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시지프스는 아직도 하늘을 향해 웃고있는가, 연극 이방인

글 입력 2018.08.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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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시지프스는 아직도 하늘을 향해 웃고있는가
연극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학창시절 재밌게 읽었던 작품 중 하나다. 나는 사르트르의 <구토>를 9번 시도해 9번 잤다. 실존주의가 자장가의 동의어가 되어갈 때쯤, <이방인>은 실존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설레임에 열정의 불씨를 다시 붙이는 작품이 되었다. 감명을 받아 <구토>만큼이나 구토나온다는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까지 읽었으니, 당시 내가 감동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방인>은 간단히 말해 어머니 장례식에 미친 짓을 하고다닌 뫼르소의 사형선고 이야기다. 심리학에 심취했던 나에게 '뫼르소'는 문학적 인물 이상이었다. <채식주의자> 때도 느꼈지만, 별 반성없이 한 사람의 존엄과 자유를 재판소에 올려세우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당시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과 확실성을 추구하는 본능이 필자를 꽤 괴롭혔다. 앓았던만큼 <이방인>이 남긴 질문은 아직도 내 발을 굴러다닌다. 돌을 굴리던 시지프스는 아직도 이 끔찍한 저주를 내린 하늘에 행복하다고 소리치고 있을까. 소리치고 있을 수 있을까. 당시 나는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유나 실존'이라고 결론지었다. 뫼르소는 내 반항적인 모습과 닮아있었다. 나는 그때 삶의 많은 지긋지긋한 것들에 묶여 있었다. 윤리와 의무, 규정과 판단을 한 손가락으로 튕겨 박살낼 수 있다면 그랬을 것이다. 우리 안의 욕구를 너무나 잘 이해한 현자 타노스를 재평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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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글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은 지금도 같은 결론을 지을까? 잠깐 기댄 직장이지만, 나는 이제 봉급을 받고 일한다. 옛날에 남몰래 꿈꿨던 자기파괴적인 행동도 그렇게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다. 뭐 거창한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앞에 서니까 생각보다 참 시시한 일이다. 나이들고 보니까 반항아 뫼르소보다 한량 조르바가 더 멋진 삶으로 느껴진다. 이방인을 다시 샀다. 연극을 보기 전에 한번 더 읽을 예정이다. 나도 내가 뫼르소를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뫼르소라는 인물은 감상자가 어떤 삶의 과정을 겪고 있는지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 같다. 이 점이 <이방인>의 매력이다. 그 해석의 결과가, 해석자의 치밀한 고민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다른 소설보다 리뷰가 더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이유는, 내 안의 뫼르소가 너무 우리 모두의 안쪽을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방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선과 매체에 따라서 <이방인>은 더 다채로워진다. 나는 <이방인>을 윤리적 문제를 떠난 부조리와 인간 실존의 문제로 해석했다. 산울림 연극 <이방인>은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자유와 책임, 주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학적, 철학적 흐름 '이방인'은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삶을 마감한 뫼르소를 통해 인간 소외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무관심에 주목했다.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접근이다. 아까 말을 빌려오자면, 연극 <이방인>을 짜내고 연기한 사람들이 그려낸 뫼르소가 이런 모습인 것이다. 꼭 개인의 서사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나는 뫼르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흥미롭다. 사고의 주체가 무엇이건, 뫼르소는 정말 '이방인' 그 자체가 아닌가. 이 나태한 삶에서 낯선 것들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고는 재밌을 수 밖에 없다.
 
<고도를 기다리며>로 애정을 갖고 있던 산울림이다. 사실 제작년 쯤에 학교에서 산울림의 이방인 포스터를 보고 가난한 지갑사정에 눈물을 찍어내렸었다. 그게 어제같은데 새로운 신분으로 고도를 기다리고, 이방인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롭다. 산울림이 고전을 올릴 때마다 내 이야기도 달라진다. 같은 내용, 같은 무대인데도 왜 이렇게 역동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극단 산울림을 이상한 생강냄새와 푸근한 인테리어로 기억한다. 극장 바로 위의 소담한 카페는, 처음 내 돈으로 주고 감상한 연극의 감상과 이상할정도로 밀접한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에도 다시 찾아왔다. 또 생강냄새가 난다. 나이가 들어서 그게 새롭고 힙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이상한 향수감과 기대가 나를 휩싼다. 특별한 애정을 담는다. 좋은 공연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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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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