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사람의 호기심으로 뒤늦게 세상의 빛을 본 고독한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영화]

글 입력 2018.05.12 18: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ovie_image (2).jpg
 

 먼저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에 태어나 40여 년 간 15만 장의 사진들을 남기고 2009년 세상을 떠난 거리 위 고독한 사진작가이다. 평범한 집의 보모였던 그녀는 매일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 분명 뛰어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가 어떻게 세상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로 나오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한 남자의 호기심에서였다. 오늘은 그의 호기심을 담은 그녀의 영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이다.



1. 지독한 수집광

 그녀를 세상에 알린 '존 말루프'는 창고경매에서 우연히 그녀의 필름들이 든 상자를 보고 특유의 촉으로 범상치 않은 것임을 확신하고 경매에 맹렬히 뛰어들어 필름상자를 얻게 된다. 그녀의 사진을 직접 인화하고 엄청난 사진임을 알게된 존 말루프는 이를 블로그에 올리고 그의 게시물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게 된다. 그러다 그는 문득 이 대단한 사진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15만 장이 든 필름과 카메라를 얻고, 그녀의 물건들을 갖고 있다는 그녀의 지인들까지 만나게 된다. 아쉽게도 그녀는 죽은 지 얼마 안됐기에 만날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그들의 집 안에 있던 수많은 가방들과 상자들, 그 속을 모두 열어 나열했을 때 그녀는 그녀의 지인들, 다시 말해 그녀가 일을 했던 가정의 가족들의 말대로 엄청난 '수집광'이었다.

 우표, 영수증, 신문, 티켓 등 그녀는 닥치는 대로 그것들을 수집했다. 신문 같은 경우에는 하도 집에 쌓아놓는 통에 그녀가 묵던 다락방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신문이 너무 많아 옆집 사람에게 모르고 줬을 때에는 불같이 화를 냈었다고 한다. 존이 그녀의 남은 필름들을 찾은 곳은 그녀가 돌봐줫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 양이 어느 정도로 많았냐면 창고 하나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비비안은 자신의 모든 물건들을 정말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랬으니 아마 신문을 남에게 멋대로 줬을 때도 불같이 화를 냈었을 것이다. 가방들이 모두 꼼꼼하게 잠겨지고 테이프로 감겨진 채 있었다고 한다. 큰 가방들 안에 가득 쌓여있는 필름들 중에서는 동영상도 있었다. 대체로 그 때 돌보던 아이들의 사진이나 거리에 사람들이었다.


movie_image (1).jpg
 
movie_image (3).jpg
(그 때 당시 발견된 그녀의 가방과 그 안의 물건들이다.)



2. 사진작가? 언론인?

 그녀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것 외에도 많은 일을 하고 다녔다. 동영상을 찍고 녹음도 하고 다녔다. 그다지 사회적이지 못하다는 지인들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눈을 마주친다. 여기서 그녀가 어떻게 사람들과 쉽게 눈을 마주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녀의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movie_image (8).jpg
 
movie_image (10).jpg
 
movie_image (4).jpg
 

 위 두 사진 모두 그녀를 보고 있다. 사실 이 사진 말고도 많은 사진이 위에서 찍히고 시선은 정면에 그녀를 향한다. 전문가들은 아마 맨 밑에 사진 속 그녀가 들고 있는 카메라로 사람들을 찍고 다녔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많이 얘기한다. 그녀가 거리 위에서 들고 다녔던 카메라는 고개를 숙이면 렌즈 속 상대의 모습이 보이는 구도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사진만 찍고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되게 마음에 들어했을 것이다. 아마 일반 카메라였다면 언제 남의 손에 박살이 났을지는 모르는 것이니까. 그녀의 사진은 대체적으로 약자들, 소시민층의 일상을 거의 많이 담고 있다. 녹음의 내용들을 들었을 때에도 그녀는 보통 정치적인 주제를 관해 시민들에게 녹음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질문을 한다. 이런 그녀의 행동들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혹시 언론인을 꿈꿨던 것을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녹음들과 사진을 절대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오로지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다. 그녀는 단순히 취미로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었던 것일까?

