠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며, 때로는 인간적인 면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앤서니 브라운과 그의 작품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안고 더 흥미진진한 모험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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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이 말한 고릴라의 인간적인 면모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은 바로, 제1 관에 전시되어 있는 ‘리틀 뷰티’이다. 작가는 동물원에서 고릴라와 고양이가 친구가 된 소식과 자신이 세면대를 부수고는 상황 정리를 위해 들어온 사육사에게 다른 사육사가 그랬다고 가리키는 고릴라의 소식을 듣고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리틀 뷰티에 등장한 일러스트를 재현해 놓았다. 고릴라가 홀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이때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의 영화 ‘킹콩’이다. 고릴라를 사랑한 앤서니 브라운답게 킹콩 또한 미니어처를 직접 제작해서 영상을 만들었는데, 실제 사용된 미니어처들과 앤서니 브라운의 킹콩이 그 옆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미니어처는 놀랄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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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아빠가 최고야>라는 작품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전시회를 다녀오고 나서 가장 마음속에 남은 것은 <꿈꾸는 윌리>였다. 침팬지 윌리는 꿈속에서 영화배우, 발레리노, 탐험가, 가수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뀌는데 그 꿈속 장면이 커다랗게 전시되어 있었다. 언제나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엄마의 영향인지 윌리에게 더욱 정감이 갔다. 그리고 윌리처럼 계속해서 몽상가로 살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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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은 고릴라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 또한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인터뷰 장면에서도 언급을 했다. 이 전시회가 좋았던 것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장르가 아동 문학인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많았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호기심을 가졌을 법한 작품 속 신기한 장면들을 재현해 놓아서 잠시나마 다시 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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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 곳곳을 누비며 맘껏 꿈꾸고 상상력을 펼치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도 아름다웠지만 그들의 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해사한 미소를 짓는 부모님과 인솔자들의 얼굴 또한 빛이 났다.

엄마도 앤서니 브라운 못지않게 매일 밤 나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을 사랑하셨고 내게 지치지 않고 꿈꾸는 법을 알려준 분이시기에 이번에는 내가 그 시간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아마도 나는 조만간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꿈을 꾸러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 극장을 다시 방문할 것 같다.


[김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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