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호프의 자존감 수업 : 너는 너 자신일 때 가장 빛나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3.2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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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호프들에게 전하는 자존감 수업



자존감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뜻한다. 자신이 존재함 자체로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이러한 자존감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자존감이 올바르게 형성된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많은 ‘호프’들이 존재한다. 호프는 자신조차 관심 갖지 않고, 자신조차 들여다보지 않아 저 혼자 낡아버린, 오랜 날 혼자였던 사람이다. 원고가 없으면 살아갈 수조차 없다고 믿던 그녀에게서 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세상에는 최우선이 되어야 할 자기 자신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방치되 버리고, 저 혼자 추운 겨울을 사는 현대의 수많은 호프들이 있다.


뮤지컬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은 극장을 찾은 현대의 호프들에게 ‘너는 너 자신일 때 가장 빛나’라는 끊임없는 응원을 전한다. 호프가 K를 통해 자신을 직면하고 자신을 알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힘을 주듯이, 본 공연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갈 힘을 준다.



지금부터 판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첫째, 당신이 상속받은 재산은 에바 호프뿐이다.

둘째, 당신의 인생은 누구에게도 팔아넘길 수 없다.

셋째, 당신은 누구보다 당신을 잘 지켜줘야 한다.

넷째, 당신은 떠날 수 있고

다섯, 다시 돌아갈 곳은

반드시 너 자신이 되어야만 한다.


이것으로 에바 호프의 인생을

에바 호프에게 되돌려 주기로 판결한다.


-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의 '판결' 中



요제프의 미발표 원고 소송 판결문을, K가 호프 인생의 판결문으로 바꾸어 부르는 넘버의 일부다. 극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담고 있는 대표 넘버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거친 눈보라를 만나 버티기 힘들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어 보고 싶은 판결문이다.




의인화된 원고 ‘K’, 호프에게 원고란?



호프에게 원고는 어떤 존재였을까? 원고는 호프와 마주한 이후 끊임없이 그녀의 자리를 빼앗는다. 호프의 엄마 마리도, 호프의 남자 카델도 호프가 아닌 원고를 바라본다. 호프는 원고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잃고, 스스로를 가두었다. 원고는 그 존재만으로 호프를 추운 겨울로 몰아넣은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호프에게 봄을 가져다주는 존재도 원고다.



당신이 어떻게 기억될 것 같아?

당신이란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자신을 더 읽어봐. 

(중략) 


당신이란 책을 제대로 읽어봐. 그 속엔 네가 잊었던 문장이 많아. 

넌 수고했다. 넌 충분하다. 넌 살아냈다. 늦지 않았다. 

앞으로 써 나갈 이야기가 더 많아.


호프 :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K : 나 다 봤어. 피난 트럭에서 당신이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준 그날부터 쭉.

호프 : 그거 원래 내 자리였어.

K : 그래 이제 네 자리로 돌아가.


-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의 '빛날 거야 에바 호프' 中



극중 요제프의 원고가 의인화되어 등장하는 ‘K’가 호프에게 불러주는 노래와 그 후 이어지는 호프와 K의 대화 내용이다. 원고는 호프와 같은 처지에서, 호프의 삶을 계속 지켜봐온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전하는 ‘너 자신을 위해 살길 바란다’는 말은 그 누가 하는 말보다 더, 내면의 깊은 곳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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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개막 공연(3/28) 커튼콜 사진



뮤지컬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은 진부하지 않은 응원을 전하며 우리를 토닥인다. 무채색의 주인공들이 전하는 따뜻한 웜톤의 이야기는 마음속 깊숙한 곳의 감정을 끌어낸다. 출중한 기량의 주연 배우들과 뮤지컬 <HOPE>의 책갈피인 앙상블들을 충분히 활용한 연출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저 혼자 추운 겨울에 살던 길 위의 나그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특별한 자존감 수업을 듣고 싶은 당신의 앞에, 호프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내려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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