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서양 악기의 조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뮤르(MuRR)만의 장르’ - 달달콘서트

글 입력 2019.05.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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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창작그룹 뮤르(MuRR)의 <달달콘서트>는 ‘뮤르만의 장르’라는 수식어가 명확하게 드러난 공연이었다.


국악과 서양음악에 대한 나의 경험이 깊은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들어본 국악이나 서양음악과는 대단히 차별화된 공연이었다. 프리뷰에서 언급한 궁금증과 같이, 내가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은 ‘어떻게 동서양의 악기가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머릿속에서는 동양이라고 하면 해금과 가야금 등의 구슬픈 정서가 떠오르고, 재즈라고 하면 통통 튀는 블루스 음악이 떠올랐다. 이러한 궁금증 때문이었는지, ‘조화의 양상’에 초점을 맞추어 공연을 감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나의 의문은 완벽하게 풀렸다. 뮤르의 창작 능력에 감탄과 박수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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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평이지만, 동서양 악기의 조화는 공연 초반부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짙어지는 인상을 받았다.


첫 곡 ‘가리봉 블루스’는 국악의 정서가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게스트 Andy Kim의 피아노 연주와 허새롬 단장의 국악기 연주가 어우러지는 곡이었다. 음악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허새롬 단장의 여유로움과, 긴 호흡으로 연주를 이끌어가는 폐활량에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으며 국악 느낌이 강한 첫 곡이 마무리되었다. 이때까지는 아직 동서양 악기의 조화에 대한 큰 느낌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이어진 곡들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재즈의 감성이 점차 흘러나았다. 통통 튀는 멜로디에 나도 모르게 리듬을 맞추며 곡을 듣게 됐다. 세 명의 단원과 게스트 앤디킴. 단 네 명이서 만들어내는 선율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다채로운 멜로디가 풍겼다.


단원들은 두 가지 이상의 악기를 사용하며, 노래도 불렀다. 이때까지 나의 느낌은 ‘자연스럽다’라는 것이었다. ‘감성이 다르게만 느껴졌던 동서양 악기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합쳐질 수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까지는 새롭지 않았다. 마치 동일한 분야인 듯한 자연스러움에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나의 생각은 공연 중반부에 접어들며 완전히 바뀌었다. ‘자연스러움’이 뮤르의 색깔인 줄 알았는데, 핸드팬이라는 악기가 등장하며 ‘아, 이게 뮤르이구나’하는 놀라움으로 반전되었다. 처음 보는 악기였던 핸드팬은 그 생김새마저 독특했다. 동그란 구처럼 생긴 악기였는데, 청아한 음색을 냈다. 핸드팬의 음색과 타악기의 묵직한 리듬이 합쳐지면서, 굉장히 몽환적인 연주가 펼쳐졌다.


변주부분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청록색 조명을 받아 빛나는 핸드팬과 심장을 울리는 타악기 비트를 듣고 있자니,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뮤르의 연주가 단순히 동서양 악기의 자연스러운 조화만이 아니라, ‘뮤르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퓨전 감성’이라는 것을 깨달은 곡이었다.


뮤르만의 장르라는 말이 왜 나온 것인지 알겠는 연주였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감성이랄까.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을 뽑으라고 한다면 타악기와 핸드팬이 조화를 이룬 이 ‘Her Story’를 뽑을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제일 먼저 음원에 검색한 곡이 바로 이 곡이었으니까.


무대의 조명과 디자인도 뮤르만의 감성을 살리는 데에 한몫했다. 정장을 입고 동양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나, 피아노 리듬에 맞게 화려하게 움직이는 다채로운 색깔의 조명은 독특함을 자아냈다. 생황과 태평소 음색에 피아노 반주가 깔리고, 그 반주에 맞추어 레인보우 조명이 움직이는 장면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흔히 떠오르는 국악 무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서양 재즈 무대의 감성도 아닌 듯했다.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뮤르만의 감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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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내가 가졌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었다. 동서양 악기가 조화를 이룬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던 프리뷰.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건 온전한 국악도 아니고, 온전한 재즈도 아닌 ‘뮤르만의 장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뮤르만의 색깔, 뮤르만의 감성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다. A와 B가 만나 A+B가 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하여 C를 탄생시킨 뮤르의 창작 능력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건 여담이지만, 팜플렛에 안내된 순서대로 곡이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곡 순서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도 팀원들 간의 논의가 굉장히 활발해서 고초를 겪었다고. 그만큼 뮤르의 팀원들이 가진 음악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들의 장르를 개척할 수 있었고, 이름도 알릴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다소 아쉬웠던 점은 각 곡마다 사용된 악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 각 곡이 어떤 의미를 담은 곡인지, 어떤 의도로 만들게 된 곡인지에 대한 설명도 알 수 있었다면 뮤르 음악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이루어졌을 것 같다.


진한 국악, 국악 블루스,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고 있는 뮤르의 장르이지만, 공연을 직접 경험한 나는 오로지 ‘뮤르 음악’이라고 부르고 싶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나처럼 동서양 악기가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직접 들어보기를 바란다. 이것은 직접 듣지 않고는 알 수 없는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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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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