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어는 어려워/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 입력 2018.06.1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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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국어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 이 책을 썼다면 어땠을까. 아, 그래도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는 영어사전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내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어렵고 지루한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순된 말이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이해 할 것이다. 한 사람이 정성과 사랑을 담아 만든 책이 어떤 모습인지 말이다. 영어에 대한 저자의 사랑, 고민, 경험 등, 14장에 달하는 모든 장에서 같은 마음을 느꼈다. ‘나는 한 분야에 이렇게 많은 노력과 사랑을 쏟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영어라는 분야와 사랑에 빠진 ‘코리 스탬퍼’의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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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1장’ 제목인 ‘Hranfnkell’는, 저자를 매혹시킨 고대 노르드어 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이 너덜너덜 해 질때까지 읽었던 그녀가 안전한 의대를 지망했지만, 인문학 수업 중 만난 중세 문학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대 영어’를 배우고, 그후부터 끝이 없는 영어라는 언어 속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1장’이 내가 이 책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말 했듯, 영어를 쓰는 원어민도 아닌데 (영어도 못하는데), 계속 영어에 대한 깊은(?)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멀미가 난다’라고 말할 때 ‘nauseous’ 대신 ‘nauseated’를 사용했는데 이는 옛 문법상 세밀한 구분으로 오늘날 규범주의를 가장 철석같이 고수하는 어법 평론가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이다.” 라던지, 생전 처음본“irregardless”의 의미를 나열하는 것 등이다. 만약에 내가 영어를 쓰는 원어민이고 이 책의 원본을 읽는다면 저자의 의미나 유머 또한 즐겁게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번역본을 읽는 한국인인 내가 이 책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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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를 옮긴 작가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옮긴이의 해석(?)이 없었더라면 난 이 책을 완독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쯤 되니, 이 책의 독자층이 궁금해 진다. 과연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을까?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영어를 원어민처럼 말 할 수 있는 한국인? 확실한 것은 나처럼 영어를 배운 경력이 ‘학교’가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지루할 것이라는 말이다. 오랜만에 힘들게(?)읽은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쉽다. 사전을 만드는 사람, 영어(언어)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즐겁고 감동적이지만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고 해도, 한국어 원어민으로서는 이 책을 마냥 즐겁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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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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