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시대의 음악이 이뤄낸 하나의 멜로디, 클래식 음악 연표

글 입력 2018.08.2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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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에 강하고 숫자에 약하다. 역사에 관해서도 각 사건이나 인물의 생, 즉 이야기적인 측면이 강한 것들은 잘 기억하면서 그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지 그들이 언제 살았는지는 좀처럼 기억하지 못한다. 알폰스 무하와 고갱 각각의 삶에 대해서는 알면서 그 둘이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라는 것은 모르는 식이랄까.

이건 음악사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음악 교양을 들으면서 한창 클래식에 빠져있을 때 그 역사를 배웠음에도 나는 좀처럼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지 못했다. 베토벤이 있었기에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올 수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면서, 음악사의 큰 흐름 안에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아이러니.

하지만 나는 내가 연도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연도를 알고자 하지 않았다. 숫자들은 내게 재미없게 느껴졌고, 차라리 더 많은 이야기들을 공부해서 각 인물들 간의 관계나 순서로 대강의 윤곽을 잡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연표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아는 언니의 조언 덕이었다.


“전체 연표를 안다는 건 역사의 큰 줄기를 안다는 거야. 머릿속에 일종의 서랍을 만들어 두는 거라고도 할 수 있지. 어떤 연도! 하면 해당 서랍에서 관련 사건이나 인물들을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서랍말이야. 그걸 만들어두면 관련된 연도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돼.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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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비유에 굉장한 매력을 느껴 연표를 어느 정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쯤, 그 필요성을 통감하면서도 너무 복잡한 연표들에 질려갈 때 쯤. 선물처럼 내게 온 게 ‘클래식 음악 연표’ 였다. 음악사에서 중요한 내용을 연도 중심으로 보기 좋게 정리한 책이 한권쯤은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었다는 대표님의 편지처럼, 이 책은 내게도 정말 ‘한권쯤은 꼭 필요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양쪽 날개에 있는 큰 연표였다. 각 시대 구분과 수많은 음악가들의 생물년도가 정리된 연표는 수많은 것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보기 좋게 정리돼 있었다. 시대 순서부터, 어떤 음악가가 어떤 시대에 속하는지, 또 어떤 음악가들이 동시대를 풍미했는지 등. 양 날개만 제대로 봐도 전반적인 음악사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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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모르는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가 얼마나 음악에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됐지만. 그래서 굉장히 많은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전체를 훑어보니 음악사의 흐름을 보다 더 잘 알게 됐다. 특히나 음악가들이 어떤 음악을 작곡했던 시기나 오페라를 발표했던 시기들을 보면서는 해당 시대의 시대적 분위기에 해당 음악이 발표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의 이유를 알게 돼 좋았다. 지금 내가 듣기엔 다 너무 좋은 곡들인데 어떤 시대에선 환대 받고, 어떤 시대에선 논란이 됐던 게 신기했는데 그 이유를 보다 더 잘 알게 됐다.

클래식 음악연표가 그 자체로서 일종의 ‘휴대용 서랍’이 된 듯 했다. 사실 언니가 말한 ‘서랍’은 내 머릿 속에 존재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지만,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할 때 내 길잡이가 돼주는 존재라고 해야할까. 앞으로 음악 관련해서 어떤 인물을 공부하게 되면 가장 먼저 꺼내 들어서 찾아볼 것 같다. 그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해당 인물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가장 작은 크기에, 가장 간략한 방법으로 가장 방대한 내용을 넣은 책. 음악 공부의 길라잡이가 돼준, 또 돼 줄 책. ‘클래식 음악 연표’를 간략히 정의하자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언제가 됐든 내가 음악을 공부하는 날이라면 이 작은 친구가 나와 함께할 것이다. 각 시대별, 인물별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따로 놀며 불협화음을 이루지 않고 하나의 역사로 멜로디를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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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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