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이 싫어서 [도서]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난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
글 입력 2019.06.2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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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한국은 여러모로 매력 많은 나라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어떨 땐 숨이 막힐 정도로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짐작컨데 분명 나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혹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문득 들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중에 커서 외국에서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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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생각으로 말을 뱉은 나와 달리 몸소 실천으로 옮긴 사람이 있다. 바로 책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이다. 그녀는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는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택하였다.


사실 그녀는 중위권 대학을 나왔으며 회사도 들어가 월급을 받는 평범한 한국의 사회인이었다. 언뜻 보면 ‘그 정도면 만족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데 충분할 텐데?’라 생각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수렛바퀴가 굴러가듯 딱딱 맞아떨어지는 숨 막히는 일상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유리벽에 지쳐 그녀는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로 호주로 떠나게 된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난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녀가 말하는 ‘행복론’은 잔잔한 바다에 돌을 던져 잔물결들을 만들듯이, 어딘가 모르게 가슴 한 켠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이런 그녀가 한국 사회의 폐부를 거침없이 드러낼 때는 정말 흥미진진하기에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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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한테 잡아먹히는 동물 있잖아, 톰슨가젤. 걔네들 보면 사자가 올 때 꼭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걔 같애.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어쩌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표적이 되는 거지. 하지만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사자가 오는데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잖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은 쳐봐야지. 그래서 내가 한국을 뜨게 된거야.”


정말 어떻게 보면 한국은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장소로 비율 할 수 있을 것 같다. 치열하게 아귀다툼하는 사방에 커다란 울타리가 쳐져있는 것 같이 말이다. 이곳의 주인은 약자를 홀대하고 강자를 우대하며 담장 안쪽의 모든 이를 통제하고 순종시킨다. 마치 우리는 자유로움을 영위하며 사는 줄 알지만 실제론 거대한 사육장인 것이었다.

   

*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거야.’


이 말에 울컥하는 감정이 벅차오르면서 '주인공이 정말 행복해졌으면-'하고 소원을 빌었다. 그와 동시에 '정말 행복해 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신기하게도 작품 해설 부분을 보면 문학평론가가 나의 생각을 엿본듯, 이런 말을 한다. '나는 그녀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확신한다. (중략) 왜냐하면 그녀는 본인이 여태껏 냉소적으로 비판하던 사람들과 놀라울 만큼 닮아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이 싫다고 비판했지만 그런 요소들은 이미 ‘그녀’에게 다 스며들어서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인다. ‘우리는 사육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사육장의 주인을 쫓아내야 한다. 즉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맞짱뜨자는게 아니라 톰슨가젤들이랑 사잘아 연대해서 우리(울타리)를 부숴버리자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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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그의 말에 의문이 생긴다. ‘과연 그렇게나 쉬운 일인가?’ 물론 대답은 ‘no’일 것이다. 물론 그의 말처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말엔 고개가 닳도록 공감한다. 하지만 무대 위 배경을 고치는 것보다는 ‘나’라는 주인공을 먼저 점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덮으면서 나는 되려 책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가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녀가 행복하길 소망하는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으며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무대 위의 세상들도 자연스레 바뀌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김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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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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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바다녹색고양이곰
    • 며칠 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인데 반가운 글이네요..!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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