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인생 첫 오케스트라 공연이 전해준 감동의 선율 [공연]

차이코프스키 협주곡과 말러의 교향곡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조화의 멜로디
글 입력 2019.03.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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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겐 클래식이 꼭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다. 바쁜 스케줄에 끌려다니지 않고 여유있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선 클래식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템이다. 얼마전 지하철을 타면서 인천 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관련 클래식 공연을 하는 포스터를 본 후 곧바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어떤 공연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정작 내가 끌렸던 것은 모차르트 공연보단 말러의 공연이었는데, 이는 아마도 전에 말러의 교향곡을 오케스트라로 관람했던 기억이 아주 인상깊게 남아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얼마남지 않은 말러의 공연관람을 앞두고, 이전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전에 관람했던 나의 첫 오케스트라 경험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내가 관람했던 공연은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였고 이는 말그대로 나와 같은 대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공연인데, 수도권 지역의 여러 학교들이 일주일동안 하루씩 돌아가면서 지정된 곡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당시 공연주최단은 한양대학교의 한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였고 처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입장하던 순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정도로 인상깊었다. 검정색의 깔끔한 옷차림, 그리고 자신의 악기를 들고 등장했던 단원들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단원들은 악기의 소리를 점검하기 위해 각자 자신이 맡은 악기의 소리를 내었는데, 그들의 준비된 책임감과 곧 시작할 공연에 대한 기대는 내 심장을 들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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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을 기준으로 봤을때 무대의 왼쪽부터 차례로 비올라,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가 있었고, 플룻이나 오보에 등의 관악기와 여러 타악기들은 뒤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러한 배치를 했을까에 대한 무수히 많은 궁금증이 들었다. 하지만 연주를 듣고 나니 무대 배치를 이처럼 했던 이유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프로그램 구성 때문이었다. 한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부에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연주한 후 2부에 말러의 교향곡 제 5번 c#단조를 연주했었다. 이처럼 클래식 중에서도 바이올린 협주곡이 1부의 시작이었고 말러의 교향곡에서도 주멜로디를 끌어나가는 역할을 했던것이 바이올린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배치는 아주 훌륭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이유는 곡에서의 표현기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같은 멜로디를 주고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마주보고 있는 배치를 했어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말러의 교향곡에서도 금관악기가 멜로디의 시작을 알리는 부분이 여럿 나오는데, 이러한 부분을 잘 살리기 위해서 소리가 모아져야 하므로 금관악기들이 무대의 뒤편 가운데에 배치된 것 같았다. 큰북과 심벌즈 등 박자를 이끌어가는 타악기들도 무대의 제일 뒤편에 배치되어 곡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무대배치도 탁월했지만 더욱 인상깊었던 것은 공연의 구성방식이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두 번의 연주가 끝난 후 바이올린의 독주가 진행되었는데, 이곡을 공연 날 처음 감상했던 나는 이 부분이 3악장의 시작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 때 난 곡이 끝났으니까 협연자로 오신 분의 바이올린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겼지만, 집에 와서 곡을 조사하면서 이것이 하나의 악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역시 내가 오케스트라 공연은 처음이 맞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처럼 1악장과 2악장 다음에 바이올린 독주로 곡의 마무리를 이끌어가는 구성방식은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한층 더 돋보이고 빛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1악장과 2악장이 끝난 후의 구성방식이었다. 1악장과 2악장이 끝난 후 아주 큰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지휘자와 바이올린 협연자분이 관객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바이올린 협연자분께서 잠시 무대 뒤로 나가셨다가 다시 돌아와서 인사를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3악장을 연주하기에 앞서 한번 더 다시 새롭게 입장을 했는데, 이 부분이 나에게는 정말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보통의 음악공연들은 공연이 끝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인사를 하는게 일반적 관례인데 오케스트라의 구성은 이렇듯 달랐기 때문이다. 공연을 관람해준 많은 관객들에게 두 차례의 감사인사를 하고, 새로운 악장이 시작되기 전 한번 더 인사를 하고 연주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는 바로 관객들에 대한 예의와 매너를 보여주었던 그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1악장과 2악장이 끝난 후 3악장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아주 좋았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악기들의 표현기법이다. 공연을 보기 전 내가 알고있었던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연주법은 활을 위아래로 반복하며 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내가 새롭게 알게 되었던 이 악기들의 연주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활을 일직선으로 세워서 현을 뜯는듯이 연주하는 방법과 활로 악기를 살짝 두드리는 방식이었다. 활을 세워서 연주했던 방식은 곡이 진행되는데 있어서의 긴장감을 아주 생생하게 표현해 주었다. 또한, 클래식이 가지는 이러한 긴장감과 장엄한 분위기의 선율을 표현하기 위해선 이 연주법이 꼭 필요했다는 사실을 직접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활로 악기를 두드리는 연주법은 곡의 박자감에 생동감을 더욱 불어넣어 주었는데, 이 마저도 강세를 살려 표현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것 같다. 현악기인 바이올린이 이처럼 때론 타악기로도 변신할 수 있었다는 걸 그때의 공연을 보며 새롭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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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율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곡이 진행되는 가운데 모든악기가 힘차게 연주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나오기전에는 현악기들이 자신이 맡은 부분의 선율을 은은하게 표현하고 있었지만, 이 부분이 나오면서부터 모든 현악기들이 다함께 그 선율을 연주하며 아주 힘차고 파워풀한 멜로디가 완성된다. 바이올린의 독주 또한 멋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빠른 박자의 멜로디를 하나하나의 음을 다 살려가면서 연주할 수 있을까하면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이렇게 힘있고 당찬 선율을 보여주었다면 말러의 교향곡 제 5번 c#단조는 전반적으로 느리고 슬픈 분위기, 즉 전형적인 단조의 선율을 보여주었다. 말러의 교향곡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과는 다르게 트럼펫이나 튜바 등 여러 금관악기가 등장하고 클라리넷, 오보에, 플룻의 연주가 돋보였던 것 같다. 트럼펫과 튜바 등이 웅장한 분위기의 선율을 연주했고 클라리넷과 오보에 등이 선율의 시작을 암시해주었다.  이 곡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하프인데, 모든 악기가 연주되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들려오는 하프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내 마음이 그 어느순간보다도 평온했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 오케스트라 공연은 ‘감동’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전혀 몰랐던 두 곡을 공연관람 후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고, 잘 알지 못했던 말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한 사람의 관객이 되어 그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한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같은 소통의 마음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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