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희단거리패와 < 수업 >

연희단거리패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글 입력 2018.02.05 22:4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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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연극배우가 너무 되고 싶어 극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연희단거리패를 중심으로 알아봤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 극단이야 연희단거리패가 아니더라도 많았겠지만, 내가 연희단거리패를 선택했던 이유는 그 극단 자체에서 느껴지는 '치열함' 때문이었다. 다른 극단의 배우들도 물론 형형한 눈동자로 조명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연희단거리패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면 그 어느 하나도 나를 잡아삼키려 들지 않았던 게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결정적으로 내가 꽂혔던 건 김소희 배우의 연기와 강연, 그리고 연희단거리패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그마저도 몇 없는 영상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대학교 1, 2학년 때의 내가 얼마나 연기에 대해, 연극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던 기억이 난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빽빽한 스케줄과 육체적 정신적 피로함을 견뎌내는 생활. 연극에 대한 사명감으로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나를 이끌리게 했다.

 당시의 나는 '연극'이라는 것, 그리고 '연기'라는 것에 잡아먹혔던 사람이었어서 연극 동아리 내에서도 연기밖에 모르는 경주마로 통했었다. 실은 철학과가 부전공이고 연극과가 주전공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으니 말 다했다. 김소희 배우가 진행하는 강의에 참여하고 싶어서 부모님과 다투었던 기억도 난다. 결국 참여하지 못해 크게 절망했었다. 사실 몇개월 전까지도 이 병이 고쳐지질 않아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내가 그 쪽 진로를 단념한 데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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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도 꼭 보러 가고 싶다.


 아무튼, 티켓팅과 시간계산 실패와 연극 보는 것을 말리시는 부모님, 개인적인 불화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그간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을 보지 못했었는데, 설마 아트인사이트에서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처음 문화초대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조금 울컥했다.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연극에 대해 간절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내가 연극을 놓고 나서야 연희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 씁쓸하면서도 벅찼다. 특히 최근의 백석우화와 1984를 놓쳤던 나는 이승헌 배우의 공연을 실제로 보게 된다는 것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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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내가 입단했을 지도 모르는 곳,  어쩌면 나와 함께 일하게 됐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영상으로 공개되어있는 연희단거리패의 모든 커튼콜이란 커튼콜은 다 찾아봤던 나는 실은 연극보다도 커튼콜이 더 보고 싶다.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어쩜 그렇게 매번 관객의 관심을 처음 받아보는 것 같은 표정들인지. 극이 끝나 텅 비어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꽉 찬 듯한 모습,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놓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결코 약해보이지 않는 모습, 관객에 대한 존중과 그럼에도 부족한 공연이라는 듯 미안해하는듯한 그 겸손함이 말 한마디 없이도 모두 전달되어 찾아볼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그것만 봐도 그들이 관객에 대해, 극에 대해, 인생에 대해 얼마나 신성시 여기는 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연희단에 들어가고 싶어했던 이유 중 하나도 그런 배울 점 때문이었다.
 
 <수업>이라는 이 극은 2002년 초연 이후 2009년 이오네스코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공연되기도 했었고, 2012년 투마니아 부카레스트 국립극장페스티벌에 해외작품으로서는 유일하게 초청되었다고도 한다. 이제는 연희단거리패의 고정 레퍼토리가 된 이 된 이 극을,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이제는 배우 지망생이 아닌 평범한 철학과 학생의 시선으로 극이 전하는 철학적 담론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

 루마니아 연극제에서 이 공연을 했을 때, 한 루마니아 배우가 이승헌 배우에게 'Thank you for the lesson, thank you for the acting lesson'이라 인사했다고 한다. 그 루마니아 배우가 배웠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연기와 연출, 그리고 하나의 온전한 연극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이 건네는 치열한 수업을 듣고 오겠다. 그 어떤 길을 택하든 치열한 삶을 살기를, 스스로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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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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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꼬마천사
    • 감동 ~~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것이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인생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겠지요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머리속에서는 또 치열하게
      갈망하는 것 같은 느낌이 글 속에서 느껴지네요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ladyJ
    • 2018.02.07 19:09:37
    • |
    • 신고
    • 꼬마천사아아..ㅠ 긴 글 읽어주시고,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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