 그녀의 지인들은 모두 그녀가 세상의 이목을 끌고 싶어하지 않은 성격이라고 말한다. 존에게 그들은 "아마 당신의 행동 또한 비비안이 봤다면 난리가 났을 거예요."하고 웃으며 말한다. 그녀는 남들이 제게 신경 써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적어도 그들은 그녀의 행동을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아이들과 거리를 나설 때에도 그녀는 아이들보다 사진이 우선이었다. 그녀는 혼자임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서보면 과연 사회친화적인 성격에 언론인을 꿈꾼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아마 취미생활을 열심히 한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3. 아무도 모르는 그녀, 비비안 마이어

 존이 그녀에 대해 알아가면서 놀라게 된 것은 아무도 그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갖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몇 년을 그녀와 친구처럼 지냈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녀가 있는 동안은 가족처럼 대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에 대해서 확실히 알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 중에서는 그녀의 실제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를 프랑스인으로 알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그녀가 자신에 대해 제대로 말해준 적이 없기에 모른다고 말한다. 그녀는 누군가 함부로 제 공간에 들이닥치는 것도 싫어했고,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도 싫어했으며,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 것도 싫어했다. 어쩌면 그들이 그녀의 대해서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너무나도 특이한 성격 탓에 그녀와 함께 오래있는 사람들도 몇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녀는 혼자임을 즐겼으면서 동시에 외로워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고용해준 가정의 가족이고 싶었고, 절친한 친구임을 이어나가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외로이 떠나보내고 난 뒤, 그녀와 인연이 깊었던 가정은 조금이라도 그녀와 있어줄 것에 대해 후회하고 슬퍼했다. 그들은 존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사실에 놀라워 한다. 그들이 모르는 그녀는 프랑스인이 아닌 미국인이었고, 프랑스인 특유의 어투가 있는 것은 그녀가 잠시 프랑스의 조그만 마을에 살았던 것이기에 그랬다는 사실과 그녀의 실제 이름은 비비안 마이어이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참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것.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이름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나머지 사실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왜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까?


movie_image (6).jpg
 

 존은 다행히 한 갤러리의 힘을 빌려 그녀의 사진전을 여는 데에 성공한다. 다른 갤러리들에서 무시를 했던 사진전은 대박을 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사진에 깊게 감명을 받는다. 그녀의 메세지를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현재 그녀의 사진전은 아직도 여러 나라, 세계 곳곳에 열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예술가들에게는 비비안 마이어가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의 그림을 뒤늦게 다른 이가 알렸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죽고나서야 작품임을 인정받고 예술가가 된 사람들은 많았다. 이에 혹시 그녀가 '여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냐는 의문들도 나오고 있다. 죽어서 뒤늦게 예술가로 인정받은 사람들이 거의 남자이기에 그런 의구심들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딱히 그녀가 그들에게 예술가로서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작품들이 이미 많은 이들에게 엄청난 메세지를 주고 큰 감명을 준 데에 있어서 이미 그녀는 모두가 인정한 예술가이니 말이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적지만 그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그 사람의 가치를 알고 싶어 이런 열정을 보일까에 대한 의문을 영화를 보는 내내 했던 것 같다. 누군가 나의 가치를 알아준다는 것, 알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값진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또한 그녀의 작품이 그만큼 값지고 훌륭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야 그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필자 자신이 안타까웠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진전을 열었다는 데 다음에도 열린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사진은 따뜻하면서 냉철하고 어딘가 해학적이다. 필자가 본 그녀의 사진들은 그랬다. 그녀의 사진은 보자마자 묵직한 메세지와 감정을 전달해준다. 그 사람의 작품을 알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아는 것 또한 작품을 알려고 하는 데에 있어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아름답고 웅장한 작품들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아마 이 영화가 보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에 대한 오피니언이었다.





1521445590318.jpg
 

[김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