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설과 영화에서 사용하는 숫자 삼의 비밀[문학]

글 입력 2018.02.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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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다보면 계속 눈에 밟히는 글자가 하나 있다. 3, 사흘 또는 세 명. 모두 삼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으로, 읽는 내내 3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서 떠다녔다.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 졌고 책을 다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3이라는 숫자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았다. 소설뿐만 아니라 <월플라워> 영화에도 3이라는 숫자가 쓰여 이 둘을 비교해서 오늘은, 영화와 소설에서 나오는 숫자 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삼은 홀수이며 1과 자기 자신뿐인 소수이다. 그러므로 숫자 삼은 불완전한 존재이자 완전한 존재다. 영화나 소설에서 이 숫자 삼을 자주 쓰는 걸 볼 수 있다. 청소년, 대학생들의 불완전한 시기와 관계를 숫자 삼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일 때는 누구보다 흔들리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셋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게 되면서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가능해진다. 세 명은 불완전하지만 그 중 한명이라도 빠지면 존재할 수 없는 불완전한 관계이다. 불완전한 시기의 그들에게는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편안한 존재인 것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숫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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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월플라워> 주인공 찰리(로건레먼)는 어렸을 때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혼자가 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샘과 패트릭이라는 새 친구들을 만나 어울려 다니며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배우게 되지만 의도치 않게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자연스레 관계가 끊기게 된다. 그 후 그는 스스로 자신을 상처 입히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그 속에서 찰리는 다시 고립되어 불완전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친구관계가 다시 호전되면서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샘과 패트릭을 통해 안전한 관계를 형성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이 삼이라는 숫자를 더욱더 잘 드러내어 보여준다. 주인공의 고등학교 시절은 와타나베(주인공) - 기즈키- 나오코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기즈키와 나오코는 커플임에도 불구하고 둘보다는 셋일 때 안정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기즈키도 둘일 때보다 셋일 때 보이는 행동이 더욱더 멋지고 그럴싸해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나오코와 기즈키 자기 자신도 좋아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기즈키의 죽음으로 둘이 된 그들은 여태껏 쌓아온 블록을 쓰러뜨리게 된다. 각자 방황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가 대학교 때 다시 연락이 닿게 되었고 주말마다 둘의 산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둘의 그런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나오코가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서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듯 보였으나 편지로 심리적인 거리를 줄여가며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요양소에서 또 한 번의 와타나베-나오코- 레이코의 관계가 시작되면서 나오코는 둘만 있을 때보다 셋이 있을 때,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국 와타나베는 완전한 존재가 되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된다.

 그는 앞으로도 또 다른 세 명의 관계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누가 낫다. 괜찮다.’고 정의내릴 수 없다. 그저 불완전한 서로가 기대고 도우면서 살아간다. 

 둘은 서로에게 깊게 빠져들어 바깥세상이 보이지 않는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셋은 누구에게도 깊게 빠져들지 않고 바깥세상과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또는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들만의 규칙과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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