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누구의 꽃밭

글 입력 2018.02.0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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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꽃밭도
아니었다
"


누구의꽃밭 포스터 jpg.jpg


동장군이 전국을 휩쓰는 가운데서도, 2017 뉴스테이지의 두번째 작품, 연극 [누구의 꽃밭]을 찾는 홍익대 예술극장 소극장으로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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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후 무대위의 문을 통과하여 거실을 가로질러 극중 꽃밭의 공간인 객석으로 안내되었는데요, 누구든 삶을 걸어가다 배우가 선 그자리에 멈춰 놓여진다면 아마도 지나쳐왔던 '그 무대의 모습이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될수도 있지않을까?'를 묻는듯한 설정이 지나고보니 극의 치밀함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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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공간은 전쟁 중인 외딴곳의 어느 집, 폭력의 공간이었습니다.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서로 암묵적인 폭력이 오가고 이들에게 폭력은 이미 생활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바깥 세계의 폭력과 집 안에서 빚어지는 또 다른 폭력이 인과관계를 넘어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갑니다. 

가학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절박한 상황을 이끌어가며 점차 숨길 여유가 없는, 숨길 이유조차 망각한 이들의 욕망이 객석의 숨을 조이기도 했는데요, 강간, 마약, 전쟁, 아내와 정부라는 끔찍한 소재를 다루는 이들의 행동은 비참하고 이미 미쳐있는 것처럼 보였고, 황폐하고 질식할 것 같은 삶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은 마음뿐임이 극에 다다를즈음 유일하게 그들을 버티게 했던 꽃밭의 양귀비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전쟁 상황을 버티며 유일하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수단은 꽃밭의 양귀비였고, 파국을 맞게 된 원인 또한 양귀비였지만 마치 처음부터 그 누구의 꽃밭도 아닌것처럼,,,

꽃밭에서 키워왔던 희망이 치명적인 파멸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꽃밭은 그저 꽃밭일뿐, 꽃밭은 그 안의 꽃이 무엇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꽃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욕망을 바라보고 잠들었을 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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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극중 배우가 읖조리던 시 한구절이 있었는데, 그 당시 이해하기 어려웠고, 지금도 난해하긴 마찬가지지만 옮겨적어봅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잠들었네

최승자

그리하여 우리들은 잠들었네
너는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흩어지는 연기의 잠
 
한 세기가 끝날 무렵에도
너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연기의 잠
 
그동안에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뭐라 뭐라 하는
 
그러나 우리 두 사람에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잠과
흩어지는 연기의 잠뿐이었네


독감으로 인해 늦은 리뷰이지만, 연극무대로 만났던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여운이 강하게 남는것을 보면 역시 신진작가의 예술역량의 무한함과 함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해봅니다.


[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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