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스 홍과의 미술적 대화 -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미술을 통해 새로운 나를 조우하고 싶은 당신에게
글 입력 2019.07.1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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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본 기억이 났다. 깔끔하고 모던하고 세련되고 난해하기까지 한 작품들.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재미있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냥 덩그러니 한 공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소위 미니멀 아트, 컨셉 아트들은 나에게 있어서 그저 난해하기만 했다.


언젠가 미술사 책에서, 전공 수업을 듣다가, 혹은 교과서에서,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아무런 감명을 주지 못했다. 마치 뇌를 표백제로 싹 씻어버린 듯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버려 창조적인 영감은커녕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시도마저 안 들었다.


이 쇳덩어리가 대체 뭐라고? 도대체 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난리지?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천재적이고 똑똑한 방법으로 작품을 창조한 건 알겠지만, 도무지 뭘 나타내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는걸. 어쩌면 이 책의 첫 번째 챕터의 소제목처럼, '너무 쉬워서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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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물감로 그린 추상물체



책은 크게 화자 '김'과 '김'을 찾아온 '홍'의 대화를 중심으로 나아간다. 5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게 낙서하기부터, 가로선 세로선 그리기, 색으로 추상화 그리기, 대상을 관찰하며 묘사하며 그리기, 연필과 오일 파스텔로 자화상과 사진 속 친구 그리기, 자신을 둘러싼 공간 그리기나 풍경 그리기 등 다양한 미술적 체험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롭다.


예를 들어 현재 현대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컬러링북으로 비교해보자. 이미 다 그려진 스케치 위에 색연필 등으로 빈칸 채우기 하듯 정해진 대로 색칠만 하면 끝나는 컬러링북. 일단 색칠만 다 하면 그 목적이 끝나기 때문에 일회성을 가진다. 반면 이 책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미술적 행위를 주도한다. 그림에 생소한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초적인 선부터 그리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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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을 직접 관찰하며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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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추상화 스케치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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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추상화 구성부터 완성


그러니까 물고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물고기를 직접 잡아다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정말 처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나에게도 종종 텅 빈 종이를 보면 무엇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이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매 챕터마다 독자들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그리는 행위에 접근하도록 한다. 선 하나 잘못 그었다고 때리거나 훈계하는 사람도 없고 정해진 칸 안에 반드시 어떤 색깔을 칠해야 한다는 엄격함도 없다. 물론 정해진 답도 없다.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키고 편안한 방법으로 선을 그리고 회오리를 그리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과, 혹은 미술작품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이렇게 차근차근 '김'과 '홍'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이해하고 시점을 파악하고 공간에 감정을 싣는 법을 터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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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화자 '김'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현대미술가처럼 바꾸는 거야'. 무엇을 중점으로 두는가에 따라 관점도 달라진다.


세상을 중심으로 두면 '나는 어떻게 세상이 원하는 데로 살아야 하는가'가 문제가 되고, 자신이 중심이 되면 '내가 나의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여기서 직접 어떤 체험을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현대미술도 이해하고 자신의 삶도 이해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김은 '홍'에게 말한다.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김'의 가이드라인대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내 마음대로 선을 그리기도 하고 추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주변 풍경을 그리고 화분을 그리고, 손도 그려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전공과목들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다녔던 대학은 디자인 전공을 하는 모든 1학년 학생들은 필수로 통합 기초 회화 및 디자인 과목들을 수강해야만 했다. 이 과목들에는 누드 크로키를 비롯한 기초 회화 수업,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원리, 디지털 디자인 작업, 전반적인 미술사조와 디자인 역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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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가시나무) 관찰 후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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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테로 그린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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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로 그린 추상



기본적인 여러 가지 종류의 선을 쓰는 법, 명암을 다루는 법, 자연물과 사물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법, 자신만의 방법으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법, 특정 소리나 음악을 듣고 그것을 표현하는 그림도 그렸고, 자화상을 그리기도 하고, 유명한 작품을 재미있게 패러디하기도 하고,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팀 아트워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추상화를 그리고 또 태초의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예술과 디자인 역사를 배웠다. 마치 그때의 미술/디자인 커리큘럼을 다시 밟는 것 같았다. 그만큼 재미있고 단순명료하지만 단계별로 체계적이란 소리다.


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고 알고 싶은 사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술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새로운 나를 조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저자 소개 - 김은진



고려대학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초등교사로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현장에서 교육을 실천하면서, 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미술의 힘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서울여자대학교 미술치료 박사 과정에 다시 입학하였으며, 초등교사를 그만두고,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교육담당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미술관 미술치료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미술치료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본격적으로 미술치료사로 활동하였고, 학아재미술관 관장직을 맡아 치유적 미술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미술관 운영을 하면서 미술관 미술치료를 연구하고 실천하였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미술치료 학과에 재직하며 미술치료사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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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 김 은 진


규 격 : 신국판 변형(190×220)


쪽 수 : 210쪽


출간일 : 2019년 6월 27일


정 가 : 16,000원


ISBN : 979-11-85973-56-2(03180)


출판사 : 도서출판 따스한 이야기





[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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