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미리 상상해보는 원더랜드 피크닉 2024 ①

글 입력 2024.04.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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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2. 원더랜드피크닉 2024 포스터.png

 

 

오는 5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WONDERLAND PICNIC 2024'(이하 원더랜드 피크닉)이 열린다. 공개된 라인업은 평소 뮤지컬을 즐겨 보는 관객이라면 기대할 수밖에 없는 배우들의 이름으로 화제를 모았다. 공연을 약 한 달가량 앞두고 페스티벌 측은 양일 타임테이블을 발표하기도 했다.

 

 

붙임4. 원더랜드피크닉 2024 타임테이블.png

 

 

늘 작품 속에서 캐릭터로 만나던 배우들을 배역 이름이 아닌 본명으로 야외에서 만나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작품의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넘버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확정된 셋리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같은 시간대에 함께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조합을 보며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도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재미다.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타임테이블을 살피며, 같은 시간대에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접점을 고민해본다.

 

 

 

13년 만에 뭉친 <스트릿 라이프> 트리오

: 강홍석, 이재원,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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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문을 여는 건 강홍석, 이재원, 정원영 세 배우다. 강홍석은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특히 <킹키부츠>의 '롤라' 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부르는 롤라의 넘버 'Land of Lola'는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당당하고 능글맞은 롤라를 보여준다. 정원영은 <베어 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모차르트!>, <렌트> 등에 출연하며 최근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던 이재원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오랜만에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다.


강홍석과 정원영의 조합은 익숙하다. 두 배우가 실제로도 친한 데다가 2018년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 2023년 <원더랜드 씨어터>에서도 함께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는 배우 이창용과 함께 팀 '정강이'를 결성해 'Dream Boys'를 부르는 등 재치 있는 무대로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두 배우만으로도 페스티벌의 흥을 돋우기에는 충분한데, 여기에 이재원이 가세해 무대를 뜨겁게 한다. 세 배우의 공통분모는 10여 년 전 출연한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다. DJ DOC의 히트곡으로 만들어진 쥬크박스 뮤지컬로, 가수를 꿈꾸는 세 남자의 이야기이다. 세 배우도 아직 이름이 덜 알려졌던 시절 이 작품에 출연하며 미래를 꿈꾸지 않았을까. 2018년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Run to You'를 부르기도 했던 만큼, 이번 무대에서도 관련된 곡을 들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다시 불러오는 2023 <레드북>의 기억

: 박진주, 민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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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 배우의 무대가 끝나면 청량한 음색을 가진 박진주와 민경아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배우 민경아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에 몰입하는 배우로, 2015년 앙상블로 데뷔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대극장 뮤지컬 주연으로 성장했다. 여러 대표작 중에서도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시카고>의 '록시' 역 아닐까. 그는 백치미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민경아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2021년에 이어 2024 시즌 <시카고>에서도 록시가 되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박진주는 많은 사람에게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로 더 익숙하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 데뷔에 앞서 2010년에 이미 뮤지컬로 무대에 선 적 있는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이후 무대에서의 활동은 뜸했지만 <복면가왕>, <놀면 뭐하니?>를 비롯한 여러 예능에서 가창력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러다 2023년 맡은 <레드북>의 ‘안나’ 역은 뮤지컬 배우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기회였다. 당시 민경아도 안나 역으로 캐스팅되며 두 달 반 동안의 여정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맑고 청량한 두 사람의 음색은 꿋꿋하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전진하는 안나의 캐릭터성과 잘 어울려 크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같은 작품, 같은 역을 맡아 한 가지 아쉬운 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배우의 안나를 모두 보고 싶어 여러 차례 극장을 찾았던 관객이라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함께 안나의 넘버를 부르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23년의 <레드북>이 그립다면 이들의 무대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80년대생 베테랑 배우들의 만남

: 고훈정, 김찬호, 박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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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건 고훈정, 김찬호, 박규원이다. 16년차 뮤지컬 배우이면서 크로스오버 그룹인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로도 활동하는 고훈정은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김찬호는 <킹아더>, <마리 퀴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베태랑이고, 박규원 역시 개성 강한 음색으로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최후진술>, <라흐마니노프>, <배니싱>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 왔다. 셋 중 두 사람이 성악 전공인 만큼 웅장한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배우의 조합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이들이 함께 참여한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고훈정과 김찬호는 2017년 <록키호러쇼>에서 ‘리프 라프’ 역을, 2018년과 2021년에는 <마마 돈 크라이>에서 ‘드라큘라 백작’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2022년 <라 레볼뤼시옹>에서는 각각 홍규/레옹, 원표/피에르 역을 맡아 무대에 함께 서기도 했다. 고훈정과 박규원 역시 ‘Always Summer’이라는 듀엣 그룹을 결성했을 정도로 평소 교류가 많은 사이다. 이벤트성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단독 콘서트를 두 차례 열고, 지난 2월에는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했을 정도로 진심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세 배우는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더데빌>은 특별하다. 2021-22시즌에 셋이 함께 출연한 데다가 2022년에는 <더데빌 콘서트>에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존 파우스트라는 인물의 내면을 상징하는 캐릭터 'X-White'와 'X-Black'이 내기를 하며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지켜본다. 당시 고훈정은 'X-White' 역을, 김찬호와 박규원은 'X-Black' 역을 맡았다. 두 캐릭터가 처음 등장해 함께 부르는 '제안'부터 'Regin of Darkness', 'Lacrimosa' 등을 이번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토요일 헤드를 장식하는 뮤지컬계의 퀸

: 유리아, 정선아, 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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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토요일 헤드라이너는 뮤지컬계의 퀸이라 불리는 유리아, 정선아, 조정은 세 배우다. 조정은은 2001년 데뷔해 25년간 자리를 지키며 <드라큘라>에서 '미나 머레이' 역을, <레 미제라블>에서 '팡틴' 역을 맡은, 우리나라 뮤지컬을 대표하는 배우다. 정선아는 고등학생 때 <렌트>의 '미미'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엄청난 역량을 보여준 후 뮤지컬 장인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디바로 성장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에 데뷔해 한국 뮤지컬과 같이 성장한 상징적인 배우다. 유리아는 셋 중 가장 데뷔가 늦지만 <렌트>의 앙상블로 시작해 <키다리 아저씨>, <레드북>, <헤드윅>, <서편제>, <마리 퀴리> 등 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아우르며 파워풀한 가창력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왔다.

 

조정은과 정선아는 <드라큘라> 초연에서 '미나 머레이' 역으로 더블캐스팅된 인연이 있다. 당시 두 배우는 곧은 성품을 갖고 드라큘라 백작에게 기지로 맞서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마음이 끌려 괴로워하는 미나의 모습을 표현하며 관객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일명 날개송이라 불리는 넘버 'If I Had Wings'는 두 배우의 각각 다른 매력을 잘 보여준다. 정선아와 유리아는 최근 접점이 많다. 2022년에는 <이프/덴>에 '엘리자베스'역으로, 2023년에는 <멤피스>의 '펠리샤' 역으로 함께 캐스팅된 데 이어 2023년 <원더랜드 씨어터>에서도 같은 무대에 섰다.


세 사람이 함께하는 토요일 마지막 무대는 무려 110분간 이어진다. 단독콘서트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러닝타임이다. 실제로 세 배우는 모두 단독 콘서트를 경험해 봤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그 말은 곧 이미 뮤지컬계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했으며 단단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늘 무대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세 명의 디바가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 기사는 '미리 상상해보는 원더랜드 피크닉 2024 ②'로 이어집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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