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비부인에게도 날개가 있었다면,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

화려한 연출효과에 담긴 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 오페라 나비부인
글 입력 2019.06.1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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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첫 오페라였던 나비부인은 장르가 주는 어려움과 극 중 인물들이 논하는 사랑에 대한 이해의 난관에 봉착하며 막을 내렸다. 이전부터 오페라가 쉬운 장르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긴 해도, 직접 공연을 보니 왜 다들 입을 모아 오페라가 어렵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극의 모든 대사는 노래로 진행되며 그 가사들이 번역되지 않은 원어 자체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긴 공연시간 동안 인물들의 연기를 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어 구성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원어라서 좋은 점도 있는데, 바로 자막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작품전체를 통째로 삼켜 이해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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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부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대연출이었는데 최근에 본 공연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효과였다. 특히 무대가 시작되고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수많은 배우들의 행렬은 실제 나가사키의 한 마을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전해주었다.


기모노를 차려 입고 각자의 작은 우산을 든 채로 계단을 내려오는 그 장면이 유독 아름다웠고, 그때만 해도 게이샤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그들로부터 느꼈던 이 아름다움이 후에 어떻게 변하게 될지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또한, 무대 중앙에 위치한 정사각형의 입체 무대 장치의 활용도도 흥미로웠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이 장치는 처음엔 초초상과 핑커톤의 신혼집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초초상의 기다림과 고독으로 울부짖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막에 따라 분위기를 전환했다.


떠 있는 지붕은 무대의 입체감을 더욱 잘 드러내 주었고 지붕 양옆으로 뻗은 유등 또한 집이라는 공간의 아늑함을 잘 표현했다. 무대 뒤 스크린에 비쳤던 벚꽃 가득한 배경도 일본 특유의 공간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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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멀리서 바라봐도 무대를 가득 채운 아늑함과 따뜻함은 온기를 잃지 않은채 내게 고스란히 다가왔고, 그렇기에 이 공간이 나중에 얼마나 무서운 장소로 뒤바뀔지에 대해서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1막에서 핑커톤은 미 영사인 샤플레스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게이샤인 초초상과 결혼식을 올린다. 한때 부유했던 초초상은 이제 살기위해 게이샤가 되었고 중매를 통해 만나게 된 남편 핑커톤에게 자신을 사랑하냐고 묻는다.


미래에 만날 미국인 신부와의 성공적인 결혼에 대한 예행 연습으로 초초상과의 결혼식을 택한 핑커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일말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너무 오랜 시간 공연이 진행되어 이 부분에서 지루함이 찾아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에와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쉽게 흥미를 잃었던 이유는 핑커톤의 가식적인 면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이라는 고귀한 감정이 그 추악스러운 입에서 수없이 오르내릴 때, 어쩌면 내 뇌는 그 순간을 거부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표현하면 좋을 사랑이라고 하지만 거짓 사랑의 경우는 당연히 예외다. 1막이 끝난 후 함께 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핑커톤에 대한 욕을 한보따리 쏟아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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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막에선 해군이었던 핑커톤이 오랜 기간 초초상을 떠나게 되고 그녀는 홀로 빈 집을 지켜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핑커톤이 그녀를 버렸다, 그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재혼을 권유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들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 그녀의 마음엔 여전히 핑커톤에 대한 그리움과 그가 머지않을 미래에 나의 butterfly 라고 외치며 대문을 두드릴 모습이 가득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기다림과 한결같은 마음은 너무나 가혹한 미래를 마주해야 했다. 결국 집을 찾아온 핑커톤은 그의 미국인 신부 케이트를 데려왔고, 샤플레스를 통해 초초상이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트에게 아기를 맡길 결정을 한다.


나비부인과 결혼식을 올릴 때 진지함이라곤 없었고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그는 지금에 와서야 자신의 행동에 후회를 느낀다. 초초상과의 첫날밤을 보냈던 따뜻했던 신혼집이 변한 것에 대해 괴로움을 표출하며 집을 도망치듯 떠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자기 스스로 괴로움을 부추겼고 더 큰 상처를 한 여인에게 안겨주었던 그는 자신의 괴로움을 표현할 어떤 자격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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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초초상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15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사랑을 믿었던 그녀의 순진함,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는 절개 곧은 마음, 핑커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신혼날 입었던 옷 그대로의 모습과 함께 예쁜 꽃으로 집을 장식하는 한 여인의 모습.


이 모습들을 통해 나비부인으로 성장한 초초상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가 아기에게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며 '아가 너무 사랑한다'라고 말했을 땐, 나에게 수도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을 우리 엄마, 자식의 조그만 미소하나에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곤 했던 엄마 생각이 많이 나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알에서 애벌레, 그리고 번데기가 되었다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한 생명체로 다시 태어나는 나비의 성장 과정. 한 마리의 나비가 성장하듯, 초초상은 그 오랜 기다림의 시간 동안 사랑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홀로 엮어나가며 나비부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나비부인에겐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는 없었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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