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슈퍼 플랫 [시각예술]

구분 짓지 않는 예술에 대해
글 입력 2018.11.2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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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플랫'; 일본 소비 문화의 얄팍한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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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Ball (Multicolor) / Takashi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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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Louis Vuitton / Martin Raphaël Martiq



혹자는 강렬한 색감을 사용한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꽃 모양의 캐릭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의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로,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이 유명한 꽃 캐릭터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필자는 여름에 갔던 일본 여행 동안 찾고 또 찾았지만, ‘나왔다 하면 완판’인 명성답게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고 불리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들은 현대 미술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색채를 중시하던 반고흐와 고갱의 인상주의가 대표적이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그 때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고, 어찌 보면 유치한 것 같은 작품들이 예술로 일컬어 진다는 점에서 예술은 끊임없이 변모한다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세계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일본의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흔히 말하는 ‘오타쿠 문화’에서 일본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발견하여 그가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Superflat)’ 예술은 비주류와 하위 범주에 속하던 존재들의 가치를 격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피카소와 렘브란트의 작품들이 거액에 팔리던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에서 수십, 수백억원에 정말 비주류 그 자체인 오타쿠 캐릭터들이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말 다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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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kai Kiki and Me / Takashi Murakami



요즘 자주 보이는 ‘꽃 모양의 캐릭터’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무라카미는 ‘꽃’을 자주 사용하는 일본의 전통 미술의 평면적인 구성 방법과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2D 형태 사이에서 유사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단순한 형태에서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는 강렬하고 대담한 표현 기법은 ‘슈퍼 플랫’으로 알려진 예술 운동을 탄생시켰다.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단순하지만 화려한 것이 슈퍼 플랫의 전부는 아니다. 2000년, 로스엔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 무라카미는 ‘슈퍼플랫론’을 발표했는데, 이는 ‘고급과 저급’, ‘메인과 서브’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문화를 양산했던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즉, 과거에는 불가능했을 저급하고 수준 떨어지는 ‘서브 컬쳐’들이 결합하여 ‘고급’ 미술 시장에 내놓아지는 아이러니가 탄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그의 ‘고급’ 미술 작품들이 키링, 티셔츠, 쿠션 등 합리적인 가격 대의 굿즈들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선보여진다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 보다 더 ‘평평해’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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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and Only, Murakami Takashi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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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ulticolore Monogram bag by Murakami for Louis Vuitton



여러 업계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콜라보 요청을 보내는 데에서 그의 인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무라카미의 콜라보 작품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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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gram Panda for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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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y 25 Cherry for Louis Vuitton



2003년 S/S(Spring/Summer)시즌, 무라카미가 진행한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는 단언컨대 패션계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었다고 평가 된다. 기존의 올드한 느낌이 강한 루이비통의 ‘LV’ 로고를 떼어내 알록달록하고 장난스러워진 디자인은 순식간에 루이비통을 ‘잇(it)’백으로 만들었고, 더불어 예술가 경계 짓기를 거부하는 특색을 가진 예술가 무라카미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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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래퍼 ‘카녜 웨스트(Kanye West)’의 과거 명반들 중 뜬금 없는 곰돌이 캐릭터의 앨범 커버를 가진 것이 있는데, 이 또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지만, 대담한 컬러를 입힌 망가 스타일 그림의 앨범 아트가 실제로 카녜의 미적 감각을 다시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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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Heart Princess: Takashi Murakami for Shu Uemura



그리고 제일 최근, 일본 유명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Shu Uemura)’와의 콜라보도 열광적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 콜라보를 알리는 광고 이미지는 촌스럽기 짝이 없고, 무라카미의 시그니쳐 캐릭터를 담은 쿠션 커버도 좀 더 귀엽고 키치하게 디자인하면 좋았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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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중을 위한 예술의 논의’를 브랜딩을 통해 대중들에게 선사한다는 점에서 무라카미 다카시는 진정으로 앤디 워홀을 뛰어넘는 현대 예술가라 조심스레 생각한다.


물론, 그저 마케팅에 능한 사업가라는 혹평, 단순히 일본 오타쿠 문화를 베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예술 문화는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 간의 ‘구별’을 더욱 심화시켰다. 예를 들어, 오페라와 클래식은 고급이고, 락앤롤 음악은 저급하다는 인식에서 명확한 구분 짓기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무라카미는 ‘예술’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사람들에게 밀접한 ‘상품’과 효과적으로 연결하여, 결론적으로 사람들에게 예술의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다. 무라카미의 작품들은 예술의 형태 또한 사회의 변화에 발 맞춰 달라진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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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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