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살인자? 코지 미스터리에 관하여.

추리 소설, 마음놓고 보세요.
글 입력 2019.06.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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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병이다. 얼마나 참혹한 병인가 하면 정신을 넘어 몸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을 생생히 경험해본 적이 있다. 29살에 갑상선암에 걸렸던 것. 당시 2년 동안 악마 같은 상사 아래에서 일했는데, 딱 그 2년이 되던 날에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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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네요. 수술하셔야 겠습니다.>

난 울부짖었다. <그럼 목을 도려내야 하나요?>

의사는 <도려내?> 라고 떨떠름하게 중얼거리더니 <그건 아니지만 잘라내야 해요. 더 이상의 번짐을 막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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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서른 네 살이 된 지금의 나는 갑상선의 반이 없다. 나비 모양의 기관 절반이. 처음 수술자국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던가. 이제 한쪽 날개가 없으니 날 수 없겠구나.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없겠구나 하며 슬퍼했었지.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잘 살고 있다. 암흑의 세월이 길긴 했지만. 그러면서 깨달았던 점은 스트레스를 잘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대의 나는 화가 나면 울었다. 속으로만 끙끙 앓은 채 참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속의 울분을 나름대로 해소하기 시작했던 것. 그 중 하나가 <추리/스릴러 물> 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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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스릴러 물>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다. 연극, 영화, 뮤지컬, 책 등등. 그 중에서도 나는 접근성이 쉬운 영화와 책을 선호하는데, 여기서 또 제동이 걸렸다. 너무 잔인하거나 심각한 장면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실 례로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이나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그리고 그것의 속편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등은 줄글이었음에도 한쪽 눈을 감고 읽었다. 묘사가 너무 적나라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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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같은 경우는 여성의 신체를 훼손하는 범인이 나온다. 자궁이며 나팔관 등등의 장기와 그것을 어떤 식으로 절단, 유기하는지 등등을 무척 디테일하게 묘사해서 잠시 덮어두기도 했었다. 계속 읽다가는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아서. 작가의 번득이는 재능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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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폭탄이 터져서 사람이 죽는 장면, 살점과 피, 노란 근육 등이 집 안에 어떻게 흩어지며 어떤 기괴한 형상을 만드는지 등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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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더했다. 스티븐 킹 소설이 원작인 <제럴드의 게임> 같은 경우에는 수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 주인공이 유리 조각으로 손목을 긋는다. 그리고 그 피를 윤활류 삼아 쇠고랑에서 빠져나온다. 손 가죽이 너덜거리며 허연 뼈가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나 악을 쓰는지 나도 여자주인공처럼 오만상을 쓰며 몸을 뒤틀었다. 온 몸의 솜털이 쭈뼛 서며 속이 메슥거리기도 했다.

나는 간절히 바랐다. 나같이 추리/스릴러 물을 좋아하되 유리멘탈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비밀과 수수께끼가 난무하지만 가볍고 부드러운 이야기를 보고 싶다고. 그리고 그 바람은 곧 이루어졌다. 동네 도서관에서.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를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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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cosy란 <가벼운, 친밀한, 부드러운>이라는 뜻으로써  코지 미스터리란, 일상 속 귀여운 난동, 거기에 얽혀 있는 속임수와 해결 등을 풀어낸 장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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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제목답게 주인공 또한 이상한 이름을 가진 여고생이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해결하고 다니는. 배경이 학교이니만큼 사람이 죽거나 심각한 사건은 거의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치거나 독을 먹긴 하지만 다들 살아났던 것. 그뿐인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귀여운 범인도 나온다. 나는 곧 이 작가에게 흠뻑 빠져버렸고 또 어떤 책들을 썼는지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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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비슷한 소설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시리즈,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시리즈, <마법사는 완전 범죄를 꿈꾸는가>시리즈 등. 모두가 유머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섞인 것들이었다. 유레카! 나는 손뼉을 쫙 치며 이 작가를 파기로 결심했다. <이제 한쪽 눈을 감고 책을 읽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렇게 한 권 한 권 흐뭇한 마음으로 독파해나가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런 장르는 일본에만 있는 걸까?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에는 없을까?> 해서 찾아보니 역시 있었다. 나는 애국자인 관계로 한국 서적들을 더욱 집요하게 검색해봤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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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봉평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시리즈 등. 특히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같은 경우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연애 시대>를 쓴 정연선 작가가 쓴 소설로 통통 튀는 문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이거거든! 난 삼수생 주인공, 그 여주인공이 못마땅해서 티격태격 싸우는 할머니가 나오는 게 좋다고. 가볍고 발랄하며 뭔가 일어난 조짐이 낮게 깔리는 이야기가 좋아!> 빠샤를 외치며 난 빠르게 읽어나갔다. 미스터리 적 요소는 중반부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여 전 한 마을의 4명의 소녀가 동시에 사라졌던 것. 미제로 남은 이 사건에 여주인공이 달라붙어 하나씩 그 비밀을 벗겨 나간다.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밤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고 소설의 분위기 상 우울하거나 극단적인 것,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맘 놓고 독서할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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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와 <선암여고 탐정단> 같은 경우에는 다소 과격한 부분, 사람이 죽어나가거나 한국 교육 문제를 꼬집는 등의 묵직한 장면이 나왔다. 그러나 전에 읽었던 본격 미스터리물 보다는 확실히 가벼운 것이 사실이었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여름이 두렵지 않아졌으며 스트레스를 맘껏 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난 바래본다. 이런 장르문학들이 더 많이 나와서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주기를. 순수문학을 보며 언어의 아름다움, 내용의 조탁미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같이 유희를 위해서 독서를 하는 사람도 분명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절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하므로. 조금 과장스럽긴 하지만 나의 경우는 분명 그러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마음의 병, 울화를 잘 관리하시길 빈다. 그리고 그 방편으로 코지 미스터리 또한 참고하시길. 언젠가는 순수문학/장르문학이라는 구분도 사라지길 빌며.




[이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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