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유를 노래하는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4.0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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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잠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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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서점을 지나가다가 제목에 이끌려 다가갔다. 사실은 ‘인어가 잠든 집’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다. 글자 하나 잘못 본 것뿐이었지만, 언어가 잠든다는 생각에 몹시 황홀했다. 우리의 뇌는 간혹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의 빈 공간을 메워 착각을 현실인 양 보도록 한다. 착시와 오해는 틀에 갇혔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롭기 어렵던 시간을 기억한다. 과연 자유롭다는 것은 뭘까. 나라는 자각을 갖고 살아온 짧은 20년 남짓의 삶에서 나는 대개 틀 안에 속해있었다. 학교에, 가족과 사회에, 국가에 말이다. 정체성은 내가 속한 틀에 따라 대부분 규정지어졌다. 사실 나의 적극성이 그를 극복할 만큼 크지 않았기에 규정된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규정된 그 틀 안에서 행동했다. 학생으로서 주어진 공부를 하고, 같은 성별과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비슷한 행동을 했다. 청소년기에 가졌던 꿈은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나에 대한 고민을 더해가면서 대외적인 꿈과 개인적 본성 간의 충돌을 경험했다. 할 수 있는 최대의 일탈은 음악과 글이었고, 기껏해야 학업과 상관없는 책을 읽거나 노래방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대학에 와서 자유를 얻었음에도 나는 자유를 바랐다.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의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은 다시 생각해보면 여전히 대학이라는 틀 안에서 주어진 자유라는 것을 느낀다. 한 시스템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어도, 또 다른 시스템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내게 있어 시스템 안에서의 자유란 가능한 것 일까.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완전히 시스템을 벗어나는 것이 자유의 조건인 걸까. 작게는 학교를, 가족을, 국가 등에 대응되는 인간 사회의 시스템들을 모두 벗어난다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아가 나의 일상이 정형화되어 예측 가능하도록 패턴화되어 있는 것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하는 고민이 남는다. 거대한 시스템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게 개인의 운명이라면, 일상의 틀이라도 벗어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를테면 아침 7시 기상 등의 계획을 지우고 살아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을 시도해보고 얼마 가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불규칙적인 삶 속에서도 새로운 규칙이 생긴다는 것을.

한 개인을 둘러싼 모든 시스템을 벗어날 수 있는 완전한 무(無)의 세계에서라면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극한의 자유란 개인의 패턴적인 행동에서도 벗어나서, 자신의 존재를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을 가두는 것들


자유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정의하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을 답답함 속에 지내왔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구체화 해보려면 대상의 부재를 가정해보면 좋다. 자유라는 개념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있기에 성립하는 것이라는 가정하에, 억압이라고 느끼는 것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못 이룬 꿈, 잘못된 전공 선택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축을 이루는 것은 내면화했던 금기들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식의 규칙들이 어떤 일에든 있었다. 자유를 꿈꾸며 탐험가같은 생각들을 하곤 했지만, 문득 시선을 옮겼을 때 마주한 것은 도서관의 좁은 칸막이 속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나였다. 제한된 공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탈출구는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비슷한 감각을 느끼는 이의 존재는 위안을 준다. 깊숙이 자리한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언제나 음악이었다.


*
이카루스 - 자우림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르는 줄 알았고 
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여름과 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줄 알았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소한 비밀 얘기 하나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자유롭지 않은 나의 상황을 대하는 태도는 다소 비관적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겠던 마음을 이 노래에 꽤나 의지했다. 그러나 단순히 음악만 듣거나 부르거나 해서는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목적지가 없는 걸음은 원하지 않은 곳에 가있기 일쑤였다. 억압의 요소를 외부에서 많이 찾았다. 철학을 공부하며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인식하려는 노력을 했다. 원인을 구체화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
유예 - 9와 숫자들



빛을 잃은 나의 공책 위에는 
찢기고 구겨진 흔적뿐 
몇 장이 남았는지 몰라 

연체되었네 우리 마음은 
완전함은 결코 없다고 해도 
부족함을 난 견딜 수 없어 
자꾸 떠나기만 했는걸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완벽에 대한 강박은 나를 속박시켰다. 완전해진 후에야 무엇을 시도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들의 가사처럼 끊임없이 꿈을, 나의 삶을 유예시켰다. 외부적 요인을 애써 찾아내도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감각은 그대로였다. 내가 바라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나의 수동적이고, 후회스럽던 마음이 이 곡에 여실히 드러난다. 유예되었다는 9와 숫자들의 꿈이 무엇이었는 지 모르지만, 나와 그들의 차이는 이렇다. 적어도 직장인이던 그들은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삶을 벗어나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내 안에 갇혔어


