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하지만 어딘가 슬픈 상상의 세계,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전시]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톤코하우스
글 입력 2019.06.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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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전시를 보고 나온 소감은 딱 제목과 같았다.


사실 나는 대중적으로 호평을 받았거나 유명한 감독(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등)의 작품이라면 몇 가지 알고 있을 정도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와 아주 친숙한 편은 아니다. 가끔씩 채널을 돌리다 나오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이야기와 음악에 마음이 이끌리긴 하지만, 그보다는 실제 사람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더 즐긴다.


그러나 이렇게 사랑스럽고 미소짓게 하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외모와 같지만은 않아서였는지, 따뜻하지만 어딘가 슬퍼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 애니메이션은 오랜만이었다.

 


 

전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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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청담동 톤코하우스 특별 전시장 약 400 평방 미터 규모에서 스케치, 원화, 캐릭터, 영상물 등 140여 점을 선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톤코하우스 스튜디오 모습이 전시장 내 재현되고 다양한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작업중인 캐릭터들과 미공개 작품들이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스크리닝 룸에서는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던 톤코하우스의 첫 작품 <댐키퍼 (The Dam Keeper)>와 2016년 작품 <뭄 (Moom)>, 그리고 2018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작품 <댐키퍼: 피그 이야기 (Pig: The Dam Keeper Poems)>가 상영된다. 전시장 한 켠에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와 협업, 촉망 받는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톤코하우스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톤코하우스 증강현실(AR)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움직이는 3차원 가상 캐릭터를 전시장 전경에 담아보는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다.

 

톤코하우스의 한국 전시 기획자 스티브 양(Steve Yang) 재미고(ZamyGo) 대표는 “단순히 톤코하우스 작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나이 불문 전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영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아울러 한국의 실력 있는 독립 애니메이터들이나 지망생들이 톤코하우스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들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안정적인 픽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과 배움에 주저함이 없었던 톤코하우스의 창립자들에게 경외감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댐 키퍼 피그의 사연: 어둠을 밝게 들여다보다



전시장에 막 도착했을 때가 폐장이 가까워진 때여서, 관람객이 거의 없이 친구와 둘이서 여유롭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들어서면 보이는 댐 키퍼 피그의 귀여운 모습에 반해서 점토로 만든 피규어와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름도 외모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마냥 귀엽고 밝기만 했다면 아마 금방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시무룩하고 울상을 짓고 있는 표정에 마음이 쓰여서 계속 눈을 마주치게 되었던 피그의 사연은 그러나 생각보다 심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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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들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는 중요한 사람이지만 사람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돼지의 모습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언가 우울해보였던 것은 댐을 지키는 그에게서 나는 냄새로 인한 또래들의 따돌림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피그는 매일같이 풍차를 돌리며 마을을 지켜내려는 숨은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영웅이나 구원자 심리에 젖어있지 않은 순수한 구도자라면 저런 모습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필사적으로 풍차를 돌려 스모그를 몰아내려는 피그의 모습이 안쓰럽고 고마웠다.

 

그를 알아주는 유일한 친구인 폭스가 있어 <댐 키퍼: 피그의 이야기>에서는 <댐 키퍼>에 이어 더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세먼지, 스모그 등과 같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서 작게 피어나는 둘의 우정과 피그의 성장 스토리는 단순한 구조의 서사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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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 누구나의 추억 여행



댐 키퍼와 함께 상영되고 있던 <뭄>을 시간상 영상으로 직접 보지는 못해 아쉬웠다. 피그에 못지 않게 시선을 사로잡던 뭄의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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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버려진 물건들에 달라붙어 있던 기억들이 모여 사는 땅에서 시작된다. 이 세계의 기억들은 자신의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떨쳐버릴 준비가 되면 그 물건을 이 세상에 놓아주고 신비로운 땅으로 떠난다. 그러나 뭄이라는 기억은 다른 기억들과 달리 신비로운 땅에 갇혀버린 소방관 모자의 기억이다. 어느 날 뭄은 발레 슈즈에 들어있던 기억 루빈을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루빈에게 신비로운 땅을 소개해주겠다며 따라다닌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루빈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출처] 씨네플레이 -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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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들이 살고 있는 신비로운 땅은 밝은 초록빛이 가득한 낙원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물건에 담겨있던 추억들이 캐릭터로 형상화된 것이 애니메이션 장르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동시에, 여러 개의 작품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사춘기 소녀의 다섯가지 감정을 캐릭터로 다룬 <인사이드 아웃>과 어린 시절의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뭄>에게 잠깐 오버랩 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조금 다른 포인트로 인간의 감정과 기억에 접근하고 있었다.


물건에서 떨어져 나온 기억이 갇혀있는 땅에서 자신과 비슷한 기억을 만나 치유한다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수채화 느낌의 따뜻한 펜 터치가 그리움의 정서를 더욱 극대화시켜주어서, 조금 쓸쓸해지던 기분은 영상미 탓으로 돌리고 마음껏 뭉클해하며 작품을 감상했다.


*

    

갈 때마다 느끼는 애니메이션 전시의 좋은 점은 기획 과정부터 아이디에이션, 컨셉, 표현, 영상 제작 과정까지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하며 제작자들이 작품을 만들었을지 다른 전시보다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 볼 수 있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그만큼 캐릭터와 더 친해질 수 있다.


다른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유독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터 분들의 정성과 애정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던, 폭넓은 연령대에 걸친 공감대와 감성이 톤코하우스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작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던 나를 포함한 다른 관람객들의 정서가 아직 많이 따뜻함에 잠시 행복해질 수 있었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 TONKO HOUSE ANIMATION EXHIBITION -


일자 : 2019.05.03 ~ 2019.08.31

시간
화-금: 11am-8pm
토: 10:30am-8pm
일/공휴일: 11am-6:30pm
관람 종료 한시간 전 매표 및 입장 마감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톤코하우스 특별전시장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1,000원
어린이(만7세~12세) 9,000원
미취학아동/만65세이상 4,000원

주최/기획
재미고 유한회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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