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랭귀지 아카이브' [연극]

사랑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느끼다.
글 입력 2017.12.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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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언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일상생활 속에 항상 공존하고 있다. 꼭 무엇인가를 의식적으로 떠올리고, 애써 표현하려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전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는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때론 웃을 때도, 울 때도 있으며, 그 말 한 마디에 하루를 버텨낼 때도 주저 앉을 때도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말은 같은 말이라 할지라도 서로만 아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랭귀지 아카이브>는 이러한 말이 지니는 힘에 대해 주목하며, 언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기까지, 언어에 대한 사랑과 사랑에 대한 언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소멸해가는 언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말은 언어가 사라져도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 것... <랭귀지 아카이브>는 사라져가는 언어를 통해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리고자 했으며, 관객과 함께 이를 소통하고자 한다.


 
Synopsis


 <랭귀지 아카이브>에는 조지와 그의 아내 마리, 가상 언어 ‘엘로웨이어’를 사용하는 알타와 레스틴, 그리고 조지의 연구보조 엠마가 등장한다. 조지는 세상에서 소멸되어가는 언어들을 연구하는 언어학자로, 요즘에는 인공어 ‘에스페란토’ 연구에 몰두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마리는 조지와 사는 것이 지쳐가는 요즘이다. 그녀는 자신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지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지와의 부부 생활에 지칠 때로 지친 마리는 결국 조지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조지는 마리가 떠나자 자신의 생활에 너무나 큰 변화를 깨달으며, 마리 없는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자신의 연구소에 초대한 알타, 레스틴 부부를 만나 이들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살아온 삶을 듣게 된다. 세상에 단 두 명, 사라져가는 ‘엘로웨이어’를 사용하는 알타와 레스틴을 보며, 조지는 많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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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아픈 사랑에 힘들어하는 또 한 명이 있다. 연구소에서 조지와 함께 일하는 연구조수 엠마, 조지를 오랫동안 짝사랑했지만 그 어떤 말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조지에게 사랑의 고백을 전하기 위해, 인공어 ‘에스페란토’를 배우기 시작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만은 않다. 극의 결말은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조지와 마리는 끝내 부부의 생활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고, 엠마도 자신의 짝사랑을 이루진 못했다. 그러나 각자의 삶에 슬픈 행복이 있고, 씁쓸한 웃음이 있으며, 추억할 사랑이 있다. <랭귀지 아카이브>는 기존의 연극과는 다르게, 사라져 가는 언어를 통해 전하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조금은 뻔하지 않은 결말로 극의 마무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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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네 글레살라! 미 아마스 빈!”


 세상에 단 두 명만이 남은 마지막 엘로웨이어 구사자 알타와 레스틴, 이들은 사라져가는 언어로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세상이 끝나기에 언어가 사라짐을 말했다. 수 십년의 세월을 함께 한 부부, 이들은 사라져가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이들의 전하는 진실된 마음은 사라지 않기에 자신들의 언어가 사라져가는 언어임에도 조금은 덜 두려운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극 중에서 “미르 네 글레살라! 미 아마스 빈!”은 엘로웨이어로 “날 떠나지 않길 바라요.” 라는 말이다. 이 말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사용하는 말로, 이들은 ‘사랑해요’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이 표현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고 한다. 말과 뜻이 조금은 달라도,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진실된 사랑을 전하는 마음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기에, 이는 사라져가는 언어라 할지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 것이다.
 
 조지는 언어학자였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에는 그 어떤 말로도 마리에게 표현할 수 없었다.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는 데는 서툴고, 익숙하지 않았던 조지... 그는 마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완전하게 전하지는 못했지만, 마리가 자신을 떠나고 난 후, ‘사랑’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이해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 또 한 명, 엠마.....엠마 역시 조지를 향한 오랜 짝사랑을 스스로 끝내기로 했다. 조지에게는 마지막으로 추억할 마리에 대한 사랑이 너무 크게 남아있음을 알았고, 자신이 배운 에스페란토 언어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엠마는 극에서 완벽한 행복, 완벽한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에 조지와 그 어떠한 말과 행동이 아닌 서로에 대한 이해의 마음 하나로 짧지만 강렬하게 서로를 딱 한 번 안았던 그것으로 자신의 오랜 사랑을 끝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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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랭귀지 아카이브>는 언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전하는 것에 대한 한계가 어디까지이며, 말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을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연극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도 보여지지도 않는 것이라서, 이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특히 ‘사랑’의 감정은 더욱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마법처럼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어 같은 말에 더 행복해서 기쁘고, 더 슬퍼서 상처받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어로 이 모든 마음을 서로에게 표현하고, 전하기를 바란다. 말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완전히 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언어로 다 표현했다고 해서 그것이 또 완벽하게 상대방에게 전해졌다고도 할 수 없다. 애초에 마음을 언어로 전하는 일 자체가 완벽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랑’이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솔직하고 진실된 감정과 과하고, 어렵지 않은 말이 함께하여 그 마음을 전한다면 조금은 완벽하지 않을 지라도 서로에게 최대,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사랑을 고백하는 것, 꼭 말이 아니어도 좋다. 용기를 갖고, 솔직하게 자신의 사랑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답고, 완벽한 사랑 고백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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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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