아무리 외부가 억압적이어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해결이 나지 않는 문제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자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를 갈망함은 곧 행복을 갈망하는 마음이었다. 생각을 거듭하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억압을 떠나
자유를 상징하는 어떤 곳에 간다 한들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원재는 이에 대한 고민을 명쾌하게 음악으로 표현해낸다. 노래와 달리 랩을 하는 이들의 매력은 느끼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해도 대체로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
울타리 - 우원재

 

제발 날 미워하지 마 
거짓말은 못해 
지금 난 갇혔다니까 
빠져 나오질 못해 

Where you at? 
울타리 안 
Where you at? 
울타리야 난 내 안에 갇혔어 

작업실에 부스트놉 경선이 형과 슐라 형이 
나 감옥이래
갇혀서 사는 life 
형들 왈 날 가둔 거는 바로 나 
창살 없는 감옥
허공에다 소릴 악 질러 


마음 속에는 나를 검열하는 수많은 소리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갖가지 상황에 따라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완벽함에 미치지 못하면 행동을 하지 않아야한다는 매뉴얼과 미완의 결과물을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끝에는 나를 향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있었다. 주변 시선에 굴하지 않고, 주어진 것들 바깥에서 나의 것들을 표현해내는 용기를 나는 가졌던가.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디에 있든 나는 나일 수 없다. 내가 나일 수 없다는 것은 자유롭지 않음을, 곧 행복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유를 노래하는


다소 진부하거나 너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 단순해서 변화하는 현실에서 놓치기 쉬운 것. 해결책은 늘 이런 식이다. 자유에 대한 나의 해결책은 이렇다.

'원하는 것을 지금 하는 것'

지금이라는 것이 꼭 눈 뜨고 있는 이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미루지 않는 것, 그리고 내 손에 잡히는 범위에 두고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 미완인 채라도 행동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
자유 - COLDE



나는 가져오고 있지 빛 
이 자유가 나를 가르침 

나는 자유를 원한 다음 
내가 바꾸기로 했지 다 
내 삶에 끝엔 뭐가 있을까 

okay 이건 rap이 아닌 map 
언제나 나는 내가 원하는 걸 했지 
내가 원했던 건 수많은 변화와 결과를 가져왔고 
그에 따른 문제는 나를 겨냥해 
뭐든 시작하는 게 제일 어렵네 
허나 이미 출발선을 우린 넘어버린 채 여기에 서 있네 

난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나는 계속 연구해 너가 잠이 든 뒤에 
난 항상 여기 있다고 
눈치 따윈 보지 말고 가자 
그게 널 대신하지 않으니까 

내 친구들과 내 형들에게 내 자유를 걸었지 
틀린 증명은 다 빌어먹을 scene에 있지 
내가 가는 길에 항상 함께 하는 이 자유로운 물결이 
매일 다른 걸 만들어내 
생각해보자고 마음 깊숙이에 
있는 그대로를 넌 하나도 못 누리네 

okay I will give you 자유 free 
물결이 가득히 너에게 닿기를 


콜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인식한다. 자신이 언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한다. 언제나 중심은 그 자신이다. 실제 내가 자유로워졌다고 느꼈을 때는 이 곡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필요와는 별개로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노래하는 그의 자유에는 몇 번이고 매료되곤 한다. 인정한다. 여담이지만 자유를 구현해낸 그의 음악은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멋있다.



나의 '비일상'을 사랑한다


우리의 지리한 삶에는 파격이 있어야 한다. 일상 속 '비일상'이 자리할 때, 우리는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가까이 할 기회와 전혀 다른 것을 시도해 볼 용기를 얻는다. 물론 그 중심 주체로 존재하는 것은 자신이다. 더 이상 뇌가 가져오는 착각의 순간에 나의 자유를 맡기지 않는다. 가끔은 이 수많은 언어를 잠들게 할 만큼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것들에 기회를 열어둔 채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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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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